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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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39회 작성일 2021-02-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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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4

 

171쪽 하단


古木蒼凉古寺寒 고목(古木)은 푸르고 스산하며 옛 절은 쓸쓸한데

歸雲戞去數聲殘 돌아가는 구름 어긋나 가는데 몇 소리 사라진다.

居人習聽三更暮 사는 사람은 삼경의 밤에도 익히 들었고

衆釋誦經一座團 여러 중은 한자리에 앉아 경을 읽는구나.

宮非長樂猶丹閣 궁은 장락궁(長樂宮)146)이 아니어도 오히려 붉고

地是豊山但翠巒 땅은 풍산(豐山)인데 다만 푸른 산이라오.

聞處使儂心省發 들은 곳은 내 마음 살피게 하나니

始知佛道大而寬 부처님의 도가 크고 너그러운 줄 비로소 알았네.

文式(문식)


鍾落孤庵庵在山 외로운 암자에서 종소리 울리고 암자는 산에 있으니

催更聲裡夕陽殘 소리 속에 석양이 지는 것을 더욱 재촉하는구나.

億千萬㥘同流去 억천(億千)만겁(萬劫)의 시간 동안 함께 흘러가도

三十諸天一理團 삼십(三十)제천(諸天)은 한 이치로 둥글다.

倚雲睡鶴驚閑夢 안개에 의지해 조는 학은 한가로운 꿈에 놀라고

尋寺歸僧上翠巒 절 찾아 돌아가는 중은 푸른 산을 오르네.

蕭蕭鳴處鷗風籟 기러기가 바람 소리에 쓸쓸히 우는 곳은

宇宙淸閑月色寬 세상이 맑고 한가로워 달빛도 너그러워라.

齊根(제근)


落日拖紅掛碧山 석양은 붉게 물들어 푸른 산에 걸렸는데

鍾聲晩出白雲間 종소리는 늦게 흰 구름 사이에서 들려온다.

長樂何年花外盡 장락궁은 어느 해에나 꽃 밖으로 다할까?

楓橋半夜客心閒 단풍 우거진 다리는 한밤에도 나그네 마음 한가롭다.

淸音噌吰渭溪月 맑은 소리 위천(渭川)에 달뜨자 시끄럽게 되고

遺響飄颻苦海灣 남겨진 울림은 고해(苦海)이 만(灣)에 울리는구나.

非絲非竹令人省 현악기도 관악기도 아닌데 사람 살피게 하니

水涵遺踪鴈隊還 물 담은 남겨진 자취에 기러기 때 돌아가네.

敬堂(경당)


一動名區夜氣寒 밤기운 찬 명승지에 한 소리 울리는

鍾聲初轉雨凄殘 종소리 처음에는 빗소리처럼 처량했지.

岩邊花落春惟暮 바위옆 꽃 떨어진 곳은 봄이 오직 저물고

樹末雲晴月亦團 나무 끝에 구름이 개어 달 또한 둥글다.

鳴來人定山中寺 울음은 사람 머무른 산속 절에 들리고

響到客閑枕外巒 울림은 나그네 한가로운 침실 밖 산에 이르네.

小庵近在靑林下 작은 암자 근처에 있는 푸른 숲 아래에

老佛堂前禮數寬 낡은 불당 앞에 예우(禮遇)가 극진하다.

漢奎(한규)


鍾在於庵庵在山 종소리는 암자에 있고 암자는 산에 있으니

山僧撞出白雲間 산승(山僧)이 흰 구름 사이로 치러 나오는구나.

三千法界歸深省 삼천의 법계(法界)로 돌아와 깊이 성찰해도

百八念珠不自閑 백팔의 염주는 절로 한가롭지 않구나.

遷客初聞長樂院 옮긴 나그네 장락궁(長樂宮)의 뜰을 처음 들었고

漁舟夜泊楚江灣 어부의 배는 초(楚)나라 강굽이에 밤에 정박하네.

數聲鏜鎝諸天暮 저녁 하늘에 몇 마디 종소리 울리는데

步月中庭藜杖還 명아주 지팡이로 달빛 아래 뜰을 걷다 돌아왔네.

復來(복래)


鍾聲鏜鎝動雲山 종소리 울려 구름산에 진동하는데

山下孤庵薄暮間 산아래 외로운 암자는 엷은 저녁 사이에 있네.

鷲岑岹嶢猶寂寞 수리 봉우리 우뚝하여 오히려 적막하고

鯨音噌吰極淸閒 고래 소리 시끄러워도 맑고 한가로움을 다하였다.

人多發省靈臺上 사람들 성찰함이 많으니 영대(靈臺)147)의 위요

佛是觀音苦海灣 부처가 관음(觀音)148)이니 고해(苦海)의 만(灣)이라.

桐漏遲遲提樹暗 오동나무에 새는 비 지루하여 몰래 나무 세우니

僧來不語自鳴還 스님이 와서 말하지 않아도 절로 울려 돌아가누나.

駿秉(준병)


深處孤庵在碧山 깊은 곳 외로운 암자 푸른 산에 있으니

鍾聲隱隱夕陽殘 종소리 은은하게 석양에 사라진다.

聽來此地深省發 이 땅에 깊은 성찰 발함을 들어서 왔고

鑄得何年渾體團 어느 해에 혼연히 몸이 모아 주물을 얻을까?

佛性圓通知法界 불성(佛性)은 깨달음으로 불법 세계 알고

鯨音鏜鎝動層巒 고래 소리는 시끄러워 온 산을 울린다네.

聲聲穿破歸雲遏 소리마다 돌아가는 구름이 막음을 뚫고 부수어

三十三天世界寬 삼십삼천(三十三天) 세계가 너그럽다오.

昇楀(승우)


斜陽鍾落頭陀山 석양에 종소리 지는 두타산(頭陀山)은

法界茫茫劫夢殘 법계(法界)의 아득한 영겁에 꿈도 사라지네.

祇樹千年雲靉鑀 천년 기수(祇樹)149)에 구름 뭉게뭉게 일고

渭溪十里月團團 십리 위계(渭溪)에 달은 둥글기도 하다.

心機發省無量佛 가을이 깊게 물들어 붉은 숲의 경치 이루더니

氣類相通幾處巒 봄이 와 다시 푸른 산의 문양 띄네.

遙望圓通淵黙坐 멀리 깨달음의 연못에서 묵좌(默坐)함을 보니

噌吰不絶暮懷寬 종소리 끊이지 않고 저녁 회포는 느긋하구나.

基復(기복)


鍾聲遠出望瀛山 종소리 멀리 드러나 바닷가 산을 바라보니

花雨諸天日影殘 하늘에서 꽃비 내리자 해그림자 사라지는구나.

老釋叅佛依石榻 늙은 중은 석탑(石榻)에 의지하여 부처님에 참배하고

闍梨飯客坐蒲團 스님은 부들방석에 앉아 손님 밥 먹인다.

來從覺海搖明月 깨달음은 예로부터 밝은 달을 흔드니

穿破法雲聳翠巒 구름을 뚫고 나와 푸른 봉우리가 솟았지.

溪上遙聞知有寺 시냇가에서 아득히 들어 절 있는 줄 알지만

幾人到此述懷寬 몇 사람이나 여기에 이르러 회포를 다 말하랴?

基成(기성)


遠觀九景入雲山 아홉 번째 경치가 구름산으로 들어감을 멀리서 보면

惟有暮鍾惱夢殘 오직 저녁 종소리에 번뇌의 꿈이 사라지네.

鳴下洞虛風便送 울리는 소리 골짜기가 비어 바람의 편에 보내고

破來夜闃月輪團 깨져 오는 밤의 고요함에 달이 떠올라 둥글다.

初疑地近姑蘇畔 처음에 고소성(姑蘇城) 물가와 가까운가 의심했으나

更占天長蘭若巒 다시 하늘이 멀어 난야(蘭若)150) 산에 점지하였구나.

禮佛梵音從此起 이곳에서 일어나 범어(梵語)로 예불을 보니

三千法海此中寬 삼천 법계(法界)의 바다는 이 속에 너그럽다네.

昌楀(창우)


禪樓葉盡逈秋山 멀리 가을 산 선(禪) 세계의 누각에 낙엽 져도

日暮鍾聲未易殘 석양의 종소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오.

極靜塵機身外息 지극히 고요한 속에 속된 생각 몸 밖으로 사라지고

暗聞慧月眼中團 어둠에 들으면 지혜의 달빛[慧月]151) 눈 속에 있네.

舂婦村火迷尋徑 방아 찧는 아낙 마을 불로 길을 헤매어 찾고

飯罷林星漸出巒 식사 끝나자 숲에 별이 점차 산 위로 나타난다.

應有高僧知不語 고승은 말하지 않아도 응당 알지니

每逢遠客懷强寬 항상 멀리 온 길손 만나면 마음 너그럽기도 하네.

黃崑(황곤)


鍾在於庵庵在山 종소리는 암자에 있고 암자는 산에 있어서

一聲帶落雨聲殘 한 소리가 둘렀다가 빗소리에 사라진다.

雲間遠出藤蘿外 구름 사이로 나무 넝쿨 밖으로 멀리 나타나고

月下相聞桂子團 달빛 아래 계수나무 꽃 무리 향기를 서로 맡네.

歸客問齊携竹杖 돌아가는 객은 안부 물으며 대 지팡이 짚고

老僧念佛坐林巒 노승은 염불하며 산 숲에 앉았구나.

令人到此心機發 사람들 여기에 이르면 심기를 발동하게 하니

法界三千宇宙寬 부처 세계에 삼천 우주는 너그럽기도 하다오.

炳濟(병제)


146) 장락궁(長樂宮): 장락궁(長樂宮):한(漢)나라때태후(太后)가거처하던궁전으로, 전하여 왕후나 대비가 거처하는 궁전을 가리킨다.


147) 영대(靈臺):령스럽다는 뜻으로,마음을 이르는 말.


148) 관음(觀音):자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한다는 보살.


149) 기수(祇樹):기수는 기원정사(祇園精舍)를 말하는데,인도 중부 마가다국 사위성(舍衛城)남쪽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있는 절로, 부처와 그 제자들이 설법하고 수도할 수 있도록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세웠다고 한다.


150) 난야(蘭若):범어āranyaka의음역인 아란야(阿蘭若)의 준말로, 출가자가 수행하는 조용한 곳, 즉 사원을 말한다.


151) 지혜의 달빛: 불교 용어로 중생의 번뇌를 깨우치는 지혜가 마치 청량한 달빛 같다고 하여 이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