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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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72회 작성일 2021-02-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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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1


160쪽 상단


梵鍾續出日西山 범종(梵鍾)의 소리 이어져 해는 서산으로 지는데

聲在未撞動靜間 소리는 부딪치지 않은 동정(動靜)사이에 있네.

菩薩觀音能頓悟 보살(菩薩)은 소리 듣고 깨달음을 얻었고

闍梨不語自鳴閑 스님[闍梨]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울려 한가롭네.

法雲穿破頭陁岸 불법의 구름이 두타(頭陀)의 언덕을 꿰뚫고

花雨帶來覺海灣 꽃비가 부처 세계[覺海]의 만(灣)으로 몰려온다.

遙想姑蘇城外客 아득히 고소성(姑蘇城)134) 밖의 나그네를 생각함에

霜天半夜刺般還 서리 내린 한밤에 고통스럽게 돌아오리라.

龍洲(용주)


精舍鳴鍾動碧山 산사에 울리는 종이 푸른 산에 진동하니

洞門深處夕陽殘 골짜기 문 깊은 곳은 석양이 다하는구나.

道僧發省歸三昧 도승(道僧)은 성찰하며 삼매(三昧)로 돌아가고

泥塑無心坐一團 진흙 불상[泥塑]은 무심히 한 모양으로 앉았네.

十里鯨音來覺海 십 리에 고래는 소리 내며 부처 세계[覺海]로 오고

四時仙樂下重巒 사계절 신선은 즐거워하며 첩첩한 산을 내려온다.

居人飽說圓通理 사는 사람 배부른 즐거움 모두 통달한 속에

鏜鎝聲中宇宙寬 종과 쇠북 소리 속에 우주를 깨달으리라.

龍洲(용주)135)


日暮庵鍾起碧山 해 저무는 암자에 종소리 푸른 산에 일면

應知法侶脫塵間 스님들 속세를 해탈함을 응당 알리라.

漁村寥寂聲聲近 어촌은 고요하여 소리마다 가깝고

佛國昇平事事閑 부처 세계는 평온하여 일마다 한가롭다.

俄爾鯨鳴蒼海窟 둥글고 둥근 밝은 달이 향로봉에 떠오르니

宛然龍吼白雲灣 흰 구름 굽이에서 완연히 용이 우는구나.

諸天不遠孤城外 고소성 밖으로 절이 멀지 않으니

半夜何江客棹還 한밤에 어찌 강 나그네 노 저어 돌아가리?

星史(성사)


寒山欲暮暮鍾寒 쓸쓸한 산이 저물려 함에 저녁 종소리 쓸쓸하니

警覺人間昏夢殘 사람들 저녁에 꿈꾸다 놀라 깨네.

飯後急椎雷共摶 식사 후에 급히 침은 우레가 함께 치는 것이요

天邊細響月初團 하늘가에 가늘게 울릴 때 달이 처음 둥글다오.

吼鯨隱隱飜蒼海 우는 고래 소리 은은히 푸른 바다에 울리고

啄雉鏘鏘下碧巒 꿩의 쪼는 소리 분명히 푸른 산을 내려오네.

如坐姑蘇城外夜 고소성 밖에 앉은 밤과 같으니

破他寥寂爽懷寬 저 고요함 깨뜨리는 상쾌한 회포가 너그럽다.

南崗(남강)


孤庵一片暮鍾寒 외로운 암자에 한 조각 저녁 종소리 쓸쓸도 하니

法界空空日已殘 부처님 세계는 비우고 비워 날이 이미 저물려 하네.

忙步歸僧飛錫杖 바쁜 걸음으로 돌아가는 스님 지팡이 날아가고

飽聲老佛坐蒲團 배부른 소리의 늙은 중은 부들방석에 앉았구나.

鹿門寂寂烟籠樹 녹문(鹿門)136)은 고요한데 안개가 숲을 둘렀고

鳳頂遙遙月掛巒 봉정(鳳頂)은 아득하여 달이 산에 걸렸네.

何處客船城外夜 나그네 배는 어느 곳 성(城) 밖의 밤에

滿江秋色入懷寬 강가득한 가을빛이 가슴에 들어와 너그러운가?

秋畹(추원)


從古庵深滿月山 예로부터 암자 깊어 보름달이 산에 뜨면

飄然鍾落寂寥間 고요한 가운데 표연히 종소리 울렸었네.

無心雲定諸天暮 무심히 구름 정하여지고 사찰도 저물어

不語僧來一衲閑 말하지 않아도 스님이 와 옷자락만 한가롭다.

始覺爭高砧急處 다듬이 소리 급한 곳에 다툼 소리 높은 줄 알고

漸聞從歇水流灣 물흐름은 굽이의 그침을 따라 점차 들을 수 있네.

姑蘇城外寒聲否 고소성(姑蘇城) 밖의 쓸쓸한 소리인가?

住佇客般近夜還 멈춘 객선(客船)은 밤 근처에 돌아오는구나.

東溟(동명)


空山日暮轉生寒 빈 산에 해지자 더욱 쓸쓸한데

寺閣岹嶢秋葉殘 절 누각은 산에 높고 가을 단풍 사라져 가네.

三籟几深南郭隱 삼뢰(三籟)137) 안석 깊이 남곽(南郭)에 은거하니

一聲鍾落白雲團 한 소리의 종이 그치자 흰 구름이 둥글구나.

人間昏定千忙境 사람의 잠자리 정함은 천 번 바쁜 경계요

江上靑愁幾疊巒 강가에 푸른 근심은 몇 겹의 산인가?

留鎭山門迴警世 산문(山門)에 머물다가 경계하는 세상으로 돌아오니

懦夫應立薄夫寬 나약한 사란은 응당 서고 박한 사람은 너그럽구나.

小山(소산)


白雲鍾落夕陽山 석양의 산 흰 구름 사이로 종소리 울리자

靜聽餘音細欲殘 고요히 남은 소리 드자니 사라지려 하네.

銀瀑水聲如答應 은빛 폭포 물소리 물음에 답하는 것 같고

爐峰月色又生團 향로봉에 달빛은 또 생겨 둥글다.

山庵如是在烟樹 산암자이처럼 안개 낀 나무 있고

風韻到今浮海巒 바람 소리 지금 이르러 바다 산에 떠 있네.

三十三天場屋定 삼십삼의 하늘에 집이 정하여지니

令人心省自淸寬 사람 마음을 살피게 하여 저절로 맑고 너그럽구나.

錦樵(금초)


一打庵鍾動四山 암자의 종을 한 번 울리면 사바의 산에 울리니

山雲蒼落夕暉殘 석양이 지려 함에 산 구름 어둑해진다.

十方破寂無邊界 시방세계에 적막함 깨뜨리는 끝 없는 세계요

萬籟歸空合處團 모든 소리는 공(空)으로 돌아가 합한 곳 둥글다.

烏啼人定暗生樹 까마귀 울고 사람 잠들자 어둠은 숲에서 생기고

霧罷烟收翠聳巒 안개 파하고 구름 걷히자 푸른빛이 산에서 솟아나네.

百怪驚聞千却息 백 가지 괴이함을 놀라 듣고 천 가지가 문득 그치니

道場淸淨洞天寬 도장(道場)은 청정하고 골짜기 하늘은 너그럽구나.

石樵(석초)


鐘鳴日暮遠蒼山 멀리 푸른 산에 해지며 종소리 울리자

響在雲間聽欲殘 구름 사이에서 울리는 소리 사라지려 하네.

穿來石逕楓林晩 돌길을 뚫고 오니 단풍 숲이 가득하고

逈徹天街桂影團 하늘길을 멀리 통하니 계수나무 그림자가 둥글구나.

村容淡淡收紅旭 마을 모습은 담담하고 붉은 아침 해 거두어지니

法界深深聳碧巒 법계(法界)는 깊고 깊이 푸른 산에 솟았도다.

徘徊猶在西峰月 배회하니 오히려 서쪽 봉우리에 달이 있어서

遙憶佛前禮數寬 부처님 앞에 예배보는 너그러움 아득히 생각한다오.

近溪(근계)


134) 고소성(姑蘇城): 옛날 오나라 땅인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오현(吳縣)에 있는 성 이름. 당나라 때의 문인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시에,“달 지고 까마귀 울고 서리는 하늘 가득한데[月落烏啼霜滿天], 강가의 단풍 고기잡이 불 곁에 시름겹게 조노라니[江楓漁火對愁眠], 멀리 고소성밖의 한산사에서[姑蘇城外寒山寺], 한밤중 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들려오누나[夜半鐘聲到客船].”라고 하였다.


135) 저자 표시는 없으나 용주(龍洲)의 시로 보인다.


136) 녹문(鹿門):은자가 사는 곳을 뜻하는 말이다.후한(後漢)말엽의 고사(高士)방덕공(龐德公)이 녹문산(鹿門山)에들어가 약초를 캐며 일생을 마쳤던 데서 유래한다.


137) 삼뢰(三籟)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보이는 인뢰(人籟)・지뢰(地籟)・천뢰(天籟)를 가리킨다.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안성자유(顔成子游)에게“너는 인뢰는 들었어도 지뢰는 듣지 못했고 지뢰는 들었어도 천뢰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女聞人籟而未聞地籟女聞地籟而未聞天籟夫〕” 하였다. 인뢰는 사람이 울리는 소리로 악기의 소리이고,지뢰는 대지가 일으키는 소리로 바람 소리이고, 천뢰는 인뢰와 지뢰의 근본이 되는 대자연의 소리이다. 여기서는 모든 소리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