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양양의 6·25 비화

토박이는 안 데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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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90회 작성일 2010-04-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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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는 안 데려가고

마상민은 북암리에 살다가 1950년 6․25가 나던 해에 기리로 이사를왔다. 이사 오고 난 몇 달 후였다. 6․25가 터졌을 무렵인데, 인민위원장이 찾아오더니 큰아이(마주환)가 인민군에 갈 나이가 됐으니 군대를 가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인민위원장이 가고 난 뒤 마상민은 사랑채에서 김치 한 조각에 술 한 사발을 받아놓고 한 잔 먹으면서 혼잣말로 욕을 해댔다.

‘본토박이는 안 데려가고 외지에서 왔다고 군대에 끌고 가냐?’

그랬는데, 하필이면 이 말을 근처에서 엿듣던 세포위원장에게 걸린 것이었다. 세포위원장은 이 말을 그대로 양양내무서에 신고를 했다.

이튿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양양내무서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데리고 갔다. 그리고 취조하기를

“아버지 동무, 어제 무슨 말을 하였소?”

“난, 아무 말 한 거 없습네다.”

“무시기, 어제 무슨 말을 했다고 들었는데, 잘 생각해보오.”

“난, 정말로 한 말 없습네다.”

내부서원은 장작더미 위에 마상민을 올려놓고 구둣발로 짓밟으면서 고문을 했다.

집에서는 마상민이 끌려가자 가족들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였다. 고심 끝에 인민위원장에게 청탁을 넣어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가족들은 인민위원장을 찾아갔다.

“위원장 동무.”

“아. 어서 오오. 무슨 일입네까?”

“한 가지 청탁이 있습네다.”

“말해보오.”

“우리 주환이 아빠가 어제 양양 내무서에 끌려갔습네다. 술 한 잔 먹고 홧김에 어떤 말을 한 것 같은데, 아마 오해가 있었던 듯싶습니다. 풀려 나오도록 잘 좀 부탁합네다.”

“알았습네다. 한 번 찾아가 보지요.”

며칠 후 마상득은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