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양양의 6·25 비화

재산이 될 소와 재산이 되지 못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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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76회 작성일 2010-04-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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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이 될 소와 재산이 되지 못할 소

권오탁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에 6․25가 터져 경황이 없었다. 그래도 소를 끌고 강릉 자루매[병산]란 곳으로 피난을 갔다. 그 곳에 큰 누나가 시집을 가 있었다. 그래서 사돈집에서 같이 한동안 살았었는데, 당시 자루매란 곳이 강릉비행장과 가까운 곳이어서 수시로 교전이 붙곤 하였다. 지상전뿐만 아니라 비행기 폭격도 심하였는데, 권오탁의 가족은 더 이상 피난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사돈집은 세 칸짜리 방이었다. 중간 방에서는 아이들이 주로 놀았고, 우측 사랑방에는 할아버지들이 몇 분 앉아서 담화를 나누었고, 좌측 방문 앞에는 소 두 마리를 언제나 매어놓았다. 그 소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사돈집 소고 나머지 한 마리는 권오탁의 소였다.

하루는 비행기가 날아오더니 기총소사를 해대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행기의 좌측 기총과 우측 기총이 사돈집의 좌우를 향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우측 사랑방의 할아버지 한 분이 사망하였고 좌측 방문 앞의 소 두 마리 중의 한 마리도 죽었는데, 결국은 비행기의 조종석 부근에 해당한 중간방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무사할 수가 있었다.

사돈집 소가 죽자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에 자기집 소를 사돈집에 주려고 하였다. 그러자 사돈이 하는 말씀이,

“재산이 될 소가 있고 재산이 되지 못할 소가 있다. 우리집 소가 죽은 것은 재산이 되지 못할 소이고, 사돈 집 소가 살은 것은 재산이 될 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받을 수 없다.”

이렇게 기총소사를 당하고도 어린아이였던 권오탁은 천진난만하게 이웃집 아이들과 놀곤 하였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사돈집 아이 하나는 눈이 멀었고 다른 이웃집 아이 하나는 팔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등잔불 밑에 무엇인가를 들이대었는데 그만 그것이 터지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당시 권오탁의 나이는 12살-13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