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3

페이지 정보

조회 911회 작성일 2021-02-24 11:17

본문

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3


168쪽 상단


山外小庵庵外山 산밖에 작은 암자, 암자 밖에 산

數聲鍾落夕陽殘 몇 가락 종소리 속에 석양이 지네.

鹿聽佛經峀雲散 불경 소리 사슴이 듣고 산 구름 흩어지니

鳥宿禪林花影團 선림(禪林)에 자던 새는 꽃 그림자도 둥글구나.

題句客停溪上棹 시구(詩句)를 쓰니 나그네가 시냇가 탁자에 멈추고

不言錫下雨中巒 말없이 석장(錫杖)으로 비 내리는 산을 내려온다.

誰有今聞長樂夜 누가 있어 오늘날 장락궁(長樂宮)의 밤을 들을까?

楓燈十載旅魂寬 단풍에 등잔은 10년 여혼(旅魂)도 너그러워진다오.

退齋(퇴재)


聞說古庵在碧山 옛 암자 푸른 산에 있음을 듣고 기뻐하였으니

鍾聲晩出落輝殘 저녁에 종소리 울렸다가 달빛 속에 사라진다.

淨花彩爛慈風振 연꽃은 찬란히 인자한 풍모 떨치고

大地光明慧月團 대지에 빛 밝아 지헤의 달은 둥글구나.

飯後誰援蘭寺枹 식사 후에 누가 난사(蘭寺)의 떡갈나무를 당길까?

夜深客到楓橋灣 밤 깊어 나그네가 풍교(楓橋)의 굽이에 이르렀어라.

隱隱破雲還復靜 은은히 구름 부시다가 다시 고요해지니

六塵無染省心寬 육진(六塵)141)은 물들지 않아 성심(省心)이 너그럽다.

訥庵(눌암)


蘭若數椽倚碧山 절의 몇 서까래는 푸른 산에 의지하였고

暮鍾隱隱白雲間 저녁 종소리 흰 구름 사이로 은은히 들려온다.

聽音歸客情懷急 소리 듣고 돌아가는 객은 마음이 급하고

念佛諸僧法界閒 염불하는 여러 승려는 법계(法界)에 한가롭네.

帶來花雨諸天夜 제천(諸天)142)의 밤에 꽃비 내리고

穿破江雲十里灣 십 리 굽이에 강의 구름을 뚫는구나.

古樂猶在沙門裡 옛 음악이 오히려 사문(沙門)속에 있으니

疑是師襄伴磬還 아마도 사양(師襄)143)이 경쇠를 짝하여 돌아왔는가?

石澗(석간)


暮鍾初落動群山 저녁 종소리 처음 울려 산양에 퍼지면

谷樹迷莊返照殘 골짜기 나무와 희미한 수풀 석양에 사라져 간다.

夕竃催飧傳鉢大 저녁에 부엌은 찬을 재촉하여 큰 바리때를 전하고

上房禮佛轉珠團 상방(上房)에 예불 보며 구슬 방석 바뀌네.

時將客帆聽來夜 나그네 돛배 때로 소리 들려 오는 밤에

響遏閒雲過去巒 한가로운 구름은 울림 막으며 산을 지난다오.

滿地吰噌明我耳 땅에 가득한 시끄러운 소리 내 귀를 밝게 하니

書巢端倚寫懷寬 서실(書室)에서 바르게 앉아 회포 씀이 너그럽구나.

菊下(국하)


香積廚中白衲寒 향기 쌓인 부엌 안에 흰 가사는 쌀쌀한데

蒲牢夕動木魚殘 웅장한 종소리 석양에 동하고 목어(木魚)는 잔잔하네.

漁航鴈起霜飛泊 고깃배에 기러기 일어나자 서리가 내려앉고

爐嶂雲穿月湧團 향로봉의 구름 뚫고 달이 솟아 둥글구나.

烟籠隋苑深秋色 안개가 수(隋)나라 동산을 둘러 깊은 가을의 색이요

客到吳楓暮雨巒 나그네가 오현 풍교144)에 이르자 저녁 비가 내렸지.

紅斂塔暉僧不語 탑 광채에 붉은빛 거두어져도 스님은 말이 없고

疎星廾八色天寬 성근 별 스물여덟의 빛의 하늘은 너그럽구나.

晩翠(만취)


白雲深處出靑山 흰 구름 깊은 곳은 푸른 산에서 나오니

飯後鍾鳴日已殘 식사 후에 종소리 울리자 날이 이미 다하네.

一磬悟生歸法界 한 경쇠 소리에 생을 깨달아 법계(法界)에 귀의하고

千珠參佛轉蒲團 천 구슬로 부처에 참배하니 부들방석이 바뀐다.

遠聞疑是龍吟窟 멀리서 듣고 용이 소리 내는 굴인가 의심하고

近度還如豹吼巒 가까이서 살펴보니 도리어 표범 우는 산과 같아라.

回憶姑蘇城外客 고소성(姑蘇城) 밖에 나그네를 생각함에

孤懷今夜正難寬 외로운 회포 오늘 밤에 진실로 어렵구나.

滄農(창농)


山門日落 산문(山門)에 해가 지니

寂寞空汀鍾聲寒 적막한 빈 물가는 종소리 쓸쓸하네.

乾坤復朗魑魅逃 세상이 다시 밝아지니 도깨비 달아나고

蓮花細雨衆星殘 연꽃에 가랑비 내리자 뭇별이 사라지는구나.

姑蘇何在愁眠罷 고소성(姑蘇城)에서는 어찌 잠을 깨었던가?

啼烏無語月團團 까마귀 울 때 말없이 달만 둥글었지.

依策整衿起數步 지팡이에 의지해 옷깃을 여미고 몇 걸음 걷자니

雲外參差三兩巒 구름 밖에 들쑥날쑥 두서넛 산이 보이네.

念佛老僧忘苦海 염불하는 중은 고해의 바다를 잊었고

觀音化體這心寬 관음(觀音)의 변화한 몸은 마음 너그러우리.

東溟(동명)


高樓暮對雪峰寒 높은 누각은 저물어 눈 내린 찬 봉우리를 마주해

鏜鎝鳴鍾日色殘 쨍쨍 울리는 종소리에 해도 넘어가려 하네.

祗樹聲傳風瑟瑟 기수(祇樹)145)의 소리 전하는 바람은 쓸쓸하고

諸天響落月團團 제천 에 울려 퍼지는 달은 둥글기도 (諸天) 도 하다.

魚龍潑潑來聽渚 어룡(魚龍)이 뛰어오르니 물가에 와서 듣고

鳥獸蹌蹌舞山巒 조수(鳥獸)가 흔들거리며 산에 와서 춤을 추는구나.

擊磬禪師何處在 경쇠를 치던 선사는 어는 곳에 있는가?

慈悲濟衆道心寬 자비로 뭇사람 구제하니 도심이 너그럽다오.

竹翁(죽옹)


高秋古寺暮鍾寒 높은 가을 옛 절에 저녁 종소리 쓸쓸한데

霜落山空夜夢殘 서리 내리고 산은 비어 밤 꿈을 설친다.

宿鳥驚拪移木末 자던 새는 둥지에서 놀라 나무 끝으로 옮기고

老禪念呪坐蒲團 노승은 염불하며 부들방석에 앉았구나.

明懸新月留孤影 밝게 걸린 새달은 외로운 그림자를 남기고

聲遏纖雲過遠巒 소리 막은 가는 구름은 먼 산을 지난다.

記得人間方外隔 사람이 세상 밖에 떨어져 있음을 기억하고

野容遼敻洞心寬 들은 아득함 포용하고 골짜기는 마음 너그럽다네.

寄隱(기은)


鍾樓高出遠山寒 종루는 높이 솟고 먼 산은 쓸쓸한데

一杼聲長夜未殘 한 북소리 오래도록 밤에 사라지지 않네.

紅樹飄零秋寂寂 붉은 나무 떨어지는 가을은 쓸쓸하기만 하고

白雲掛在月團團 흰 구름에 걸려 있는 달은 둥글기도 하다.

大鳴空色知幽境 공(空)과 색(色)을 크게 울려 그윽한 경계인 줄 알고

似到囂塵滯重巒 소음과 먼지 이르러 첩첩한 산에 막힌 듯하여라.

遁客騷人頻顧眄 은거한 객과 시인은 자주 돌아보니

三千世界净而寬 삼천의 세계가 고요하고 너그럽다오.

素軒(소헌)


140) 단경(丹經):도가(道家)의 경전을 가리킨다.


141) 육진(六塵): 중생의 마음을 더럽히는 여섯 가지. 색(色),성(聲),향(香),미(味), 촉(觸), 법法)을 말한다. 


142) 제천(諸天):제천은 불법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들을 말한다. 혹은 불교 사원(寺院)이나 암자의 별칭으로도 쓰인다.


143) 사양(師襄):춘추 시대의 유명한 악사 양자(襄子)로 거문고 연주에 능했다. 공자가 사양에게 거문고를 배웠다는 내용은 『공자가어(孔子家語)』 「변악해(辯樂解)」에 나온다.


144) 오현 풍교:오현(吳縣)은 중국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에 있다.오현(吳縣) 있다. 이곳 서남쪽에 한산사(寒山寺)와 풍교(楓橋)가 있는데,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가 이곳에 이르러 「풍요야박(楓橋夜泊)」이라는 시를 지은 일로 인하여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145) 기수(祇樹):지수는 불가의 말로 지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의 약칭인데 이 동산의 정사(精舍)에서 부처가 설법(說法)하였다. 사찰의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