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비화

30. 비행기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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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93회 작성일 2016-03-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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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비행기 잔해


김주혁 (남, 85세, 강현면 석교리)

면담일 : 201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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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학교에 갔는데 낙산역에 말을 먹이는 마초가리가 화염에 쌓였다 .

해방되던 해에 회룡인민학교 5 학년 2 학기에 편입하여 동생과 같이 다녔다 .

하루는 학교에 갔는데 낙산역 ( 洛山驛 : 강현면 정암리 코레일연수원 자리 ) 에 비행기가 폭격을 하여 말을 먹이는 마초가리가 화염 쌓였다 .

전란 중 증조부만 집에 남아 계시고 금풍리 산골짜기 흔 집 등을 골라 살거나 산중에 들어가 움막을 치고 숨어 지내다 수복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니 마을 사람들이 이미 돌아와 있었다 .


- 설악산 골짜기에 떨어진 비행기 잔해를 3 번 져 날랐다 .

국군 비행기가 설악산‘깊은 게’에 떨어졌다 . 길이 험하고 멀어서 갈 수가 없었다 . 그때 둔전리에 치안대 설악대가 파견되어 있었는데 치안대원이 와서 마을 청년들에게‘깊은 게’에 가서 그 비행기 잔해를 운반해 오면 무게를 달아 돈을 주겠다고 하였다 . 마을 청년 몇이 아침 일찍 올라가니 점심때가 되었다 . 대청봉 아래이다 . 현장에 도착하니 벌써 비행기를 해체하여 놓아서 사람이 다쳤는지 알 수 없었다 . 나는 적당히 지고 내려와 설악대 마당에 놓고 저울에 달아보니 22kg 이었다 . 이렇게 3 번을 설악산에 갔다 왔다 . 그런데 임금을 주겠다던 약속은 다음에 준다고 하면서 주지 않아 돈은 받지 못했다 . 그 치안대원은 용천사람으로 그 후 몇 번 만나 따지고 싶었지만 참고 말았다 .


- 전쟁을 겪은 민족의 아픈 기억 , 불발탄사고로 목숨을 잃다 .

전쟁이 끝나고 수복이 되자 마을 아이들은 놀 만한 장난감이 없으니 산에 가서 새도 잡고 열매도 따 먹으면서 놀았다 . 나의 동생과 김성광은 마을 친구 사이다 . 둘이는 산에서 총 앞에 부착하고 쏘는 포탄을 주웠다 .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은 둘이는 작대기 끝에 끼우고 산새를 잡는다고“야 ! 너 피해 . 터지면 죽어 ! ”하며 작대기를 나무에 탁 쳤다 . 그러자 폭탄은 터지면서 불꽃이 지금 불꽃놀이 하는 것처럼 불꽃가루들이 쏟아져 성광이의 온 몸에서 불이 붙어 마음이 급하고 어떻게 할 수 없어 방축 물에 뛰어 들었다 . 밤에 보니 퍼런빛의 성광이 몸에서 났다 . 어른들께 알려 관덕정에 의무대가 있었는데 업고 달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죽고 말았다 . 동생은 머리에 몇 개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

두엽이와 억엽이는 형제인데 마음이 착한 아이들이었다 . 하루는 친구들이 물에 놀러가자고 하니 할아버지가 조밭을 매야 한다고 못 가게 했다 . 조밭을 매던 중에 터지지 않은 포탄을 발견하고 밭 멀리 던져버렸다 .

점심시간에 두 형제는 아까 할아버지가 던져 버렸던 포탄이 생각나서 밭머리에서 찾아서는 바위에 두드렸다 . 순식간에 포탄이 터지며 형과 기엽이는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이 되어 흩어졌고 뒤에서 구경하던 동생 억엽이는 온몸에 파편이 박혀 급히 업고 군 의무대에 갔지만 살지 못하였다 . 이는 전쟁을 겪은 민족의 아픈 기억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