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6. 爐峰明月 향로봉의 밝은 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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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96회 작성일 2021-02-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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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爐峰明月 향로봉의 밝은 달-3


101쪽


書窓靜對月爐峰 서재의 창에서 향로봉에 달을 고요히 대하니

滿眼景光此地逢 눈에 가득한 풍경을 이 땅에서 만났네.

何事山禽驚下樹 무슨 일로 산 새는 놀라 나무로 내려오며

多情仙鶴舞逈松 다정한 신선 학은 춤을 추며 소나무에서 멀어지나?

一樣虛明晴後色 한 모양으로 텅 빈 밝음은 개인 후의 색이요

十分的歷畫中容 충분히 지나온 그림 속의 모습이라.

江山惟與都於此 강산이 오직 이와 함께 하나니

始識乾坤夜氣濃 비로소 세상에 밤기운 짙음을 알겠네.

南溪(남계)


峰上月明月下峰 봉우리 위에 달이 밝고 달 아래 봉우리가

紫氣香烟此夜逢 자색 기운 향기로운 안개를 이 밤에 만났구나.

酌酒會臨光倒水 술 마시는 모임에서 빛이 물에 거꾸로 비치고

抱琴相照影依松 거문고 안은 모습 비춘 그림자 소나무에 의지했네.

雲開森木皆生色 구름 열린 숲은 모두 생생한 색이요

霧捲千山盡畫容 안개 걷힌 온 산은 다 그림 같은 모습이라.

啼猿莫近瀟湘岸 원숭이 우는 소상(瀟湘)의 물가 가까이 갈 수 없으니

唯有孤舟旅夢濃 오직 외로운 배에 나그네 꿈만 깊구나.

퇴재(退齋)


嵬然特立古爐峰 높고 우뚝이 선 옛 향로봉

月似有期夜夜逢 달은 기약한 양 밤마다 만나네.

捿禽難定池邊樹 깃든 새는 못가 나무를 정하기 어렵고

睡鶴穩依壁上松 조는 학은 절벽 위의 소나무에서 편안하다.

敢望萍水中宵影 감히 부평초 뜬 물에 밤 그림자 바라보고

忽憶草堂舊日容 홀연히 초당(草堂)에 옛 모습 추억한다오.

山下眞禪供佛否 산 아래 참 선은 부처님에게 하였는가?

香烟一炷淨花濃 등불에 향기로운 연기에 맑은 꽃이 짙구나.

訥庵(눌암)


天鍾淑氣作爐峰 하늘이 맑은 기운 모아 향로봉을 만들고

又得月明相照逢 또 밝은 달이 비춤을 만나게 하였네.

散步老僧移古榻 노승의 느린 걸음 묵은 탁자로 옮겨가고

乘光白鶴舞疎松 흰 학은 광채로 성근 소나무에서 춤을 춘다.

皎皎精華窓下燭 달빛의 정화는 창 아래의 촛불이요

團團影子鏡中容 둥근 그림자는 거울 속의 얼굴이라.

每當十五揚輝夕 항상 보름의 밝은 저녁을 만나면

添送遊人酒氣濃 노니는 사람 술기운 진하게 보내는구나.

石澗(석간)


初昏新月上爐峰 초저녁 새달이 향로봉 위로 떠 오르면

似是今宵有約逢 오늘 밤 약속이나 한 양 만나는구나.

書戶生明焉用燭 서재 문이 밝아오니 어찌 촛불을 밝히랴?

淸潭倒影愛看松 맑은 못에 그림자 어리니 아껴 소나무를 본다오.

風收雲海玲瓏色 바람에 운해가 걷히니 영롱한 빛을 발하고

露洗銀盤宛轉容 이슬에 은쟁반 씻기어 완전한 모습이어라.

閑伴些兒因問酒 한가로이 이러한 것들과 짝하여 술을 물으니

杯傾隨入滿心濃 술잔 기울임에 따라 들어와 온 마음이 무성하네.

菊下(국하)


烟罷香爐最上峰 안개다한 향로봉 가장 윗 봉우리에

我來月到好相逢 내가 오니 달도 이르러 좋은 만남을 이루었구나.

山南秋老歌最桂 산 남쪽에 가을은 깊어 빼어난 계수나무 노래하고

洞口僧歸倚古松 마을 입구는 스님이 돌아오다 고송(古松)에 의지했네.

萬里天高雲澹泊 만리하늘은 높아 구름이 담박하고

千江水淨夜從容 수천의 강은 물이 맑아 밤에도 고요하구나.

想來空色元如許 아마 공(空)과 색(色)은 원래 허여한 듯하니

回首塵寰睡正濃 고개 돌려 속세를 봄에 졸음이 한창일세.

滄農(창농)


天風吹月靜香峰 하늘에 바람 불어도 향로봉에 달은 고요하니

峰上天低忽顧逢 봉우리 위에 하늘도 낮아 홀연 만남을 돌아보네.

兎毫堪辨隣捿鶴 토끼털은 이웃에 사는 학과 구별할 수 있고

桂馥紛飛落滿松 계수나무 향기 떨어진 소나무숲에 어지러이 날린다.

現向金仙觀色相 지금 금선(金仙, 부처) 향하여 빛의 모습 보니

絶憐玉女露眞容 옥 같은 여인이 참모습 드러냄이 가련하구나.

前王不忘詩何已 전대의 왕을 잊지 못하니 시를 어찌 다하랴?

風捲纖雲色正濃 바람이 엷은 구름 걷으니 색도 진하구나.

晩翠(만취)


明月長天圓秀者 밝은 달은 긴 하늘에 둥글게 빼어난 것이나

香爐峰無知者 향로봉(香爐峰)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오.

俗眼有緣在初逢 속세의 눈으로도 인연 있어 처음 만나면

佳人玉貌誰粧出 미인의 옥 같은 모습이니 누가 꾸미고 나오겠나?

偃蹇遊來 넘어지고 절뚝거리며 노닐러 오면

百尺松其心也 백척의 소나무가 그 마음이요

爽朗其步也 상쾌하고 명랑함이 그 걸음이리라.

從容峰無語月有意 차분한 봉우리는 말이 없고 달은 뜻 있으니

淡淡銀波盡地濃 담담한 은빛 물결 온 땅에 짙겠네.

東溟(동명)


海天明月上爐峰 바다에 밝은 달이 향로봉을 비추니

乘興良宵好友逢 흥을 탄 좋은 밤에 좋은 벗을 만났다네.

帶影孤鴻歸遠浦 그림자 띤 외로운 기러기는 먼 포구로 돌아가고

警光癯鶴舞長松 빛에 놀란 여윈 학은 큰 소나무에서 춤을 춘다.

赤江蘇子徘徊夕 적벽강에서 소동파가 배회하는 밤이요

貝闕姮娥淡泊容 패궐(貝闕)99)의 항아(姮娥)100)는 담박한 용모였지.

君亦知夫丹桂秀 그대 또한 단계(丹桂)101) 빼어남을 아는가?

香飄雲外霧華濃 구름 밖으로 향기 날리고 안개꽃 무성하구나.

竹翁(죽옹)


月出香爐上上峰 달이 향로의 윗 봉우리에 떠오르르면

梧秋梅臘好時逢 오동의 가을과 매화의 12월에도 좋은 때를 만나네.

林泉照耀明生水 자연에 비추는 밝음은 물에도 생기고

石壁嵯峨影掛松 석벽은 우뚝하여 그림자가 솔에 걸렸구나.

幽鳥投捿驚澗夢 그윽한 새는 깃들었다가 물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夸娥對鏡冶山容 예쁨 자랑하고 거울 대하니 산을 도야한 모습이라.

徘徊誰有曾同賞 배회하다가 누가 있어 일찍이 함께 감상할까?

瀑息烟消夜色濃 소나기 그치자 안개 사라져 밤기운 짙구나.

寄隱(기은)


漁城東畔卽爐峰 어성의 동쪽이 곧 향로봉인데

淸夜常多好月逢 맑은 밤 항상 아름다운 달을 만난다오.

依杖步蟾先問桂 지팡이에 의지해 달빛에 걸으며 먼저 계수나무 묻고

開籠調鶴偶來松 새장 열자 길들인 학이 우연히 소나무에 왔네.

萬垂烟靄歸無跡 수 없이 드리운 연무에 돌아가는 자취도 없고

一片鑑明宛有容 한 조각 밝은 달을 봄에 완연한 자태가 있구나.

山下居僧觀色坐 산 아래 사는 스님 빛을 보고 앉았으니

千江淨水滿盂濃 온 강의 맑은 물이 사발에 가득하다오.

素軒(소헌)


一天明月豈爐峰 하늘에 밝은 달이 어찌 향로봉만이랴만

造物名區兩適逢 조물주가 명승지 만들어 둘이 만나게 했다오.

宛轉山頭生丈桂 또렷이 산머리에 계수나무 드러내고

特高嶺上秀孤松 높은 고개 위에 외로운 소나무 빼어나네.

隱隱鍾聲來古塔 은은한 종소리는 옛 탑에서 들려오고

明明鏡面畫新容 밝고 밝은 거울 면은 새 얼굴을 그린 듯하다.

淸閑幽趣少人管 맑고 한가로우며 그윽한 정취 관장하는 이 없어

影入誰家詩酒濃 그림자는 누구 집에 들어 시와 술이 진한가?

文式(문식)


99) 패궐(貝闕):패궐 주궁(貝闕珠宮)의 준말로,용궁(龍宮)의 별칭이다.


100) 항아(姮娥):달 속에 있다는 선녀의 이름이다.


101) 단계(丹桂):송(宋)나라 때 두우균(竇禹鈞)의 다섯 아들이 모두 과거(科擧)에 합격하자 풍도(馮道)가 “영춘 한 그루 늙었다네, 단계 다섯 가지 향기롭네[靈椿一株老丹桂五枝芳].”라는 시를 지어 주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宋史卷263 竇禹鈞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