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문화23호

설악산의 팔기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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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349회 작성일 2012-03-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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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팔기팔경
설악산의 팔기 (八奇)

<편집실>

 

 

天吼地動(천후지동) 巨巖動石(거암동석) 轉石動穴(전석동혈) 百斗毆穴(백두구혈)
垂直節理(수직절리) 有多●暴(유다탕폭) 金剛有穴(금강유혈) 冬季遲雪(동계지설)

 

가. 天吼地動(천후지동) :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릴 때면 으레 천둥이 일어나고 번갯불이 번쩍거리면 온통 하늘이 찢어지듯이 울부짖고, 땅이 갈라지는 듯 지축이 흔들린다.
                                               그 소리의 신비와 울림의 기이함은 예부터 기이하게 생각해 왔다.

나. 巨巖動石(거암동석) : 큰 집채 같은 바위가 움직인다는 것은 신기로운 것이다. 거암괴석이 흔들거린다는 것은 돌 많고 바위 많은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로운 것이다.

다. 轉石動穴(전석동혈) : 계조암 같이 바위와 바위가 서로 맞대어 하나의 자연굴을 만들었으니 이것 역시 기이하고 곳곳에 이런 자연굴이 있다.

라. 百斗구穴(백두구혈) : 외가평에서 백담사로 가는 도중에 있는 구혈은 콩 백 말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으니 옛날 학이 날아간 자국이라 하지만 진기롭고 기이한 형태가 아닐 수 없다.

마. 垂直節理(수직절리) : 천불동 골짜기의 뾰죽뾰죽한 바위의 봉우리나 울산암 가리봉의 만물상 할 것 없이 모두 수직절리로 천태만상의 형상을 하고 있으니, 역시 신기한 조화다.
                                               용의 치아같이 속은 용아장성의 암상은 수직작용에서 험준한 형태를 하니 신기하고도 기이한 자연이다.

바. 有多●暴(유다탕폭) : 폭포가 있는 곳에서는 으레 늪[沼]이 있던지 못[淵]이 많다. 쏟아지는 물에 반석이 패어 큰 바위 확이된 것이 탕이다. 12선녀탕 같은 것이니, 이것 신기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 金剛有穴(금강유혈) : 역시 비로봉의 금강굴 같은 것은 큰 석산에 큰 구멍이 있는 것은 매우 신기롭고 기이하다.

아. 冬季遲雪(동계지설) : 눈이 많이 내리면 쌓이고 쌓여 수십장이 되고 사시장창 눈이 보인다. 11월부터 3월까지 온 눈은 개골산에 백설이 만건곤하는 절경을 이룬다.
                                               이것 역시 팔기 가운데 빼놓을 수 없다. 관동팔경은 예부터 전해 온다. 그러나 설악산의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하려면 말문이 막혀 얼른 대답을 못한다.
                                               그러므로 풍경을 여덟 가지로 골라 표현한다.

 

 

 

설악산의 팔경 (八景)

 

 

龍飛昇天(용비승천) 雪嶽霧海(설악무해) 七色有紅(칠색유홍) 紅海黃葉(홍해황엽)
春滿擲蜀(춘만척촉) 月夜仙峰(월야선봉) 滿山香薰(만신향훈) 開花雪景(개화설경)

 

가. 龍飛昇天(용비승천) : 산에 많은 폭포가 있다. 설악산은 폭포로 명성을 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에 3대 폭포인 대승폭포, 쌍폭, 양폭포, 천당폭, 토왕폭포 등이 대표이다.
                                               대승폭포를 바라보면 물줄기가 떨어지면 무지개가 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용이 승천하는 것 같고, 황홀하며 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나. 雪嶽霧海(설악무해) : 여름이 되면 봉우리마다 구름에 덮이고 안개에 쌓여 있는 신비로운 풍경은 참으로 장관이다. 대청봉은 구름 위에 솟아 있고, 골짜기란 골짜기는 안개 속에잠겨 설악은 안개의 바다로 변한다.
                                               설악이 아니라 운악(雲嶽)이며, 수해이며, 무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하운다기봉(夏雲多寄峰)이라는 말은 설악산을 두고 말한 것이며,
                                               산봉우리에 앉으면 날아가는 우의선인(羽衣仙人)이 된 것 같다. 설악산의 구름은 어떻게 보면 구름이 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봉우리에서 쉬다가 다시 흩어져
                                               순간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구름의 흐름은 실로 기이하며 측량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야말로 유수같은 행운(行雲)이며, 무해를 보지 않으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구름이 산을 헤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산이 구름을 헤치고 남으로 갔다가 북으로 달리고, 모였다가 헤쳐지고 헤쳐졌다가 사라지는 착각이 드는데 구름의 조화는 팔경 가운데 제일이다.

다. 七色有紅(칠색유홍) :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는 아침과 저녁이면 햇빛에 반사되어 떨어지는 비말(飛沫)에는 영롱한 7색의 무지개가 된다. 선녀가 금시라도 타고 갈 수 있는 듯한 무지개다리가
                                               놓여 지니 정말 진경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무지개가 하늘거리며 움직인다.

라. 紅海黃葉(홍해황엽) : 가을이 되면 온 산천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나뭇가지마다 누런 잎에 쌓여 골짜기마다 마치 수놓은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은 광경은 정말 금수강산이다.
                                               우수수 낙엽이 지고 붉게 몸을 단장하는 단풍나무는 풍경 가운데 진경이다.

마. 春滿擲蜀(춘만척촉) : 봄에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여 산에 가득하다. 6월 초에 피는 진달래 철쭉은 상상할 수 없는 진경이다.

바. 月夜仙峰(월야선봉) : 가을이 와서 밤하늘이 밝을 때 둥근 달이 중천에 뜨면 기암괴봉의 모습이 난무하는 선녀처럼 보인다.

사. 滿山香薰(만신향훈) : 봄에 초목이 소생하면 그 향기가 산에 가득하여 바람이 불면 향긋한 냄새가 온 골짜기에 가득하다. 대청봉, 화채봉, 오색계곡에 군생하는 눈향나무 숲을 지나가면
                                               숲향기가 코를 찌른다. 눈으로 보는 풍경도 좋거니와 코로 냄새를 맡는 것도 풍류의 하나이다.

아. 開花雪景(개화설경) : 겨울이 오면 산이 육화(六花)로 덮인다. 나무나 기암절벽에 눈이 쌓이면 온갖 형태의 눈꽃이 피어 절경을 지나 묘경을 이룬다.

 

 

팔기팔경은 양권일(楊權一)외 몇 분의 시인 묵객이 남긴 글 시화를 묶어 평한 것이다.

팔기에 지포(地匍)하는 송백을 넣어 구기(九奇)로 생각한다. 대청봉에는 송백이 땅에 기어가면서도 얽혀 퍼져 성장함이 기이하고 팔경에 진기한 짐승과 아름답고 고운 소리로 노래하는 금조(禽鳥)를 들 수 있다.
궁노루, 흰곰, 크낙새가 서식하는 곳이 설악이다. 진기한 동식물을 완상(玩賞)하는 것도 일경일 것이다. 그러므로 구경(九景)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괴한 경치를 바라보면 볼수록
대자연의 심오한 조화작용을 알아낼 분이 몇이 있을지 그저 묘한 풍경에 삼매경에 빠져들어 자아를 잃고 선경에 있는 감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