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6. 爐峰明月 향로봉의 밝은 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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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20회 작성일 2021-02-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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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爐峰明月 향로봉의 밝은 달-2


97쪽


玉免揚輝最先峰 달이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빛을 발하니

百杯恒少此時逢 이 때를 만나면 백 잔의 술도 항상 적도다.

溪邊活水明穿石 계곡 주변 살아있는 물은 바위를 분명히 뚫고

嶺上歸雲暮宿松 고개 위에 돌아가는 구름은 저물어 소나무에서 자네.

白屋用光身厥罪 가난한 집에 빛을 발해도 몸은 죄가 없고

靑山得齊夜爲容 푸른 산은 가지런함을 얻어도 밤은 모두 수용한다오.

朝來請看其椒又 아침에 와서 그 산초나무 보기를 청하니

日照香烟紫氣濃 해 비치자 향로봉에 안개 자색 기운으로 진하도다.

峴愚(현우)


積聚香烟秀一峰 쌓인 향기로운 안개에 한 봉우리 빼어나니

庶幾月下玉人逢 달빛 아래 얼마나 옥 같은 사람 만났는가?

四山環匝風鳴竹 서쪽 산을 두른 바람은 대숲을 울리고

萬里虛明鶴返松 만리공중을 밝힘에 학이 소나무로 돌아오네.

吳子寧能添桂魄 오자(吳子)94) 어찌 계백(桂魄,달)을 더할 수 있었고

姮娥如彼冶花容 항아(姮娥)95)는 저처럼 꽃 같은 얼굴 가꾸었나?

良宵輸得無邊景 좋은밤에 달이 끝없는 경치를 얻었으니

酒情詩懷與共濃 술 마시는 정회와 시 회포가 함께 깊구나.

笑堂(소당)


朝看紫烟暮碧峰 아침에 붉은 안개와 저녁에 푸른 봉우리 보며

焚香對月好迎逢 향불 피우고 달을 대하는 만남이 좋구나.

氷輪光近淸心水 빙륜(氷輪,달)의 빛은 맑음 마음의 물과 가깝고

桂魄還生望嶺松 계백(桂魄,달)은 다시 떠 고개 소나무에 보이네.

成色山間知寓目 산 사이에 이룬 색(色)에 눈을 둘 줄 알고

來時盃上問從客 술잔 위에 이르는 때에 따르는 길손에게 묻노라.

草堂今夜西猶在 초당에서의 오늘 밤도 서쪽에 오히려 있으니

應是高僧睡未濃 응당 고승(高僧)은 깊은 꿈 꾸지 못하리라.

雪隱(설은)


東來明月上爐峰 동쪽에서 밝은 달이 향로봉에 떠오르니

霽景秋光此夜逢 개인 경치에 가을빛을 이 밤에 만났구나.

圓如盤玉平如鏡 옥쟁반처럼 둥글고 거울처럼 평평하고

輪掛靑天影掛松 푸른 하늘에 바퀴 건 듯 소나무에 그림자 걸렸네.

不識桂仙垂兩足 계수나무 신선 알지 못해도 모두 흡족하고

太淸瑤帝露眞容 옥 황제의 맑음이 이슬의 참된 모습이라.

李白文章今在否 이백의 문장 지금도 남아있는가?

江南二美宿烟濃 강 남쪽의 두 아름다움에 묵은 안개 짙구나.

蓮宇(연우)


月滿香爐第一峰 달이 향로봉 가장 높은 봉우리에 가득하니

團團金餠夜來逢 둥근 금병(金甁)을 밤에 와서 만나는구나.

天無私照能披霧 하늘은 사사로운 비춤 없어 안개를 열 수 있으니

山不全含半掛松 산이 온전히 머금어 소나무에 반쯤 걸어두었네.

甁水淡淡眞佛性 호리병 물은 담담하여 참으로 부처의 성품이요

鏡花瀲瀲美人容 거울의 꽃은 넘실넘실 미인의 얼굴이라.

宇宙涵虛觀物衆 우주가 머금은 뭇 사물을 보니

剩得今宵睡未濃 아마 오늘 밤도 잠들지 못하리라.

素山(소산)


烟歇香爐月上峰 안개그친 향로봉 달 뜬 봉우리를

愛看何夜不相逢 어느 밤은 서로 만나지 못하니 사랑하여 보네.

寒蟾吐影移丹桂 찬 달이 그림자 토해내며 붉은 계수나무로 옮겨가니

舞鶴飜光下碧松 춤추는 학은 빛에 날갯짓하며 푸른 솔에서 내려온다.

萬里轉來輪以體 만 리를 굴러온 바퀴가 몸이요

半空懸在鏡爲容 반쯤 공중에 매달려 있는 거울이 얼굴이네.

今宵剩得幽閑趣 오늘 밤 그윽하고 한가로운 정취를 가득 얻어

風與雙淸一氣濃 바람과 모두 맑은 한 기운이 짙네.

白又(백우)


咫尺去天卓彼峰 하늘과 지척인 저 봉우리

月輪夜夜最先逢 바퀴 같은 달을 밤마다 먼저 만나는구나.

分明氣像新磨鏡 분명한 기상은 새로 만든 거울 같은데

崇立風姿特秀松 높이 선 풍체는 특히 소나무가 빼어나지.

一望雲山開畫境 안개 낀 산의 그림 같은 경계를 한 번 보니

疊羅泉石盡花容 샘물과 바위 모두 꽃의 모습으로 겹겹이 펼쳐진다.

化翁假我無雙景 조물주가 나에게 둘도 없는 경치를 빌려주어

試把短琴興未濃 시험 삼아 단금(短琴)을 잡아도 흥이 깊지 않네.

聾岩(농암)


明月本非在佛峰 밝은 달은 본래 부처 봉우리에 있는 것이 아니니

爐中候火適相逢 마침 화로 속에서 봉홧불과 서로 만났구나.

是相匪蟾還匪桂 이 모양 두꺼비도 아니고 다시 계수나무도 아니나

之光宜水復宜松 그 빛은 의당 물이고 다시 의당 소나무라오.

針鋒棘葉皆同照 소나무 침과 대추나무 잎에 모두 같이 비추었고

嫫母西嬙盡幻容 모모(嫫母)96) 서시(西施)97)는 모두 미혹한 얼굴이네.

欲識五臺奇絶處 오대(五臺)의 빼어난 곳 알려거든

靑蓮庵下萬花濃 청연암(靑蓮庵)아래 온갖 꽃이 무르익었나니……

樵史(초사)


書樓閴寂對爐峰 서루(書樓)는 고요히 향로봉을 마주하여

靜夜無眠月與逢 고요한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달과 만났네.

露蘚花浥還笑槿 이슬 젖은 이끼꽃은 도리어 무궁화를 비웃고

風淸琴韻自生松 맑은 바람에 거문고 소리는 절로 소나무에서 생긴다.

萬劫湖山窺色相 만겁의 세월 동안 호수 산은 색의 모습 엿보았고

百年杖履不從容 백년의 세월 지팡이 아래에 조용하지 못했구나.

如何挽住今宵影 어찌 오늘 밤의 그림자를 끌어다 둘 수 있나?

移在胡床取興濃 호상(胡床)98)을 옮겨 놓으니 흥이 깊구나.

石下(석하)


團團明月上爐鋒 둥글고 둥근 밝은 달이 향로봉에 떠오르니

勝地幸斯樂事逢 요행히 이 좋은 곳에서 즐거운 일을 만났구나.

雲開古殿光生桂 구름 열리는 옛 절은 빛이 계수나무에서 생기고

風走空林影隱松 바람 달리는 빈 숲은 그림자가 소나무에 숨는구나.

宇宙千年餘本色 우주 천여 년에 본래의 색이니

山河萬里露眞容 산하만 리 이슬의 참모습이라.

那得天心淸意味 어찌 하늘 가운데 맑은 의미를 얻어

與君只可酒盃濃 그대와 함께 진한 술잔 기울일 수 있을까?

松隱(송은)


五景香爐玉作峰 다섯 번째 경치 향로봉은 옥으로 만든 것이니

奇峰嬌月好相逢 기이한 봉우리가 어여쁜 달과 서로 만났구나.

登巓一步應攀桂 한 걸음 꼭대기에 오르려면 응당 계수나무를 잡고

危壁千尋忽倒松 천 길 위태한 벼랑에 홀연 소나무가 거꾸로 솟았네.

似惜淸光驚世眼 맑은 광채가 세상의 눈 놀라게 함을 아까워한 듯

故從深夜露山容 깊은 밤을 따라 산의 모습 드러내는구나.

數聲鍾磬知何處 얼마의 종소리는 어느 곳인지 아는가?

近人禪門影復濃 선문(禪門)에 가까운 사람 그림자 또한 진하리라.

迂軒(우헌)


94) 오자(吳子):춘추 시대 오왕(吳王)이 오자서(吳子胥)를 죽여 강물에 던졌는데, 죽은 오자서가 물결이 치는 대로 파도를 일으켰으므로 파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95) 항아(姮娥):달 속에 있다고 하는 선녀의 이름이다.하(夏)나라 때 예(羿)가 일찍이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不死藥)을 얻었는데, 미처 먹기 전에 그의 처인 항아가 몰래 훔쳐 먹고는 달로 달아났다고 한다. 『淮南子覽冥訓』


96) 모모(嫫母):모모는 전설상 황제(黃帝)의 넷째 부인으로 품행은 정숙하였으나 모습이 매우 추해서 추녀의 대명사로 흔히 쓰인다.


97) 서시(西施):서시는 오왕(吳王)부차(夫差)를 유혹하여 망하게 했다는 월(越)나라의 미녀이다.


98) 호상(胡床):접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일종의 간편한 의자이다.참고로 당나라 두보(杜甫)의 시〈수간(樹間)〉에“몇 번이나 잎을 적시는 이슬 아래에서,달빛 타고 호상에 앉아있었던고.〔幾回霑葉露, 乘月坐胡床〕”라고 하였다. 『全唐詩卷229 樹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