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양양의 6·25 비화

말똥을 걸러서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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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48회 작성일 2010-04-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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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을 걸러서 먹다

소련군은 주식은 계란을 풀은 밥을 해먹기도 하지만 편하게 식사대용으로 먹는 것은 헐레발이란 빵이다. 평상시엔 이것을 베개처럼 베고 자다가 일어나면 이것을 툭툭 털고는 뜯어먹는다. 이것을 본 양양사람들은 참으로 미개하다 욕을 했지만, 그러면서도 음식이 귀하니 소련군이 던져주는 헐레발이라도 먹어야 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더럽고 깨끗하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련군이 특히 좋아하는 곡식으로 팥이 있었다. 팥을 주면 헐레발을 주곤 하였다. 일종의 물물교환이었다. 헐레발도 주는 사람의 심성이 고약하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헐레발의 품질이 달라졌다. 어떤이는 속이 꽉 찬 헐레발을 던져준다. 그러나 어떤 이는 속은 저희가 파먹고 겉껍질만 던져주는 것이었다.

청곡리에 소련군 주둔지가 있었다. 이들이 주둔하는 곳에는 양이 몇 마리 매어져 있었고 근처 초원에 방목을 하곤 했다. 또 말도 많았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말 발자국이 솥뚜껑만 하였다. 그만큼 큰말이었다. 양은 고기대용이었지만 말은 기마용이었다.

청곡리 주변의 연창리, 송암리 등의 마을 할머니들은 말이 똥을 눈곳을 찾아다녔다. 말의 주식이 보리였는데, 소화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말똥을 뒤지면 보리낱알이 나오곤 했다. 그러면 이 보리낱알을 가지고 물에 걸러서 깨끗한 보리를 추출하여 갖고 가는 것이었다. 그만큼 배고팠던 시절이었다. 쑥뿌리도 캐어 먹던 시절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