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8. 高積浮雲 고적치(高積峙)의 뜬구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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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8회 작성일 2021-02-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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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高積浮雲 고적치(高積峙)의 뜬구름-2


131쪽


積土爲峰擁以雲 쌓인 흙이 봉우리 되고 구름이 안으니

高齊天路是三分 높게 가지런한 하늘길이 세 갈래로 갈렸네.

半空常作蒙籠氣 반쪽 하늘은 항상 몽롱한 기운을 만들고

絶壁還開錦繡文 절벽은 다시 비단 수놓은 문채를 열었도다.

雨後從龍林下宿 비 온 뒤에 용을 따라 숲 아래에서 잠들고

宵來伴鶴月中群 밤이 오자 학을 짝하여 달 속에 무리짓는다.

世間名利都如彼 세상 속의 명리란 모두 저와 같나니

不義浮榮不願聞 의롭지 않은 헛된 영화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오.

笑堂(소당)


高積峰高常有雲 고적봉은 높아 늘 구름이 있으니

雲峰蒼翠影難分 구름 낀 봉우리는 푸르러 그림자 분간키 어렵네.

削金鰲立層層骨 금(金)을 깍아 자라 세우니 층층이 뼈대요

如山龍從都都文 산과 같은 용을 따르니 모두가 문채가 나는구나.

岑上自怡誰隱跡 봉우리 위에 유유자적함은 누가 은거한 자취인가?

山中早管士離群 산속에 이른 피리 소리는 선비가 무리 떠나서라오.

無心出峀歸來晩 무심히 드러난 봉우리에 늦게 돌아옴은

陶後今人鮮有聞 도연명(陶淵明) 이후 지금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어라.

雪隱(설은)


高積晴峰逈抻雲 높게 쌓인 맑은 봉우리 멀리 구름 펼쳐져

雲出無心合又分 구름은 무심히 합하였다 나누는 곳에서 나오네.

瑞近蓬萊常有色 상서로움은 봉래(蓬萊)에 가까워 늘 색이 있고

暝歸岩穴述其文 어두움은 바위구멍에 가까워 그 문채를 서술한다오.

明時際遇飛龍子 날으는 용 새끼는 밝을 때 만나고

別處俄過白鷺群 흰 해오라기 무리는 이별하는 곳을 잠시 지나는구나.

管領多年自怡悅 주관한 지 여러 해 동안 스스로 기뻐하니

居人有道不求聞 사는 사람 도가 있어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는다오.

蓮宇(연우)


嶺上紛紛多白雲 고개 위에 어지러이 흰 구름 많아

斜形倒影郁相分 기운 모양에 뒤집힌 그림자 빛나게 서로 나뉘었네.

深堆遠峀圍屛障 깊은 언덕 먼 봉우리가 둘러 쌓은 산이요

淡抹長空耀錦文 담담히 칠하여진 긴 하늘 빛나는 비단 문채로다.

碧玉潭凝龍變彩 벽옥 같은 연못은 용이 변하는 무늬 응축되어 있고

黃精圃潤鹿呼群 누런 정기의 채소밭은 윤택해 사슴이 무리 부르네.

旱年能作人間雨 가뭄이 든 해에 사람이 비를 만들 수 있다면

四野魚喁竟未聞 백성들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리는 일 없었으리.

素山(소산)


高山積翠接浮雲 높은 산은 푸르름이 쌓여 뜬구름과 접하니

淡淡閑閑合復分 담담하고 한가롭게 합쳤다가 흩어진다.

龍沼晩雷含雨意 용소(龍沼)에 늦은 우레 비를 머금은 뜻이요

爐峰夜月篆烟文 향로봉(香爐峰) 밤달은 연기의 무늬로다.

是非不管人間事 인간사 시비(是非)에 상관하지 아니하고

去住無心鳥與群 새와 무리 지어 가고 옴이 무심하구나.

問爾街童師那在 거리 아이에게 스승님 어디에 계시는지 물어도

只應深處採歌聞 단지 깊은 곳 약초 캐는 노래만 들을 수 있다 하네.

白又(백우)


山與天高恒帶雲 산과하늘이 높으니 늘 구름이 끼어

雲同山積渾難分 구름은 산이 쌓인 것과 같아 구분하기 어렵다.

疊岳奇形疑有寺 첩첩한 험한 산 기이한 모양이라 절 있을 듯한데

時變態曜成文 가랑비 내릴 때 변하는 모양 문채 이룸이 빛난다.

或從處士與之友 간혹 처사와 그의 벗을 따른다고 하지만

常依龍神他作群 항상 신룡(神龍)이 만든 여러 사물에 의지한다오.

必也此間居魏野 반드시 이 사이에 위야(魏野)121)가 거처하리니

鞱光晦跡不求聞 빛 감추고 자취 감추어 알려짐을 구하지 않는다오.

聾岩(농암)


日薄同虛逗晩雲 해는 엷어 없는 듯하더니 저녁 구름에 머물러

黃旗蒼狗遠微分 누런 깃발인지 푸른 개인지 희미하여 분간키 어렵네.

神光漢畤紛紛擧 신비한 광채의 한치(漢畤)122)는 어지러이 솟아 있고

王氣岐山郁郁文 왕 기운의 기산(岐山)123)은 빛나는 문채로다.

飛去只愁霞作伴 노을이 짝을 만들어 날아감을 단지 근심하니

宿來未覺鳥爲群 새가 무리 지어 자러 옴을 깨닫지 못하는구나.

適來適去無爭競 가고 오고 가고 감에 다툼이 없으며

只有牛鳴隔石聞 단지 소 우는 소리가 건너편 바위에서 들리는구나.

樵史(초사)


出門獨立見孤雲 문을나서 홀로 서서 외로운 구름을 보니

高積靑山杳十分 높이 쌓인 푸른 산은 아득하기만 하네.

飛散無期連海氣 날아 흩어지며 기약 없이 바다 기운에 이어지고

淸閑成性應天文 맑고 한가로움 성품을 이루어 천문(天文)에 응답한다.

在上曉攀星斗轉 새벽에 잡힐 듯한 별들의 움직임 위에 있고

俯臨秋送鴈鴻群 가을에 보내는 기러기 무리를 굽어보네.

此村一面勝仙界 이 마을 한 번 보니 선계(仙界)보다 좋으니

誰使是非聲到聞 누가 시비의 소리를 들리게 하겠는가?

石下(석하)


高積嶺頭有白雲 높이 쌓인 봉우리 머리에 흰 구름 있으니

朝朝暮暮合而分 아침과 저녁마다 합하였다가 나뉘는구나.

一抹英英從地氣 한 가닥 영롱함도 지기(地氣)를 따른 것이요

萬鱗細細動天文 만 비늘처럼 세세하게 천문(天文)이동한다오.

行時必有生靈望 행할 때는 반드시 백성(百姓)의 소망이 있고

禮處應多誦禪群 예 갖춘 곳은 응당 선(禪) 암송하는 무리 많다네.

若將靑色洛橋去 만약 푸른색의 낙교(洛橋)124)에 간다면

快得芳名天下聞 분명 꽃다운 이름 천하에 알릴 수 있으리라.

松隱(송은)


七景西南嶺上雲 일곱 번째 경관은 서남쪽의 고개 위의 구름이니

嶺高雲積杳難分 고개가 높고 구름이 쌓여 아득히 구분키 어렵구나.

山中獨有遲遲日 산속에 홀로 있으니 더디고 더딘 날이요

天際遙開郁郁文 하늘 사이가 아득히 열리니 빛나고 빛나는 문채로다.

萬里相隨龍出洞 용이 나오는 골은 만 리에 서로 따르고

千年長與鶴爲群 학은 무리를 이루어 천 년을 장수하네.

太虛一点無人識 하늘에 한 점을 사람들 알지 못하지만

故放雷聲下界聞 우렛소리 풀었기에 아래 세상에서 듣는 것이라오.

迂軒(우헌)


高積峰頭一片雲 높게 쌓인 봉우리 머리에 한 조각 구름이

恒浮所在不須分 항상 떠서 있는 곳 분간하기 어렵네.

因風或露晴天景 맑은 하늘 경치가 바람 때문에 간혹 이슬 내리고

欲雨仍成碧峀文 푸른 봉우리 무늬 비 내리려 하자 이내 이루어진다.

往往住時遊俗客 왕왕 머무른 때는 노니는 속세의 객이요

紛紛起處下仙群 어지러이 일어나는 곳은 내려온 신선 무리라네.

丁寧此地非人世 정녕 이 땅은 인간 세상이 아니니

願見年來已熟聞 전부터 이미 익숙히 들은 것을 보기 원한다오.

南溪(남계)


121) 위야(魏野, 960-1019):송나라의 시인이자 은자로, 자는 중선(仲先)이다. 섬주(陝州)의 동쪽 교외에다 초당(草堂)을짓고 살면서 초당거사(草堂居士)로 자칭하였으며 저서로 『초당집(草堂集)』이 있다.


122) 한치(漢畤):한(漢)나라 때 천지(天地)와오제(五帝)에게 제사 지내던 곳으로,지금의 협서성(陝西省) 풍상현(風翔縣) 남쪽에 있다.‘畤’는 『說文解字』에 “천지와 오제가 기틀을 잡은 곳으로 제사를 지내는 땅이다[天地五帝所基址祭地].”라고 하였다.


123) 기산(岐山): 산 이름. 섬서성(陝西省) 기산현(岐山縣) 동북쪽에 있으며 주나라의 고공단보(古公亶父)가 북쪽 오랑캐의 침략을 피해 여기에 주 나라 터전을 잡았다.


124) 낙교(洛橋):중국 하남성(河南省)낙양(洛陽)시의 서남, 낙수강(洛水江)에 놓인 다리를 이르는 말. 수나라 양제가 지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