현산문화19호

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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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04회 작성일 2008-03-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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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첫 달, 삼십일에 내린 눈
그건 함박눈이었습니다.
싸리눈이나 진눈개비는 왠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데
함박눈의 느낌은 푸근하고 넉넉해서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듭니다.
올해는 쥐의 해입니다.
어린시절,
밤새 엄청나게 내린 눈으로 옆집을 갈 때
눈 속으로 굴을 파서 다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어린 우리들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군밤이나
홍시 같은 주전부리를 하며 긴긴 겨울밤을 화로불에
둘러앉아 할머니의 옛날얘기를 들으며 보냈지요.
마치 부지런한 생쥐 가족들이 넘쳐나는 창고를 보며
아무런 걱정이 없이 겨울을 갉아먹는 것처럼......
유가가 자고나면 하늘로 치솟고 살림살이의 허리가
휘청거려도 함박눈이 온 날은 모든 근심이 일시에
사라지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봅니다.
푸근한 날씨에 눈이 녹아 길이 질척거리면서
낭만과 환상은 깨어지고 올 한해는 쥐처럼 부지런히
일해서 함박눈의 넉넉함을 생활 속에서도 느껴보고 싶은
알뜰한 현실감을 찾게 된다는 그런 얘기지요.
쥐의 해, 함박눈이 양양의 산하를 뒤덮은 날에......

                               사무국장 최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