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양양의 6·25 비화

안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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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70회 작성일 2010-04-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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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질 때문에

홍현국은 인구2리 토박이로 지금까지 이 마을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6․25 때는 할 수 없이 이 마을을 벗어날 뻔한 적이 있었다. 의용군 때문이었다.

6․25가 터지고 인민군이 내려와 처음 인민군의 전황이 좋을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인민군의 전황이 나빠지자 의용군을 모집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홍현국이 사는 인구2리도 의용군 몇 명 이라는 할당이 떨어진 것이었다. 저마다 가지 않으려 해도 몇 명은 가야만 하는 것이 할당이었다. 홍현국은 진실로 갈 수가 없었다. 이미 처자가 있고 늙으신 부모도 봉양해야만 했다. 홍현국은 꾀를 내었다.

눈을 문지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눈알을 시뻘겋게 만든것이다. 그리고 의용군 모집자가 오면 빨개진 눈을 보여주면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갈 수가 없다고 시치미를 떼었다. 하루는 의용군 모집자가 의사를 대동하고 찾아왔다. 의사에게 검사를 맡으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동안 행했던 일이 거짓임이 판명나면 의용군으로 가기 전에 먼저 몽둥이찜질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위기였다.

의사가 행하는 검사방법은 확대경으로 눈알을 살펴보면서 눈이 깜박이는지를 살피는 거였다. 홍현국은 정말로 죽기살기로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그랬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이 사람은 진실로 안질에 걸렸고 이런 사람은 의용군에 필요 없다고 한 마디를 던지는 것이었다. 홍현국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말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