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문화24호

경로효친문예작품 중등부 산문부문 최우수상 / 경로효친과 봉사 - 최영식 (양양중학교 2학년 1반)

페이지 정보

조회 2,752회 작성일 2013-03-25 11:18

본문

나는 집안에서 막내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철이 들었어야 할 때에도 철이 들지 못하고 컸다. 그러던 나에게 한가지 안 좋은 일이 생겼다. 할아버지께서 임종하신 것이다. 그때 내가 공식적으로 들었던 것으로는 자연사인지 질병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중 하나로 병원에서 밝혔다. 하지만 그 당시 병원에서 목의 혈관에 직접 링거를 놓는 것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것이 빠져 엄청난 양의 혈액이 나왔다고 한다. 이제와서 병원측과 잘못을 운운할 수는 없지만 그때 슬퍼하던 나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그 후로 철이 들었다. 가벼웠던 입은 차차 무거워졌고, 밤을 새워 3일 연속으로 장례식을 지낼 때 잠깐도 자지 않고 향을 피운 것은 물론, 놓인 모든 것을 남들 알게 모르게 정리하고 단정하게 해 놓았다. 지금와서 보면은 그때 내가 모르는 사이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항상 날 챙겨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내가 할아버지의 친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그리 큰 상실감을 받진 못했으나 모르는 사이 큰 상처를 주었다.

 


그 후로 나는 할머니를 포함한 집안의 어른을 대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되었다. 할머니의 말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하모니카마저 사서 두었다.

 


그렇게 지내던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봉사점수를 얻기 위해‘정다운마을’을 찾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나는 봉사점수만 얻고 갈 계획이었다. 학교에서 받아야 할 봉사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바빴기 때문인데 그들을 보는 순간 그럴 생각을 접게 되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정다운마을은 원래 장애인들 중 1급만 오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장애의 정도가 심각했다. 생각이 모자란 장애인들은 말을 잘하지 못했고, 운신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거동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거동이 불편했고 힘이 없어 말을 하지 못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결국 나는 거기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서 했다. 책상, 식탁, 심지어는 창문과 방충막까지 닦아 놓았고, 장애인들을 데리고 산책도 갔다 왔으며 운신이 힘든 장애인들에게 먹을 것도 먹여 주었다. 어느 것 하나 보통 봉사자들은 하지 않는 것이었다. 세시간 반 동안 하기에는 정말 많은 양이었지만 나는 그들을 보고 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할아버지에 대한 나의 보답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밝고 순수했다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 것도 그들이고, 일을 할 때 자리를 피해 준 것도 그들이고, 좀 쉬면서 하라는 말을 한 것도 그들이었다. 계속 그 모습에서 할아버지를 떠올랐다. 언제나 나를 위해 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그렇게 닮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국어 선생님이 방학숙제를 내주셨다. 경로효친에 관한 산문을 쓰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구하기 힘들었던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전에 갔었던 봉사활동, 어떻게 보면 경로효친이랑은 관계가 없는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봉사에서 많은 일을 한 것도 그들의 모습에서 보여진 할아버지의 모습때문이었으니까, 지금도 생각이 난다. 언제나 형과 나를 보면서 기쁘게 웃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우리를 보면서 해맑게 웃던 그들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