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6. 爐峰明月 향로봉의 밝은 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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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94회 작성일 2021-02-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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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爐峰明月 향로봉의 밝은 달-1


93쪽


爐烟初歇月生峰 향로봉의 안개 처음 걷힘에 달이 봉우리에 떠

近水書樓自我逢 물 가까운 서쪽 누각에서 자아(自我)를 만났네.

萬古天香丹有桂 붉은 계수나무가 있으니 오랜 세월 하늘의 향기요

千重山色碧看松 푸르른 소나무를 보니 천 겹의 산빛이네.

氷輪盈體能生魄 얼음 바퀴는 몸을 채워 생백(生魄)89) 해지고

玉鏡無塵可鑑容 옥 거울은 티끌 없어 얼굴을 비출 수 있다오.

欲睡解衣因不寐 잠자려고 옷을 벗어도 잠들 수 없더니

微雲點綴露華濃 가는 구름 엉겨 붙어 이슬 짙게 내렸네.

龍洲(용주)


爐罷夕烟月上峰 화로 꺼지고 저녁 안개에 달이 봉우리에 오르니

停盃一問幾時逢 잔 멈추고고 어느 때 만날지 한 번 물어보네.

天晴萬里蟾懸桂 만 리에 하늘 맑아 두꺼비90)가 계수나무에 달렸고

夢冷三更鶴依松 삼경에 잠이 깨어보니 학은 소나무에 의지해있네.

碧洞虛明圖裡色 푸른 골은 허하고 밝아 그림 속의 빛이요

遠山軒露鏡中容 먼 산 집은 이슬 내려 거울 속 모습이라.

景光那得淸如許 풍경이 어찌 저리 맑음을 수 있나?

愛看書窓睡未濃 서재 창에서 보기 좋아해 잠도 오지 않는구나.

星史(성사)


焚香黙坐對爐峰 향을 태우며 묵묵히 앉아 향로봉을 대하니

峰與月期時適逢 봉우리와 달은 기약한 시간에 만나네.

瑤鏡分明磨積石 옥거울 분명하니 쌓인 돌을 갈았고

氷輪宛轉礙疎松 얼음 바퀴 완연히 둥글어 성근 소나무에 막힌다.

詩僧門下敲來子 시승(詩僧)은 문 아래에서 오는 사람 시구를 고치고

玉女墻頭露出容 옥 같은 여인은 담장 옆에서 얼굴을 드러내네.

遙憶草堂今夜影 멀리 초당에 오늘 밤도 그림자 어림을 생각함에

上人應未睡眉濃 상인은 응당 잠 못 들고 눈가를 적시리라.

南崗(남강)


坐看香爐第幾峰 앉아 향로봉을 보니 몇 개의 봉우리인가?

故人洗面喜相逢 옛사람이 얼굴 씻고 기쁘게 서로 만났으리.

境閒林舘明生竹 경계는 한가로워 숲속 집은 대나무가 밝게 자라고

夜久山房靜入松 밤이 깊어 산속 집은 소나무 숲에 고요히 들어 있네.

魯連海上依依影 노련(魯連)91)은 바다 위에서도 의연한 모습이었고

分亮樓下淡淡容 유량(庚亮)92)은 누각 아래서 담담한 모습이었어라.

靑天起問來時約 푸른 하늘에 일어나 오는 때를 물어 약속하고

使我暫停酒杯濃 나를 잠시 머물게 하더니 술잔이 진하구나.

秋畹(추원)


團團明月出爐峰 둥글고 둥글게 밝은 달이 향로봉에서 나오니

相訪琴書夜夜逢 서로 방문하여 거문고와 책으로 밤마다 만나네.

長許千尋其下竹 길게 천 길을 허락한 그 아래는 대나무요

纖懸百尺這間松 가늘게 백 척을 매달린 이 사이에는 소나무로다.

再遊赤壁來淸興 적벽(赤壁)에 다시 노닐어도 맑은 흥이 일고

一問靑蓮坐醉容 청연암(靑蓮庵) 한 번 물으니 취한 손님 앉아 있네.

莫似君家無盡用 그대 집에 끝없는 쓰임과 같지 않아도

與梅盡得墨花濃 매화와 함께 모두 묵화(墨花)가 진하리라.

東溟(동명)


滿月山中第一峰 만월산(滿月山)속의 가장 높은 봉우리

爐烟月色兩相逢 향로봉의 안개와 달빛 둘이 서로 만났네.

胡僧奉鉢龍潛水 서역 승려는 발을 받드니 용이 물에 잠기고

仙使降香鶴在松 도사가 향기 내려도 학은 소나무에 있네.

似欲朝元超獨立 조원(朝元)93) 하고자 하여 우뚝 홀로 서고

得偏逈古儼眞容 먼 옛날에 치우치니 의젓이 참된 모습 얻는다.

那能飄忽凌雲上 어떻게 회오리바람에 홀연히 구름 위로 올라갈까?

滿袖携歸紫霧濃 소매 가득 붉은 안개 가득 담아 돌아오네.

小山(소산)


月掛香爐最上峰 달이 향로봉 가장 높은 봉우리에 뜨니

仙娥此地若將逢 선녀를 이곳에서 곧 만날 것 같아라.

法天寥廓蟾生桂 절 하늘은 텅 비어 달이 계수나무에 떠오르고

梵殿玲瓏鶴警松 법당(法堂)이 영롱하여 학이 소나무에서 놀란다.

昏界長明知佛力 저녁의 경계 오래도록 밝아 부처님 힘을 알고

鏡中眞面爲誰容 거울 속의 참 얼굴은 누구의 얼굴인가?

來生暗祝瑤皇案 내생을 황태자로 태어나길 은연중에 비니

一炷篆烟細欲濃 향불 하나에서 이는 연기 가늘다가 짙어지려 하네.

錦樵(금초)


月光先得最高峰 달빛이 먼저 가장 높은 봉우리를 차지하는

十五良宵又適逢 15일 좋은 밤을 또 마침 만났구나.

一天軒豁蟾依桂 하루 하늘 훤히 트여도 달은 계수나무에 의지하니

萬壑虛明鶴伴松 만골짜기가 텅 비고 밝아 학은 소나무와 짝하였네.

烏峴叅差千樹影 오현(烏峴)은 온갖 나무 그림자 들쑥날쑥하고

漁城的歷一村容 어성(漁城)은 한마을의 모습이 분명하다오.

滿山晴景欲模得 온 산에 맑은 경치 본뜨려 함에

試問誰家花墨濃 시험삼아 누구 집에 꽃 그림 진한지 묻노라.

石樵(석초)

 

烟紫香爐上上峰 자색 연기 향로(香爐)의 윗 봉우리를 오르니

一天明月好相逢 하늘에 밝은 달을 서로 만남이 좋아라.

浮來宛轉光生桂 둥근 달이 떠오니 계수나무에 달이 뜨고

懸在中天影透松 하늘에 매달려 소나무에 그림자 투영된다.

黃泥坂下詩仙步 황토 판 아래에 시짓는 신선의 발자취요

碧海雲端節士容 푸른 바다 구름 끝은 절개 있는 선비 얼굴이라.

別般淸趣知人少 특별히 맑은 흥취를 아는 이 적으니

減却山窓睡意濃 문득 산집 창가에 졸음이 사라지네.

近溪(근계)


89) 생백(生魄):생백은 ‘백(魄)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달이 완전히 둥글어진 날의 이튿날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90) 두꺼비:달에 두꺼비가 산다고 하여 섬월(蟾月) 또는 섬(蟾)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91) 노련(魯連):노중련(魯仲連)으로, 제(齊)나라의 장수이다. 일찍이 조(趙)나라에 머물러 있을 적에 위(衛)나라에서 진(秦)나라 왕을 황제(皇帝)로 추대하여 군대를 철수시키게 하려고 하자, 노중련은 진나라가 무도한 나라임을 역설하면서,진나라가 칭제(稱帝)한다면 자신은 동해(東海)에 빠져 죽을 것이라고 하여 중지시켰다. 『史記 卷83 魯仲連列傳』


92) 유량(庚亮):진(晉)나라 사람으로, 자는 원규(元規)이다. 풍골이 준수하고 흥취가 높았던 인물이다. 『산당사고(山堂肆考)』 권3 「유량등루(庾亮登樓)」〉에 “진나라 유량(庾亮)의 자는 원규(元規)이다. 자사로 무창을 다스릴 때에,좌사 은호의 무리가 가을밤 달빛 아래 남루에 올랐다. 얼마 뒤에 유량이 오자 여러 장수들이 일어나 피하려고 하였다. 유량이 말하기를 ‘그대들은 잠시 머물라. 내가 여기에 흥이 없지 않다.’라고하고,드디어 호상에 기대 은호 등과 함께 담화를 나누고 시를 읊었으니, 그의 탄솔함이 이와 같았다.”라는 기록이 있다.한편 송나라 고저(高翥)의 시에도 “유량이 황학루 달빛 아래 피리를 불었다[庾亮笛吹黃鶴月].”라는 구절이 나온다. 『江湖小集卷43 答武昌吳廣文』


93) 조원(朝元):도교(道敎)신도들이 노자(老子)를 참배하는 것을 말한다. 노자는 당(唐)나라 때에 태상현원황제(太上玄元皇帝)로 추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