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양양의 6·25 비화

강제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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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57회 작성일 2010-04-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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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청리의 L은 인공 때 집이 낙산사 사천왕문 아래에 있었다. 그러니 마을의 어떤 모임이 있어도 쉽게 합류하지 못했다. 마을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소식을 잘 전달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설령 소식이 온다 할지라도 지각하기 일쑤였다. 마을에서는 반동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리하여 L도 자아비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아비판의 결과 그에게 내려진 처벌은 태만하니까 양양철광에 가서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기한은 5일 동안이었다.

L은 양양철광으로 갔다. 하는 일은 폐석(철 햠유량이 낮은 돌)을 치우는 일이었다. 폐석을 그냥 놔두면 일을 하는데 거추장스럽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 폐석 더미를 빨리 치워야 하는데, 이 일을 L이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돌이 상상외로 무거웠다. 아무리 함량 미달의 폐석이라 할지라도 철광석인 것이다. 그러니 일반 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경험도 없고 몸도 약한 L은 그만 손에 잡았던 폐석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폐석은 L의 발등을 찍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L은 그 길로 폐석 더미를 치우는 일을 면제받고 마을로 복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