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문화22호

경로효친문예작품 초등부 산문부문 최우수상-외할아버지의 생신/오종현(송포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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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86회 작성일 2011-02-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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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의 생신

오종현(송포초등학교 5학년)

 

외할아버지의 생신이어서 강릉 외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전주에 사시는 큰 이모, 춘천에 있는 셋째 이모, 서울에 있는 작은 외삼촌, 큰 외숙모, 양양에 있는 우리 가족, 강릉에 있는 둘째 이모까지 모두 모였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딸들이 다 모여서 너무 좋다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다며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리고 엄마가 말씀해 주셨는데 외할아버지께서는 많이 아프셔서 큰 수술도 여러 번 하셨다고 한다. 10년 전에는 위암 수술을 하셨고, 수술하시고 5년 뒤에 또 대장암에 걸려서 대장암 수술을 하셨다.

수술을 하시고 나서 할아버지께서는“이런 병들이 왜 나만 두 번 씩이나 걸리냐?”고 속상해 하셨다고 한다. 엄마한테 그 말씀을 들으니까 내가 아끼는 총을 가지고 놀다가 넘어져 많이 다쳤는데 총까지 망가진 것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마음이 아팠다.
요즘에는 구토와 설사를 더 하신다고 외할머니께서 걱정하셨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보니 외할아버지께서 방학 때보다 많이 쇠약해지신 것을 알았다.

이번 여름 방학 때 뵈었을 때보다 주름이 하나 더 느신 것 같았고, 별로 힘들지도 않은 일도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안 그래도 작은 키가 등이 굽어서인지 더 작아 보이셨다.
그 모습을 보니‘평소 할아버지를 더 편하게 해 드리고 말동무도 되어 드리고 어깨라도 더 주물러 드릴 걸’하고 후회했다. 동생 수현이랑 매일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 채널만 이리 저리 돌리던 생각이 났다.

나만 생각했지 아프신 할아버지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제부터는 강릉에 올 때마다 엄마에게 음식은 소화가 잘되는 것으로 가져가자고 말씀드려야겠다.

위암이나 대장암으로 소화를 잘 못 시켜서 고생하시니 꼭 그렇게 하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 말씀처럼 힘들지 않은 가까운 곳에라도 자주 놀러가자고 말씀 드려야 되겠다.

 

다음에는 외할아버지 댁에 갈 때 기타를 들고 가야겠다. 예전에
“우리 아들. 엄마 지금 슬퍼! 우리 아들이 기타를 쳐주면 기분이 좋아 질 것 같아.”
이렇게 말씀하시면 그 때 나는 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배웠던 곡 <태양은 가득히>, <라쿠카라차>, <아빠와 크레파스> 등을 들려드린다. 그러면 엄마는 기분이 좋아져서 일을 더 잘 하셨다.

그 때처럼 우리 외할아버지께도 내가 잘하는 기타를 쳐드려야겠다.
동생 수현이에게는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게하고 피아노를 쳐드리게 해야겠다. 그리고 할아버지 댁은 양양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여서 자주 가서 우리의 얼굴을 자주 보여드려야겠다.
내가 크고 부모님이 늙으시면 엄마와 아빠가 할아버지께 했던 것처럼 나도 부모님을 가쁘게 해 드릴 것이다. 경로효친이라는 것은‘윗사람을 아랫사람이 알아서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차타고 갈 때 뒷자리에서 동생 수현이랑 자리 서로 넓게 앉으려고 자리다툼 하던생각이 떠올라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께서는 동생보고 까불지 말라고도 하지만 오빠인 나보고 양보하라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기분 나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왜 그런말씀을 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께서 우리 엄마를 사랑하시고 엄마도 우리를 사랑으로 보살피신다. 나이도 네 살 더 많은 내가 동생에게 더 많이 양보해야겠다.

그러면 우리 엄마 아빠가 차안에서 기분이 덜 상하지 않을까?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제가 성당에서 하느님께 기도 드릴게요. 엄마 아빠, 저를 이만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