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양양의 6·25 비화

소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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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80회 작성일 2010-04-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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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를 잡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그 사이에 기리는 아군이 수복을 일시 하였다가 다시 물러나고 1951년초에는 인민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정초에 회식을 하려 소를 잡기로 하였다. 잡을대상을 물색하던 중 외딴 곳에 사는 정연두 씨 집의 소가 마침 노쇠

하여 잡을 때가 되었다. 장소도 외진 곳이어서 안성마춤이었다. 그래서 한 밤에 가서 잡아서 나오다가 그만 정치보위부 산하 정보대의 감찰요원들에게 발각이 되었다. 옷은 하얗고 세상은 어두운 밤중이다보니 쉽게 눈에 띤 것이었다.

“아버지동무, 그게 뭐요.”

“이건 소고기입니다.”

“뭐에 쓰는 거요?”

“주민들이 먹으려고 잡았습니다.”

“소를 잡는 것은 법에 위배되는 것인데요?”

“정연두 씨 집 소가 늙어서 죽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잡았습니다.”

“가 보오.”

주민들은 가보라고 하였지만 발걸음이 잘 놓여지지가 않았다. 후환이 두려웠던 탓이다. 주민들은 궁리 끝에 정치보위부 사람들을 불러대접을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없는 곡식이지만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곡식을 거두어 급히 발방아를 찧어 떡국을 끓여놓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려 정치보위부 감찰요원들을 초청하였다. 그리하여 잘 대접하면서 사정을 설명하였다.

그렇게 대접을 한 이후 다행히 마을에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게 그 어려웠던 시절을 기리 주민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