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4. 花嶝落照 화등산(花嶝山)의 낙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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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64회 작성일 2021-02-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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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花嶝落照 화등산(花嶝山)의 낙조-3


68쪽


落照斂紅等落花 낙조의 붉음을 거둠이 떨어지는 꽃과 같으니

花飛西嶝影東斜 꽃잎 지는 서쪽 고개는 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울었네.

有約前霄迎玉兎 약속한 전날 하늘에서 옥토끼 만나기로 했는데

無端此地送金鴉 까닭 없이 이 땅에 금아(金鴉)를 보냈구나.

忽然暝色迷三逕 갑자기 어두운 빛이 삼경(三逕)66)을 희미하게 하니

而已夕烟出數家 이미 다한 저녁연기 몇 집에서 나온다.

可笑炎凉如許變 변덕 부리는 세태를 허락한 듯함이 가소로우니

人人瞻彼那堪嗟 사람마다 저를 보고 어찌 탄식하지 않으랴?

南溪(남계)


掛嶝落紅猶勝花 고개에 걸려 떨어지는 붉은 빛 좋은 꽃과 같으니

暮雲欲霽夕陰斜 저문 구름 개려할 때 저녁 그늘도 기운다.

靑山影倒齊飛鷰 푸른 산의 그림자 드리워 제비는 나란히 날고

丹壁光生尺去鴉 붉은 절벽에 광채 생겨 까마귀는 자질하며 가네.

銀臺碧樹色千種 은빛 누대의 푸른 나무는 천 종의 색이요

濃霧翠烟春萬家 짙은 안개의 푸른 연기는 집집마다 봄이로구나.

浮世人如駒過隙 헛된 세상에 사람들 망아지 틈을 지나는 듯하니

風燈泡沫正堪嗟 바람 부는 등에 물거품 어찌 탄식을 감당하랴?

退齋(퇴재)


落照惹紅上嶝花 낙조가 붉은 노을 이끌어 화등산에 오르니

婆娑影子兩相斜 한가로운 그림자 양쪽으로 서로 기울었네.

知還古道深林鳥 깊은 숲에 새는 옛길로 돌아갈 줄 알고

啼罷荒城古木鴉 고목에 까마귀는 황폐한 성에서 울음 그친다.

聲聲餘柝監門里 문지기 있는 마을은 소리마다 열리고

點點新烟作飯家 밥 짓는 집은 점점이 새 연기 뿜는구나.

到此浮生多曠感 이에 이르러 헛된 인생 공허한 느낌 많아

謾吟齊峀景公嗟 멋대로 제(齊)나라 봉우리에서 경공의 탄식을 읊노라.

訥庵(눌암)


瞻彼花峰欲訪花 저 화등의 봉우리가 꽃 피려 함을 봄에

花林寂寂日光斜 꽃 핀 숲은 고요히 애가 기울었네.

風聲自北驚飛鴈 바람 소리에 기러기 북쪽으로부터 놀라 날고

樹影向東亂噪鴉 나무 그림자에 까마귀 동쪽 향해 어지러이 운다.

隱隱鍾聲雲裡寺 구름 속 절에서 은은한 종소리 들리는데

蕭蕭漁笛水邊家 물가 집에는 쓸쓸한 어부의 피리 소리 울리는구나.

牛山落照應如此 우산(牛山)의 낙조가 응당 이와 같아서

謾使景公感歎嗟 멋대로 경공(景公)을 탄식하게 했겠지.

石澗(석간)


漸斂暈紅捿嶝花 화등산에 붉게 깃든 노을이 점점 걷힘에

蒼凉倒入半窓斜 푸르고 서늘하게 거꾸로 들어 반쪽 창에 기울었네.

澗途曲屈招鳴犢 계곡 길 굽고 굽어 우는 송아지 부르고

嶺樹依微帶去鴉 고개 나무는 희미하여 까마귀 앉았다 가는구나.

倐爾光陰忙石火 빠르기도 한 세월 바쁘기가 부싯돌 같은데

於焉烟抹起山家 어언 연기 뭉게뭉게 산가(山家)에서 피어나네.

回首因問齊公事 머리 돌리니 제공(齊公)의 일 물어보기에

塵世浮生亦一嗟 속세의 덧없는 인생에 또 한 번 탄식한다오.

菊下(국하)


牛山之木峴山花 우산(牛山)의나무와 현산(峴山)의 꽃은

共歎人間夕照斜 모두 사람을 감탄하게 하며 저녁 볕이 기울었다.

歷歷平沙愁隻鴈 역력히 평평한 모래에는 외기러기가 근심하고

蒼蒼遠樹集群鴉 푸르고 푸른 먼 나무에는 뭇까마귀가 모였구나.

相逢釖筑還迷路 서로 만나 축(筑)에 검무 추다 돌아오는 길 잃고

爭渡漁樵各返家 다투어 건너는 어부와 초동은 가자 집으로 돌아간다.

所見何殊今古眼 옛날과 지금의 눈으로 보는 것이 무엇이 다르랴?

一過西嶝發咨嗟 서쪽 비탈에 한 번 오르니 탄식이 나오는구려.

滄農(창농)


返照盈空入嶝花 반사된 볕 하늘에 가득하여 화등산에 들었으니

嶝花影亞枝枝斜 고개와 꽃 그림자 가지마다 기울었네.

寒流明滅銀腮鯽 찬물 흐르는데 은빛 붕어 비늘에 반짝이고

霞末撗飜紫翮鴉 노을 끝에 자줏빛 깃의 까마귀 나는구나.

凝澹靄靄疑烟岸 응축된 담담한 아지랑이는 언덕에 안개인가 의심하고

餘景暉暉對月家 남은 경치 빛나고 빛남은 달 뜬 집에서 마주한다오.

登臨竟日宜春酒 올라서 해 다하도록 봄술 마심에

不似齊山赴怨嗟 제나라 산 같지 않음을 원망하며 탄식하네.

晩翠(만취)


靑嶝日落拖紅 푸른 고개에 해가 지자 붉은 노을 펼쳐지고

看花白雪歌終 꽃을 보자 백설의 노래67)도 끝이 나네.

長進酒光陰舍 세월의 집에서 길게 술 올리니

我夢中斜 나의 꿈속도 기우는구나.

高呼者雲鶴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은 구름과 학이요

陣追者巢鴉 진을 쳐 따르는 것은 둥지의 까마귀로다.

山前花落春無跡 산 앞에 꽃이 지니 봄은 자취가 없고

流水聲中一兩家 흐르는 물소리 속에 한두 집이 있네.

生収理貫萬物 삶의 이치를 터득하면 만물도 관통하니

歡悲人事揔咨嗟 기쁨과 슬픔의 인생사 모두가 탄식이로구나.

東溟(동명)


奇峰削立散天花 기이한 봉우리 깎아지른 듯 서서 하늘의 꽃 뿌림에

山寺鍾鳴日欲斜 산사의 종소리 울리고 해는 지려 하네.

紅蓼洲邊秋下鷺 붉은 여뀌 핀 모래톱 가는 가을이라 해오라기 내리고

黃雲城上暮捿鴉 붉은 노을 성 위는 저녁이라 까마귀 깃드는구나.

樵兒負策歸田舍 어린 나무꾼은 지팡이 짚고 시골집으로 돌아가고

釣客穿魚訪酒家 낚시꾼은 물고기 꿰어 술집을 방문하네.

但覺年光從此老 다만 세월 속에 이로부터 늙어감을 깨달으니

牛山何夕景公嗟 우산(牛山) 어느 저녁에 경공이 탄식했던가?

竹翁(죽옹)


桑楡晩作片時花 뽕나무 느릅나무 저녁 순간에 꽃을 지으니

回嶝西連落照斜 고개를 돌아 서쪽으로 이어져 낙조가 기울었네.

下野烟林高盡鳥 아래들 안개 낀 숲에 새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滿山楓葉亂飜鴉 온 산 단풍잎에 까마귀 어지러이 나는구나.

浮生百代光陰客 헛된 인생은 오랜 세월 속의 나그네와 같고

世界三分造化家 세계는 셋으로 나뉜 조화(造化)의 집이라.

齊淚燕歌多慷慨 제(齊)나라 눈물과 연가(燕歌)68)에 슬퍼함이 많아

忽忽人事曰余嗟 뒤숭숭한 사람의 일에 내가 탄식한다고 하네.

寄隱(기은)


俄看深竹復迷花 잠시 깊은 대숲이 다시 희미한 꽃이 됨을 보니

咫尺峰天夕照斜 가까이 봉우리의 하늘은 석양이 기울었네.

歸影各飛知鴈鶩 돌아가는 그림자 각자 날며 기러기와 집오리를 알고

亂聲爭墜見烏鴉 어지러운 소리 다투어 떨어지니 까마귀를 본다오.

空林寒氣來層嶂 빈 숲에 찬 기운이 층층의 산으로 오니

近水孤烟出數家 가까운 물에 외로운 연기가 몇 집에서 나오는구나.

回憶人間今日盡 돌이켜 생각함에 인간은 오늘 생명 다한다 해도

奔忙心事興于嗟 바쁜 마음의 일 일어 탄식한다오.

素軒(소헌)


66) 삼경(三逕):세오솔길이란 뜻으로,한나라 때 은사(隱士)장후(蔣詡)가 자기 문정(門庭)에 세 오솔길을 내놓고 구중(求仲)과 양중(羊仲)두 사람하고만 종유했던 데서 전하여 은자의 처소를 가리킨다. 『三輔決錄』 또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三逕就荒],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 남아 있도다[松菊猶存].”라고 하였다.『陶淵明集卷5』


67) 백설의 노래: ‘백설(白雪)’은 춘추 시대 초(楚)나라의 가곡 이름으로, ‘양춘(陽春)’과 함께 남이 따라 부르기 어려운 고상한 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68) 연가(燕歌):강개한 노래의 대명사로 고점리(高漸離)가 형가(荊軻)를 위해 지어 부른 노래로, 행역(行役)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