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8. 高積浮雲 고적치(高積峙)의 뜬구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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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5회 작성일 2021-02-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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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高積浮雲 고적치(高積峙)의 뜬구름-1


127쪽


高峰積翠出浮雲 높은 봉우리 푸르름 쌓아 뜬구름 내보내니

散聚無常合又分 흩어지고 모임은 일정치 않아 합했다가 또 나뉘네.

石鷰拂歸晴亦雨 석연(石燕)116)이 돌아가려 하니 갠 날도 비 내리고

神龍得致鬱然文 신룡(神龍)이 이르니 울창하게 문채(文彩)가 나네.

山中法侶應爲禮 산속에 승려는 응당 예를 행하고

天上仙人可與羣 하늘 위 신선도 함께 무리 지을 수 있다오.

一片野心曾被住 한 조각 들 마음으로 일찍이 남겨졌으니

卷舒自任不求聞 자임함을 접고 들림을 구하지 않았다오.

龍洲(용주)


高積峰浮數抹雲 고적치 봉우리에 뜬 여러 구름은

老龍噓氣葉柯分 늙은 용이 기운 불어 잎과 줄기로 나뉘네.

去來萬里還無跡 만 리를 오고 가도 도리어 자취가 없고

散合三時或有文 세 때는 흩어지고 합하여 간혹 글이 있어라.

此地分明捿隱者 이곳은 분명 은자가 사는 곳이라

古庵何在誦禪群 옛 암자는 어느 곳에서 선(禪)을 암송할까?

唐虞事業曾如許 당우(唐虞,요순)의 사업을 일찍 허여한 것 같아

傳到于今耳尙聞 지금에 이르도록 귀에 오히려 들리는구나.

星史(성사)


高積山頭浮在雲 고적치 산머리에 뜬구름 있으니

閑情與我共無分 한가한 마음 나와 구분이 없네.

晩天常帶烟霞氣 가득히 하늘은 연하(烟霞)의 기운 늘 띠어

絶壁時開錦繡文 절벽은 비단 수놓은 문채 때때로 열린다.

肯下陽臺神女夢 양대(陽臺)117)에 기꺼이 내리는 신녀(神女)를 꿈꿔도

長隨沙界誦禪群 불계(佛界)를 오래 따라 선(禪)을 암송하는 무리라오.

時來幾作人間雨 올 때 얼마나 사람을 위한 비를 만들었나?

驗却神功寂不聞 징험하려 해도 신공(神功)이라 고요해 들을 수 없네.

南崗(남강)


野心一片共留雲 들에서의 한 조각 마음 남은 구름과 함께하니

無是無非與世分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세상과 다르다오.

歌送汾河思漢武 한무제(漢武帝)를 생각에 노래를 분하(汾河)로 보내고

笑看岐峀憶周文 주문왕(周文王)생각에 웃으며 기산(岐山)을보네.

千年古壑龍爲氣 천년 옛 골짜기는 용(龍)의 기운이 되고

一色空林鶴失群 한색으로 빈 숲에 학(鶴)은 무리를 잃었어라.

所有吾家祗可悅 우리 집에 소유한 것 단지 기뻐할 만한 것이니

靜居不欲俗喧聞 조용히 살지 속세의 떠들썩한 소문을 원치 않는다오.

秋畹(추원)


望之高積嶺頭雲 고적치(高積峙) 고갯마루의 구름을 바라보면

靉靆形容聚且分 구름 낀 모양 모였다가 또 사라진다.

欲雨有時交海氣 때로 비가 내리려 하며 바다 기운 교차하고

不風盡日定乾文 종일 바람 불지 않자 천문(天文)도 정하여지네.

視人富貴何多事 부귀한 사람 보면 어찌 그리 일이 많은가?

隱者漁樵獨出群 물고기 잡고 땔나무 하는 은자는 홀로 나온다오.

一點太虛浮像在 한점 태허(太虛,하늘)에 떠 있는 형상이 있으니

唐虞至治古今聞 요순(堯舜)의 지극한 다스림 고금에 듣는다오.

東溟(동명)


中天高積嶺生雲 하늘 가운데 높게 쌓인 봉우리에서 구름 생기니

下界茫茫渾不分 아래 세상은 아득히 흐려져 분간키 어렵구나.

峽裡已空行雨夢 골짜기 안은 이미 비어도 빗속에 행하는 꿈이 있고

山中應埋紀官文 산속에 응당 묻혀도 벼슬 이름 붙이는 글이 있도다.

隱君何在深眞逸 숨은 군자 어디에 있어 깊이 은일하고 있나?

孤鶴相隨卓不群 외로운 학은 서로 따라도 우뚝이 무리 짓지 않네.

惟有鍾聲僧寺近 오직 종소리 울려 절이 근처에 있지만

却疑仙樂十時聞 문득 신선 음악이 열 시에 들리나 의심한다오.

小山(소산)


高積峰頭頭上雲 높게 쌓인 봉우리 머리 위로 구름이 낌에

來時或聚去時分 올 때는 간혹 모였다가 갈 때는 흩어진다오.

山川噓送英英氣 산과 냇물이 영롱한 기운을 불어 보내니

宇宙飜成点点文 세상은 점점이 문채를 다시 이루었구나.

霱影入村仙有跡 상서로운 구름 그림자 마을에 들어 신선 자취 있고

曇光護寺釋爲群 흐린 빛이 절을 보호하니 중들 무리를 지었네.

人間作雨誰能使 인간이 비 만드는 일을 누가 할 수 있나?

古沼龍吟怳若聞 옛 소(沼)에 용이 주술 읊음이 들리는 듯하다.

錦樵(금초)


積氣浮浮上作雲 쌓인 기운이 떠서 위에서 구름을 만듦에

有時寸合合而分 때로 조금 합하였다가 또 나뉘는구나.

共鶴忘機超俗界 학과 함께 기미 잊어 속세를 초월한 세계요

從龍得路幻作文 용을 따라 길을 얻어 환영 같은 문채라네.

深處掩藏高士跡 고사(高士)의 자취는 깊은 곳에 감춰져 있고

上頭宛在列仙群 여러 신선 무리는 꼭대기에 완연히 있으리라.

有誰管領自怡悅 누가 스스로 관장하고 만족하게 함이 있어서

塵世風潮都不聞 속세의 풍조가 모두 들리지 않는구려.

石樵(석초)


山高高積上浮雲 산이높아 높이 쌓인 위로 구름이 떠

起處爲峰散處分 일어나는 곳은 봉우리가 되고 흩어진 곳은 나뉘었네.

因風箇箇如無跡 바람으로 인해 곳곳마다 자취가 없고

傍日飛飛正有文 볕 옆이라 나는 곳마다 바로 문채가 있구나.

巫峽千秋神女夢 무협(巫峽)118)은 천추에 신녀(神女)의 꿈이요

蓬萊五色列仙群 봉래(蓬萊)119)는 오색 찬란하여 뭇 신선이 모인다지.

斯間倘是封禪去 이 사이에 갑자기 봉선(封禪)120)을 하려 가도

萬歲三呼如可聞 만세 삼창을 하면 들을 수 있을 듯하리.

近溪(근계)


高積峰頭片片雲 높이 쌓인 봉우리 머리에 조각 조각의 구름은

浮來浮去合而分 떠서 오고 떠서 감에 합하였다가 나뉘는구나.

紫芝洞口金柯葉 붉은 지초는 골짜기 입구에 금빛 잎을 드리웠고

綿玉村邊錦繡文 면옥치(綿玉峙) 마을 주변은 비단 수놓은 문채라오.

富貴如今於我視 부귀함 지금 같음은 나를 보는 것 같으니

淸閑若彼與誰群 맑고 한가로움이 저와 같아 누구와 함께할까?

歸時莫近諸天外 돌아가는 때는 절 밖보다 가까운 것이 없으니

穿破鍾聲恐有聞 뚫어 깨뜨리는 종소리 들릴까 두렵다오.

峴愚(현우)


116) 석연(石燕):제비처럼 날아다니는 돌이라는 뜻이다. 상수(湘水)부근에 있는 석연산(石燕山)의 돌이 바람을 맞으면 마치 제비처럼 공중에 날린다는 고사가 있다. 일설에는, 비가 오려 하면 날고 날이 개려 하면 앉는다고 한다. 『經注湘水』


117) 양대(陽臺):원래 해가 잘 드는 누대를 말하는데,남녀 간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뜻하기도 한다. 초 양왕(楚襄王)이 일찍이 고당(高唐)에서 놀다가 낮잠을 잤는데, 꿈에 한 부인이 와서 “저는 무산(巫山)의 여자로서 임금님이 여기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왔으니, 침석(枕席)을 같이해 주십시오.”라고 하므로, 임금은 하룻밤을 그와 함께 잤다. 그 이튿날 아침에 부인이 떠나면서 “저는 무산의 양지쪽 높은 언덕[陽臺]에 사는데, 매일 아침이면 구름이 되고 저녁이면 비가 됩니다.”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118) 무협(巫峽):중국 양자강의 상류에 있는 삼협(三峽)의 하나로, 험하기로 이름난 곳이다.삼협은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이다.


119) 봉래(蓬萊):전설상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봉래도(蓬萊島),즉 봉래산(蓬萊山)을 이르는데, 삼신산이 동해에 있다는 전설이 있다.


120) 봉선(封禪):고대 제왕이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태산(泰山)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것을 봉(封)이라 하고, 태산 아래 양보산(梁父山)에서 땅에 제사 지내는 것을 선(禪)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