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시기 양양군민이 겪은 이야기 Ⅱ

구교리 김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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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32회 작성일 2018-03-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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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영 (남, 78세, 양양읍 구교리)
전 양양초등학교 교장
■ 면담일 : 2017.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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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난생 처음 보는 탱크가 내려간다.


나는 일제강점기시대인 1940년 양양군 손양면 상왕도리에서 태어나고, 6살이 되는 해인 1945년에 해방되어 남과 북이 양분 될 때 내가 사는 상왕도리 동네는 38°선 이북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내가 손양인민학교 다니고 있을 무렵인 1950년 6월 25일 6 ․ 25전쟁이 일어났다. 그때 양양엔 극심한 가물이 들어 천수답인 상운들은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6월 25일 직전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져 상운들엔 물이 가득 들었다. 한꺼번에 벌어진 일이라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우리 학생들까지 동원 되었다.
당시 손양인민학교 다니고 있던 나는 학생들과 상운들에 모내기를 하러 밀양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난생 처음 보는 탱크가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 그 괴물 같은 탱크가 무서워서 산비탈에 쫓겨 올라갔다 내려오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니 탱크는 남쪽으로 계속 나가고 있었다.
한참 뒤에 월리에 사는 또래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월리 아카시아숲에는 탱크가 가득 와 있었다고 했다. 그때 남한에는 탱크가 한 대도 없어서 그랬는지 북한 인민군들에게 크게 저항도 제대로 못해보고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갔다고 했다.
그리고 3달이 지나고 난후 미군의 도움으로 수복되기는 했지만 누가 전쟁을 준비하고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자명해지는 것이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북에서 만반의 전쟁 준비를 하고 남으로 침공해 나가는 것을 우리 38°선 이북사람들은 똑똑히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 화약을 바위에 놓고 돌로 탁탁 치면 딱딱 소리가 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6 ․ 25전쟁 발발 후 국군이 들어온 후부터 38°선 이북 지역은 북한 공산당이 지배하던 시대보다는 훨씬 자유스럽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어느 때인지 가끔 북쪽으로 커다란 B29 비행기가 높이 떠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 구경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1950년 가을 어느 날 양양시내가 한눈에 다 내려다보이는 구탄봉에 송이를 따러 가서 송이를 한참 따고 있는데 비행기가 왔다. 정찰기인 L19 한대가 와서 양양 시내를 한 바퀴 도는가싶더니 무스탕 전투기 두 대가 날아왔다.
그 무스탕 전투기는 상평 광산 쪽으로 가더니 비행기 머리를 내리 숙이며 폭격했다. 그때 어린마음에 나는 산등성이에서 비행기가 볼까봐 소나무를 안고 돌며 폭격하는 것을 구경했다. 그때는 큰길에 자동차만 지나가도 구경하던 시절인데 이만한 볼거리가 어디 또 있을까하고 철없는 어린나일 때 일이였다
그때 나는 어린 또래 아이들과 박격포알을 주어다가 분해를 했다. 마을 앞 너레바위 위에서 원통형 종이 케이스를 열고 박격포알 뒤쪽 바람개비에 붙어 있는 장약을 뜯어냈다.
그리고 파란 종이 속에 화약이 들어있었는데 바위에 놓고 돌로 탁탁 치면 딱딱 소리가 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 비행기에서 잘 보이는 흰옷을 입고 대밭으로 숨으러 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찰기 한 대가 마을 한 바퀴 돌고 가는가 싶더니 뒤이어 전투기 두 대가 쏜살 같이 뒷산을 넘어왔다. 시커먼 구루망 전투기였는데 나는 가까운 거리에서 그렇게 큰 전투기는 처음 보았다.
우리는 바위 밑에 숨었고 어떤 아이는 엄마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앞마을 청임말 사람들은 뒷산 왕대밭으로 하얗게 올라갔다. 방공호가 거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 비행기들은 청임말 사람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몇 번 돌며 폭격을 하더니 윗마을 담박골을 향해 또 공격을 하였다.
뒤에 들어보니 청임말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잘 내려다보이는 흰옷을 입고 대밭으로 숨으러 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때 아이를 가진 어느 엄마는 파편에 맞아 창자가 나왔다는데 호박을 쳐 메고 어떻게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으나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또 담박골에서는 군복을 빨아 널어놓은 것이 또 화근이 되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