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2

페이지 정보

조회 937회 작성일 2021-02-24 11:24

본문

10. 山庵暮鍾 산 암자에 저녁 종소리-2


164쪽 상단


樵歌已歇寂靑山 나무꾼 노래 이미 그치고 청산은 적막한데

古寺鍾鳴日色殘 옛 절의 종소리 울리고 해도 저물어가네.

帶雨聲來天漠漠 비 내리는 소리 들려 오고 하늘은 아득한데

穿雲響落月團團 구름 뚫은 울림 사라져도 달은 둥글기만 하다.

始疑鯨怒聞蒼浪 푸른 물결 소리 듣고 고래가 성냈나 의심하고

更恐龍吟吼疊巒 첩첩한 산에 울음소리 듣고 용인가 두려워하네.

憑問姑蘇城外夜 고소성(姑蘇城) 밖의 밤을 묻고자 하니

江楓何處客愁寬 강가 단풍 어느 곳이 나그네 근심 너그러운가?

峴愚(현우)


一聲鍾落寺邊山 절옆의 산에서 한 소리의 종이 울리자

遠樹蒼蒼日影殘 먼 숲은 어둑어둑 해그림자 사라지네.

倘是客笻來飯後 갑자기 나그네가 지팡이 짚고 와서 식사 후에

也應緇服坐蒲團 또 검은 옷으로 부들방석 깔고 앉는구나.

初聞淸轉經深壑 처음 들은 맑은소리가 깊은 골짜기 지나더니

更作噌吰動碧巒 다시 시끄러운 소리 되어 푸른 산을 울리네.

穿破曇雲蘿月外 담쟁이 넝쿨에 뜬 달 밖으로 구름 뚫고 나오고

鯨音收歇洞天寬 고래 소리 그치자 골짜기 하늘이 너그러워지네.

笑堂(소당)


寺鐘一落暮山寒 절의 종소리 한 번 울리면 저녁 산이 쓸쓸하고

城外江楓漁火殘 성 밖 강가는 단풍 들고 고기 잡는 불 희미하다.

船客聞聲迴桂棹 배 나그네는 소리 듣고 계수나무 노를 되돌리고

道僧不語坐蒲團 도승(道僧)은 말하지 않고 부들방석에 앉았구나.

西天金氣鳴空界 서쪽 하늘에 금빛 기운 공(空)의 세계를 울리고

覺海鯨音動碧巒 깨달음의 바다에서 고래 울음이 푸른 산에 진동하네.

佛樂亦能如許大 부처의 즐거움은 또한 저처럼 큰 것을 용납하나니

書樓閑聽我懷寬 서루에서 한가로이 듣는 나의 회포가 너그럽다오.

雪隱(설은)


飯後鍾鳴滿月山 식사 후에 종소리 울리고 산에 보름달이 떴는데

梵王宮殿夕陽殘 석가모니 궁전은 석양에 저물어가네.

唄音間奏三乘透 범패 소리 간간이 울려 삼승(三乘)138)이 통하고

金氣中空萬法團 금(金) 기운 속에 공(空)은 만법(萬法)이 같다오.

勢吼鯨鯢飜海窟 고래가 우는 모양과 소리에 바다 굴이 뒤집히자

聲驚鬼魅遁林巒 귀신 도깨비 소리에 놀라 숲과 산에 숨는구나.

詩僧應有敲推手 시승(詩僧) 응당 퇴고(推敲)하는 손길이 있고

雲水行蹤自占寬 구름과 물의 자취에 저절로 너그러워지네.

素山(소산)


鍾播暮庵山愈寒 종소리 저녁 암자에 퍼지자 산은 더욱 쓸쓸해져

近聽雄大遠聽殘 가까이서 들으면 웅대하고 멀리서는 사라지네.

一聲忽落雲如破 한 소리 갑자기 그치자 우름이 깨지는 듯하고

萬籟皆空月正團 온잦 소리 모두 공허해도 달은 그저 둥글구나.

有客始聞今夜樂 나그네가 오늘 밤의 음악은 처음 들으니

何僧自打此間巒 어느 중이 이 산속에서 스스로 연주한다.

諸天合在藤蘿外 절은 합하여 등라(藤蘿)의 밖에 있으니

隔岸鯨音慈海寬 건너편 언덕 고래 소리 인자한 바다의 너그러움이라.

白又(백우)


一聲鍾落暮天寒 한 가락 종소리 울리자 저녁 하늘 쓸쓸한데

三昧僧歸梵語殘 삼매(三昧)에 든 스님은 돌아가며 불경 외운다.

忽破閑機還性合 한가한 기미 갑자기 깨뜨려 다시 성품 합하고

發乎深省覺心團 깊은 성찰을 하여 깨달아야 마음이 온전하다네.

碧空雷動逃魑魅 푸른 하늘에 우레 동하자 도깨비 도망가고

古窟龍吟裂岳巒 옛 굴에 용이 읊조리자 산이 찢기는 듯하구나.

倚杖問來義憤起 지팡이에 의지해 물어 와 의분(義憤)이 일어나

試把長劒雄風寬 시험 삼아 장검을 잡으니 웅장한 바람 너그럽네.

聾岩(농암)


轟雷鯨吼閣秋寒 가을 누각 차가운데 요란한 우레 고래처럼 울려

响响林端曳響殘 숲 끝에 울리다가 울림이 사라진다.

般若有心聆法螺 반야(般若)에 마음 두어 법라(法螺)139)를 듣고

如來無漏聽蒲團 여래(如來)는 빠짐없이 부들방석에서 듣는다오.

更深落葉飛高木 다시 깊게 낙엽이 높은 나무에 날리면

坐久愁雲退重巒 오래 앉으니 시름 구름이 첩첩한 산으로 물러나네.

非但緇徒知警省 비단 승려만이 아니라 경계하여 살필 줄 알아야 하니

能令雖俗復回寬 비록 속세에서라도 다시 너그러워지게 해야 하리라.

樵史(초사)


一聲鍾打暮天寒 한 종소리 울림에 저녁 하늘 스산하고

詹漏爐香共欲殘 처마에 빗소리와 화로의 향기 모두 사라지려 하네.

徐歇霜林危鳥夢 서리 내린 숲에 위태로운 새의 꿈이 천천히 그침에

靜聽蕉院撼蒲團 파초 정원에 부들방석 당겨 고요히 듣는다오.

孤舟晩泊烟生渚 외로운 배 늦게 안개 이는 물가에 정박함에

齋飯纔過月上巒 재계하고 밥 먹은 후에 달이 산에 뜨는구나.

近地居人知祝偈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알고 쉬기를 빎에

六門金佛放光寬 육문(六門)에 금불상은 광채가 너그럽기도 하다.


石下(석하)


一鍾當暮響千山 한종소리 저녁에 온 산에 울림에

前唱後應故不殘 앞에서 소리 내고 뒤에서 응하여 사라지지 않는구나.

烏啼欲罷風還靜 까마귀 울음 그치려 하자 바람이 다시 고요하고

漁笛已歸月正團 어부의 피리 소리 이미 돌아가도 달은 그저 둥글다.

早年相對京城閣 경성(京城)의 누각을 이른 나이에 마주했고

是夜又聽寒寺巒 한가한 절의 산에서 이 밤에 또 듣는다네.

隱隱舊聲盈耳在 은은한 옛 소리가 귀에 가득 있으니

我懷紆鬱亦難寬 나의 회포 우울하여 너그럽기 어렵다오.

松隱(송은)


九景山深寺閣寒 아홉 번째 경치는 산이 깊어 절의 누각도 한산하고

松聲泉響入雲殘 소나무 소리와 샘의 울림도 구름에 들어 사라지네.

風恬烏峴烟初纈 바람이 오현(烏峴)에고요하니 안개가 처음 맺히고

雨洗爐峰月正團 비가 향로봉(香爐峰)을 씻으니 달이 둥글게 뜬다오.

征鴈飜飛凌碧落 가는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뚫고 날아가고

旅人危坐對重巒 나그네는 첩첩한 산을 마주하고 우뚝히 앉았구나.

箇中眞景描難得 그속에 진경(眞景)은 묘사하기 어려우니

想到鍾圍幾尺寬 생각이 종소리 둘레에 이르면 얼마나 너그러운지?

迂軒(우헌)


孤庵卜築碧山寒 외로운 암자 지어도 푸른 산은 한산한데

鍾扣此時日色殘 종을 칠 이때는 햇빛도 사라지네.

聲落樓頭千語黙 소리 그친 누각 머리는 모든 소리 고요하고

形如天體一輪團 모양은 하늘의 몸으로 바퀴처럼 둥글다오.

帶雨遠聞蒼海棹 빗소리에 멀리 푸른 바다의 돛 소리를 듣고

過江穿破白雲巒 강을 지나자 흰 구름이 산을 뚫고 나오네.

沙門寂寞黃昏定 사문(沙門)은 적막하니 황혼이 감돌고

坐讀丹經氣宇寬 앉아 읽는 단경(丹經)140)은 도량이 너그럽구나.

南溪(남계)


138) 삼승(三乘):삼승(三乘)일반적으로 소승(小乘), 중승(中乘), 대승(大乘)이 세 가지 해탈의 도를 가리킨다. 불법을 깊이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139) 법라(法螺):불사의 악기로서 예부터 사용되었으며 특히 승려가 수행할 때 사용했던 불구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