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문화25호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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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13회 작성일 2014-04-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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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과 한시(漢詩) 이야기

 

양양문화원장 양동창

 

 

 

금강산은 세계의 명산인 동시에 우리 한민족(韓民族)의 영산(靈山)의 하나이다.

 

고래(古來)로부터 일만이천봉이라 불리는 많은 기봉준령(奇峰峻嶺)과 이들이 서로 연결(連結)하여 구성되는 대 계곡(大溪谷) 그리고 그 계곡에 널려있는 수많은 폭포(瀑布) 심담(深潭) 등이 엮어 놓은 장엄함과 청정의 정취가 서 려있다.

 

예전에는 108암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표적인 사찰로 최초로 건립된 유점사(楡岾寺)를 비롯하여 장안사(長安 寺) 신계사(神溪寺) 표훈사(表訓寺) 같은 대가람(大伽藍)과 크고 작은 말사(末寺)와 암자(庵子)가 민족예술의 진수를 다한 건축미와 속인의 마음을 씻게 하는 사적(史蹟)과 전설(傳說)이 가미되어 어우러졌으나 지금은 찾아 볼 수 없 다.

 

금강산의 소재지는 북 강원도 고성군과 금강군 통천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으로 나뉜다.

 

높이 1,638m 동서로 40km 남북으로 60km 넓이 530㎢에 이른다.

 

태백산맥 북쪽에 솟아있으며 봄에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고 화려해“金剛山”이라 불리며 여름에는 온산에 녹음 이 신비함으로“蓬萊山”, 가을에는 단풍이 곱고 찬란해“楓嶽山”, 겨울에는 기암괴석의 산체가 뼈처럼 드러나므로 “皆骨山”(눈이 왔을 때는“雪峰山”)이라 불리는 천하 명산이다.

 

주봉인 비로봉 을 비롯해 옥녀봉, 월출봉 등이 남북으로 이어졌고 비로봉에서 바라보면 동해가 한눈에 보이고 일만이천봉의 기암괴석의 신비스러운 광경이 한눈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청랭(淸冷)한 계곡수는 특이한 산악미(山嶽美)와 계곡미(溪谷美)를 이루고 경쾌하게 흐른다.

 

구룡연의 구룡폭포 비룡폭포 만폭동 만물상이 있으며 신금강 십이폭포는 금강산에서 규모가 가장 큰 폭포다.

 

그리고 절경지로 관동팔경 중 북쪽지역에 있는 통천의 총석정(叢石亭)과 고성의 삼일포(三日浦)가 있으나 총석정 은 금강산 관광이 실시될 때도 개방되지 않았었다.

 

다시 금강산 육로관광이 재개되기를 소망하면서 역사속의 인물들이 금강산을 읊은 한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崔致遠)의 가장 오래된 금강산 시가 구룡연 너럭바위에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고합 니다.

 

千丈白練(천장백련) 천길 흰 비단이 내리 드리운 듯하고

萬斛眞珠(만곡진주) 만 섬 진주알이 쏟아지는 듯하구나.

 

먼저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내셨던 독곡 성석린(獨谷成石璘:1338~1423년)의 시로 아주 간결하면서도 아름 다움을 잘 표현한 오언절구(五言絶句)를 소개합니다.

 

送僧之楓嶽(송승지풍악)

一萬二千峰(일만이천봉) 일만이천 개의 봉우리가

高低自不同(고저자부동) 높낮이가 저마다 다르네.

君看初日出(군간초일출) 그대는 보았는가 해가 솟을 때

何處最先紅(하처최선홍) 어느 곳이 맨 먼저 붉어지는지.

 

다음은 난고 김립(蘭皐金笠:1807~1863년) 시를 소개합니다. 여러 수가 전하여 지고 있으나 그 중 두수를 소개 합니다.

 

金剛山(금강산)

萬二千峰歷歷遊(만이천봉력력유) 일 만 이천 봉을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春風獨上衆樓隅(춘풍독상중루우) 봄바람에 이끌려 누각 위를 홀로 오르도다.

照海日月圓如鏡(조해일월원여경) 거울처럼 둥근 해가 달은 밝게 비치니

復載乾坤小似舟(복재건곤소사주) 아득한 하늘과 땅 작고 작아 조각배 같네.

東壓天洋三島近(동압천양삼도근) 동쪽을 굽어보니 넓은 바다 삼도에 가까운 듯

北撑高沃六鰲浮(북탱고옥육오부) 북쪽은 산이 높아 여섯 자라 나란히 떠있구나.

不知無極何年闢(부지무극하년벽) 어느 때생겼는가 천지가 열린 세월 알 길 없고

太古山形白老頭(태고산형백로두) 태고 적 산 모습 늙고 늙어 머리털이 희었구나.

 

 

金剛山(금강산)

靜處門扉着我身(정처문비착아신) 고요한 암자에 이내몸 의탁하여

賞心喜事任淸眞(상심희사임청진) 기쁜 마음 즐거운 일 모두 님께 맡겼더니

孤峰罷霧擎初月(고봉파무경초월) 외로운 봉우리에 안개 개고 초승달 떠올라

老樹開花作晩春(노수개화작만춘) 늙은 나무 꽃이 필 때 늦봄이 오네.

酒逢好友惟無量(주봉호우유무량) 친구만나 술을 드니 흥취가 무량했고

詩到名山輒有神(시도명산첨유신) 명산에서 시를 읊어 마냥 신기로웠소.

靈境不須求外物(영경부수구외물) 선경이 따로 있나 다른데서 찾지 마소

世人自是小閑人(세인자시소한인) 한가롭게 사는 분네 그가 바로 신선이오.

 

가을날 금강산 마하연의 암자에서 남루한 행색의 김삿갓과 空虛스님과의 확인되지 않은 問答詩를 소개합니다.

 

僧朝登立石雲生足(조등립석운생족) 아침에 바위에 오르니 구름이 발밑에 생기네.

金暮雲黃泉月掛脣(모운황천월괘순) 저녁에 샘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네요.

僧影浸綠水衣無濕(영침녹수의무습) 그림자가 녹수에 잠겼건만 옷은 젖지 않았소.

金夢踏靑山脚不苦(몽답청산각불고) 꿈에 청산을 다녔지만 다리는 아프지 않네요.

僧石轉千年方到地(석전천년방도지) 돌이 천년을 굴러야 평지에 닿겠나.

金峰高一尺敢摩天(봉고일척감마천) 봉우리가 한자만 더 높으면 하늘에 닿겠소.

僧靑山買得雲空得(청산매득운공득) 청산을 사고 보니 구름은 공것으로 얻었네.

金白水臨來魚自來(백수임래어자래) 맑은 물가에 오니 물고기가 절로 따라오네요.

僧絶壁雖危花笑立(절벽수위화소립) 깎아지른 절벽에도 오히려 꽃은 웃고 있네.

金陽春最好鳥啼歸(양춘최호조제귀) 화창한 봄이 더 없이 좋아도 새는 울며 돌아가네.

僧月白雪白天地白(월백설백천지백)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도 다 희구나.

金山深夜深客愁深(산심야심객수심)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시름도 깊소.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된지 6년이 되었다.

금강산 관광은 온 국민의 기대와 설렘 속에서 1998년 11월 18일 금강산 관광선인 현대 금강호의 첫 취항으로 역 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다.

 

2003년 9월 고성에서 금강산, 삼일포의 육로관광으로 바뀌고 잘 추진되어 왔으며 남북통일도 이루어지리라 기 대하고 있던 중 뜻하지 않게도 2008년 7월 11일 북한군 초병에게 금강산 관광객인 박왕자 씨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온 국민은 큰 충격에 휩싸였으며 현재까지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실정입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은 있지만 율곡 이이(栗谷李珥)선생님의 금강산 답사기 중( 5언 140구) 8구를 소개합니다.

 

一覽便知足(일람편지족) 한번보고 금강산을 아는 척한다고

造物不我尤(조물불아우) 조물주가 나에게 꾸짖지 않겠지.

引杖陟崔峰(인장척최봉) 지팡이 끌면서 정상에 오르니

長風四面來(장풍사면래) 긴 바람 사방에서 불어 닥치네.

靑天頭上帽(창천두상모) 푸른 하늘 머리 위 모자와 같고

碧海掌中杯(벽해장중배) 넓은 바다 손바닥의 술잔이어라..

僧言此山景(승언차산경) 스님이 말하기를 이 산 경치는

四時皆淸勝(사시개청승) 사철 내내 모두 맑아 좋다네.

 

이이(李珥:1536~1584) 선생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학자로 호는 율곡 시호는 문성(文成) 본관은 덕수(德水)입니다. 450여 년 전 율곡선생님이 돌아보신 소감이나 6년 전 우리가 돌아본 금강산은 변함이 없으나 분단 된지 60여년 이 지난 지금 체제를 선전하기위하여 바위에 새긴 붉은 글씨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어 필자가 다음과 같 이 읊어 보았습니다.

 

登金剛山毘盧峰(등금강산비로봉)

楓嶽登山晩色秋(풍악등산만색추) 풍악산에 오르니 가을 색이 만연한데

雁陳落照下南遊(안진낙조하남유) 기러기는 낙조 속에 남으로 떠나가네.

上潭大關如湯桶(상담대관여탕통) 상 팔담은 대궐의 목욕탕 같고

瀑布仙鄕似玉樓(폭포선향사옥루) 구룡폭포는 신선이 사는 옥루 같도다.

叢石滄波包庇護(총석창파포비호) 총석정은 창파를 비호하여 포용하고

毘盧宇宙拉過抽(비로우주랍과추) 비로봉은 우주를 끌어당기도다.

紅書毁損名勝破(홍서훼손명승파) 붉은 글씨로 명승지를 훼손하였고

栗谷行方不迹收(율곡행방불역수) 율곡선생의 행적은 찾을 수가 없구려.

 

아름다운 금강산이 다시 보고 싶습니다.

하루속히 남북대화가 이루어져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몽매에도 그리운 이산가족 들이 금강산에서 만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시선 김삿갓의 한시(투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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