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4. 花嶝落照 화등산(花嶝山)의 낙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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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57회 작성일 2021-02-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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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花嶝落照 화등산(花嶝山)의 낙조-4


72쪽


落日忽然似落花 지는 해는 홀연히 떨어지는 꽃과 같고

花峰嶝上半輪斜 화등산 봉우리 고개 위에 반달이 기운다.

斷霞影裡來孤鶩 끊어진 노을 그림자 속에 외로운 집오리가 오고

老柳春深藏暮鴉 늙은 버들에 봄 깊어 저녁 까마귀가 들었어라.

錦片閃閃飜石壁 비단 조각은 번쩍이며 석벽에 아른거리고

炊烟点点起山家 불 땐 연기는 점점이 산 집에서 이는구나.

人生斯世眞如此 이 세상 살아감이 진실로 이 같으니

決隙光陰莫嘆嗟 빠른 세월을 탄식하지 말게나.

文式(문식)


庭畔蜀葵西向花 정원 가에 접시꽃은 서쪽으로 향한 꽃이니

花峰而己夕陽斜 화등산 봉우리는 이미 석양에 기울었네.

古渡飽還呼毋犢 옛 나루에서 어미 부르는 송아지 배불러 돌아가고

空林啄去將雛鴉 빈 숲에서 병아리 잡은 까마귀는 쪼며 간다.

露氣暗生芳草堤 잡초 우거진 제방에서 이슬 기운 은근히 생기고

烟光初散綠楊家 버들 푸른 집에는 연기 빛이 처음 흩어지누나.

暮景蒼蒼無限好 저녁 경치 아득하여 끝없이 좋은데

浮生何事堪嘆嗟 헛된 인생 무슨 일로 탄식을 감당하랴?.

齊根(제근)


落日沉紅便勝花 지는 해가 붉게 물드니 문득 아름다운 꽃이요

萬峰倒影向東斜 만 봉우리의 그림자는 동쪽으로 기울었네.

海岸飛過傳信鴈 기러기는 해안을 날아가며 소식 전하고

雲間啼去訪巢鴉 까마귀는 구름 사이에서 울며 둥지를 찾는다.

遠樹暝生忙客杖 먼 숲에 어둠 깔리자 나그네 지팡이 바쁘고

前村烟鎖護人家 앞마을은 연기에 잠겨 인가를 보호한다오.

南兒到此多慷慨 사나이 여기에 이르러 느끼는 것이 많으니

針孔光陰發詠嗟 바늘구멍 같은 세월에 탄식이 나오는구나.

敬堂(경당)


嶝生夕照樹如花 고개에서 생긴 석양에 숲이 꽃과 같으니

盡雲遠天返影斜 먼하늘에 온 구름은 반사된 그림자와 기울었네.

一邊霞紫飛來鶩 노을 붉은 한쪽 하늘에 집오리 날아오고

半面林紅負去鴉 숲 붉게 물든 반쪽 면을 까마귀가 등지고 가는구나.

倒入江干飜石壁 거꾸로 강언덕에 들어 석벽에 아른거리더니

乍移院落映隣家 잠시 정원으로 옮겼다가 이웃집을 비추네.

此時孰不牛山客 이때 누가 우산(牛山)의 나그네가 아니랴?

感發詩情亦可嗟 시정(詩情)에 감발하니 또한 탄식할 만하도다.

漢奎(한규)


山名花嶝步生花 산 이름 화등에 생생한 꽃을 걸으니

返照深林影半斜 반사된 빛에 깊은 숲 그림자 반쯤 기울었네.

沙上篆來知宿鳥 모래 위에 연기 일자 자는 새를 알아보고

雲間尺去送寒鴉 구름 사이를 재고 가며 찬 까마귀를 보낸다오.

峴西倒帽山翁席 현산(峴山) 서쪽은 모자 삐딱한 산 늙은이 자리요

夔府望京杜老家 기부(夔府)69)는 서울 보는 두노(杜老)70)의 집이라네.

此地誰能戈止日 이곳에서 누가 전쟁 그치게 하는 날 있을까?

光陰如水一于嗟 세월이 흐르는 물 같아 한 번 탄식한다오.

復來(복래)


花嶝山頭拭眼花 화등산 머리는 눈 닦아 봐도 꽃이요

西天若木日輪斜 서쪽 하늘 약목(若木)71)에 해가 기울었네.

郵亭十里鞭歸馬 역참 십 리 길에서 돌아가는 말에 채찍질하고

古壑千林見宿鴉 옛 골짜기 숲에서 조는 까마귀를 본다오.

雲氣染紅含石壁 붉게 물든 구름 기운은 석벽(石壁)을 머금었고

烟光凝紫繞山家 자줏빛 응축된 연무(煙霧)는 산가(山家)를 둘렀어라.

流年誰解長繩係 누가 흐르는 세월의 긴 매듭을 풀 수 있을까?

一曲詩歌詠自嗟 한 곡의 시(詩)를 읊음에 절로 탄식이 나온다.

駿秉(준병)


若木西津起浪花 약목(若木)의 서쪽 나루는 물결 이는 꽃이니

登高遙望日沉斜 높이 올라 아득히 바라본 해가 잠겨 기울었네.

牟鳴古巷鞭歸犢 옛길에서 돌아가려는 채찍질에 송아지가 울고

返哺疎林止宿鴉 성긴 숲에 잠 깬 까마귀 효도할 줄 아는구나.

林杖難追夸父力 지팡이로 과보(夸父)의 힘을 좇아가기 어렵지만

土圭推測曆官家 토규(土圭)72)로 역관(曆官)의 집을 추측할 수 있도다.

回看石壁烟雲紫 석벽에 안개구름 붉음을 돌아보자니

忽地光陰堪可嗟 갑자기 땅의 빛과 그림자에 탄식이 나오네.

昇楀(승우)


花山落日等泡花 화등산 지는 해는 물거품과 같고

穿屐去登一逕斜 나막신 버리고 오르니 한 길이 기울었네.

遠峀將看啼杜宇 멀리 산에서 두견새 우는 것을 볼 것이요

疎林時有托慈鴉 성근 숲에서는 인자한 까마귀 의탁함이 있으리라.

九州烟火蒼茫界 구주(九州)73)는 연화(煙火)에 물든 아득한 세계요

百代光陰逆旅家 아득한 세월[光陰]은 나그네[逆旅]의 집이라오.

石壁飜江紅影射 석벽(石壁)은 일렁이는 강물에 붉은 그림자  보내고

詩人到此詠咨嗟 시인이 여기에 이르러 시 읊으며 탄식하네.

基復(기복)


錢日西山嶝有花 해를 보내는 서산 고개에 꽃이 있으니

而已光線一時斜 이미 그 빛줄기가 한 번에 기울었네.

雲間飛下靑田鶴 푸른 전답의 학은 구름 사이에서 날아내리고

樹末啼歸黑色鴉 검은 까마귀는 나무 끝으로 울며 돌아오는구나.

素月迎時誰謫客 흰 달을 맞이할 때 누가 귀양 온 나그네이랴?

靑烟起處是人家 푸른 연기 일어나는 곳이 인가(人家)라오.

書窓咏罷分陰惜 서재 창가에서 시 읊기를 마치고 시간을 아쉬워함에

明暗去來堪可嗟 발음과 어두움이 가고 옴에 탄식한다오.

基成(기성)


漸觀三景面生花 점차로 삼경(三景)74)에서 생겨난 꽃을 보고

晩踏夕陽石逕斜 늦게 밟은 석양은 돌길이 빗겨 있구나.

聲喧溪畔群來鳥 소리 시끄러운 시냇가에는 새 무리가 오고

影閃天邊尺去鴉 해 빛나는 하늘 가에는 까마귀가 자질하며 가네.

隱隱鍾聞雲裡寺 구름 속 절에서 은은한 종소리 들리고

紛紛烟起洞中家 골짜기 속 집에서는 뭉게뭉게 연기 인다.

倐爾殘暉誰不惜 갑자기 남은 빛에 누가 애석해하지 않으랴?

牛山下淚景公嗟 우산(牛山)아래서 경공(景公)도 탄식했다오.

昌楀(창우)


一條霞暈爛成花 한 줄기 노을 무리는 찬란히 꽃을 이루고

而已西陽嶝影斜 이미 서쪽 볕은 고개에 기울어 비치네.

紅返平蕪招健犢 거친 들에 붉은 저녁 빛에 건장한 송아지 부르고

蒼懸古木集群鴉 고목에 푸르게 매달린 여러 까마귀가 모여든다.

唐虞正午知何世 요순(堯舜)의 정오는 어느  세상인 줄 알고

宇宙將昏各自家 천지가 저물어감에 자기 집으로 각자 가는구나.

陟彼齊山應若此 저 제(齊)나라 우산(牛山)을 오름도 이와 같아

景公所以求嘆嗟 경공(景公)이 탄식을 했으리라.

黃崑(황곤)


起吟落照筆生花 낙조를 읊조리자 붓끝에서 꽃이 피고

一抹靑山樹影斜 청산 끝에서는 나무 그림자가 기울어지는구나.

白入疎松知是鶴 흰 물체 성근 소나무에 들자 학인 줄 알고

黑來疊嶂莫非鴉 검은 물체 첩첩한 벼랑에 오자 까마귀 아님이 없네.

醉翁同樂滁亭席 저정(滁亭)75)의 자리에서 취옹(醉翁)과 함께 즐기고

俠士論心劇孟家 극맹(劇猛)76)의 집은 협사(俠士)와 마음을 논하였지.

頓覺斯間年矢促 이 사이에서 세월이 화살처럼 빠름을 깨달으니

木强人亦爲之嗟 변통이 없는지라 사람 또한 탄식을 한다오.

炳齊(병제)


69) 기부(夔府):기부는 기주(夔州)의 별칭으로,객지에서의 생활을 나타낸다.두보가 만년에 기주에서 「기부에서 회포를 적다[夔府書懷]」・「가을날 기부에서 회포를 읊어 정감(鄭監)과 이 빈객에게 100운을 부치다[秋日蘷府詠懷奉寄鄭監李賓客一百韻]」등 여러 편의 시를 지어 감회를 읊은 것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70) 두노(杜老): 두노는 두보(杜甫)를 말하는데, 사천성(四川省) 성도시(成都市) 서쪽 교외 금강(錦江)의 지류인 완화계(浣花溪)에 두보의 완화초당(浣花草堂)이 있었다.


71) 약목(若木):서해의 해가 지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이다. 일설에는 부상(扶桑)이라고도 한다.


72) 토규(土圭):고대에 해의 그림자를 재서 사시를 바로잡고 방위를 정하는 데에 사용했던 도구이다. 주공(周公)이 낙양(洛)을 건설陽할 때에 이 토규법을 사용하여 중국의 중앙을 잡았는데,그곳이 바로 낙양이다. 『周禮地官司徒大司徒』


73) 구주(九州):중국의 별칭. 고대에 중국은 그 전역을 구 주(九州)로 나누었다.송(宋)나라 육유(陸游)의 「시아(示兒)」에 “죽으면 만사가 헛될 뿐임을 원래 알지만[死去元知萬事空], 구주가 하나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한 게 슬플 뿐이다[但悲不見九州同]”라고 하였음.


74) 삼경(三景):천상(天上)에3동(洞)3원(垣)이 있다 하여 도교(道敎)를 배우는 사람들을 삼경제자(三景弟子)라 한다.


75) 저정(滁亭): 제정은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제주 태수(滁州太守)로 있을 때 이름 지은 취옹정(醉翁亭)을 가리킨다. 그는 이 정자에 여러 손들과 함께 놀면서 취옹정기(醉翁亭記)를 지었다. 『古文眞寶後集卷6 醉翁亭記』


76) 극맹(劇猛):낙양(洛陽)사람으로서 서한(西漢)때의 저명한 협객(俠客)으로 그 명예가 제후들 사이에서 대단하였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