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문화26호

'연암 박지원 문화콘텐츠 조명' 심포지엄 - 토론문

페이지 정보

조회 2,164회 작성일 2015-06-04 18:27

본문

[토론문]
'연암 박지원 문화콘텐츠 조명' 심포지엄 토론문
주영아 (한양대)

 

아름다운 양양에서 18세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삶과 문학, 사상을 바탕으로 양양군의 역사문화콘텐츠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마련하시고, 이 자리에 토론자로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연암은 조선의 문화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인 18세기를 살았던 인물이고, 청나라의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 배척보다는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연암은 유학을 실학으로 수용하였으며, 옛 것을 바탕으로 새 것을 만들고자 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유자의 삶을 살았다. 연암의 태도는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옛 것의 탐구에서 풀었고, 옛 것에 대한 정체(停滯)는 관점을 달리하여 현재의 것으로 재해석하는 시도에서 새롭게 했다. 이는 필자가 언급한 이용후생, 생생법칙, 법고창신의 것과 어느 정도상통한다. 더 나아가 21세기 지역사회가 추구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는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대도시 중심의 편향적 행정에서 각 지방의 독자적이며 자립적 행정이 가능해졌다. 기존의 중앙집권제도의 획일적인 행정 및 정책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독창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일면에서는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서 간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지역사회에서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자립이 선행되어야 했고, 우리는 이제 그 일환으로 우리 지역만이 갖는 문화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문화콘텐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구한 양양의 역사 속에서 양양의 본모습을 찾는 것이 실제적이고 감각적인 모습일 것이다.
일찍이 양양부사 박지원의 양양 찬사만큼이나 양양의 풍광에 찬탄한 기록이 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제44권에 따르면 강혼(姜渾, 1464~1519)은 다음과 같이 양양을 기리고 있다.
“양양에 와서 고인(故人)의 어짐을 추억하니, 눈 남은 봉우리가 처마에 비치네. 맹호연(孟浩然)1)은 공연히나귀 등에서 싯구(詩句)를 읊조렸고, 산공(山公)2)은 습지(習池) 연석(筵席)에 궐석(欠席)했네. 마침 밝은 달을만나 누대가 고요하니, 젊은 여자의 고운 태도가 필요 없노라. 이번 걸음에 정과 흥이 박했다고 이르지 말라.
마땅히 다른 날에 다시 신선을 찾겠노라.”하였다.
이처럼 양양에 대한 선조들의 감탄은 모두 자연경관의 빼어남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곧 양양이며, 자연 자체만으로도 양양의 자긍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암이 산하의 경치 값으로 만 냥을 책정할 만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