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4. 花嶝落照 화등산(花嶝山)의 낙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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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3회 작성일 2021-02-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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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花嶝落照 화등산(花嶝山)의 낙조-2


64쪽


夕暉照嶝眼生花 저녁노을 고개를 비춤에 눈에 꽃이 생기니

坐看乾坤萬景斜 앉아 세상을 봄에 모든 경치가 기울어 간다.

始識百年如過驥 백 년이 지나는 천리마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으나

胡然納日忽沉鴉 석양에 홀연히 사라지는 까마귀가 어찌 그렇겠는가?

天光陰映雲間樹 하늘빛은 구름 사이 나무에 그늘 드리우고

山影參差水上家 산 그림자는 물가의 집에 들쑥날쑥하다.

盖有浮生堪笑處 모두 헛된 인생 웃음 감내하는 곳이 있으니

齊岑泣落彼何嗟 제잠(齊岑)61)이 눈물 흘린 저곳을 어찌 탄식하랴?

笑堂(소당)


落照紅於滿嶝花 온 화등산에 낙조가 붉어

孤城將斂路前斜 외로운 성은 길 앞에 기운 빛도 거두어 가네.

遠天聲急隨陽鴈 먼 하늘에 소리 급함은 기러기가 태양 따름이요

古木寒生帶影鴉 고목에 한기 생기자 까마귀가 그림자 드리운다.

僧舍鳴鍾知供佛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부처님 공양하는 줄 알고

漁村閑笛忘歸家 어촌의 한가한 피리 소리에 귀가(歸家)함을 잊는구나.

此中半是半山淚 이곳은 반은 이렇고 반은 산의 눈물이니

老去人情可發嗟 늙어가는 사람의 마음 탄식이 나오네.

雪隱(설은)


寒食東風杜宇花 한식날 동쪽 바람에 두견화 피어

登山取醉日將斜 산에 올라 취하고 나니 해가 기울려고 하네.

西雲彷彿初生月 서쪽 구름은 처음 뜨는 달과 비슷하고

遠樹依俙一色鴉 먼 나무는 한 빛의 까마귀와 같구나.

萬念悠悠君看句 그대가 본 시구(詩句)에오만 생각이 그윽하고

百年擾擾我爲家 내가 집으로 삼은 것은 백 년 도록 요란하네.

明朝應是來無盡 내일 아침에도 응당 와서 무궁하리니

瑞彩扶桑堪可嗟 부상(扶桑)62)의 상서로운 빛에 탄식하지 않으랴?

蓮宇(연우)


夕暉倐似賞殘花 저녁노을 빠르기는 남은 꽃 보는 것 같으니

雲際熒熒木杪斜 구름 사이로 등불이 나무 끝에 기울었네.

將夜運機旋磨蟻 다가오는 밤에 운행함은 도는 맷돌에 붙은 개미63)요

俄朝揚彩過金鴉 아침에도 빛 드날림은 지나가는 금아(金鴉)64)라네.

天邊紫熖文章色 하늘가에 자줏빛 불꽃은 문장(文章)의 빛이요

石上丹霞道士家 바위 위에 붉은 노을은 도사(道士)의 집이라오.

荏苒流光還易失 덧없는 세월 흐르는 빛처럼 쉽게 사라지니

及時努力莫長嗟 이르는 때에 노력하고 탄식하지 말지어다.

素山(소산)


殘照危於欲落花 남은 볕이 떨어지려는 꽃잎을 위태롭게 함에

靑山銜半返東斜 푸른 산은 반쯤 머금어 동쪽으로 기울었네.

偏明右翼歸秋鴈 돌아가는 가을 기러기 우측 날개로 치우쳐 밝고

盡向西頭起暮鴉 일어난 저녁 까마귀 서쪽 머리로 모두 향하는구나.

啼鳥小亭催客杖 작은 정자에서 우는 새는 나그네 지팡이를 재촉하고

炊烟平野散人家 평야에 불 때는 연기는 인가에 흩어져 있도다.

桑枝上榆誰能係 뽕나무 느릅나무 가지 위에 누가 매달릴 수 있나?

惜老吾生堪可嗟 내 생애 늙어감이 애석하니 탄식하지 않으랴?

白又(백우)


嶝半餘暉幾落花 고개 반쯤 남은 볕은 얼마나 꽃을 지게 했나?

有力難回苒苒斜 힘으로 돌리기 어려워 점점 기울어간다.

顧吾遐壽長如水 나의 오래 삶이 길게 물과 같음을 돌아보고

瞻彼流光忽去鴉 저 흐르는 빛에 홀연히 가는 까마귀를 보네.

過隙繁陰皆北面 빨리 지나가는 번화한 그늘은 모두 북쪽에 있고

背墻倒影盡東家 담을 등진 그림자는 모두 동쪽 집의 것이라.

送君堪下悵然淚 그대 보냄에 구슬피 눈물 흘리니

何必牛山齊公嗟 하필이면 우산(牛山)의 제공(齊公)을 탄식하랴!

聾岩(농암)


磵途委曲落藤花 계곡 길은 굽고 등나무꽃도 지는데

瀲瀲紅暉入峽斜 넘실넘실 강에 볕은 골짜기에 들어 기울어가네.

一杖歸僧何處寺 돌아가는 중은 어는 절로 지팡이 짚고 가나?

數聲樵笛此林鴉 목동의 피리 소리에 숲에 까마귀 우는구나.

槲樹烟沉灌稻水 논으로 물을 대니 떡갈나무숲에 안개가 끼고

杏花影倒酒旗家 술집 깃발에 앵두나무꽃 그림자 거구로 늘어졌네.

半入圓通庵底洞 반쯤 원통암(圓通庵) 아래 골짜기로 들어오니

磬聲偈語可堪嗟 경쇠 소리와 게송(偈頌)이 탄식하게 하는구나.

樵史(초사)


嶝前落照艶如花 고개 앞에 낙조는 요염하기 꽃과 같고

槿桂深深暎共斜 무궁화와 계수나무 깊이깊이 비추어 기울었네.

光射晴林聞過鳥 광채 비추는 개인 숲에는 지나는 새소리 들리고

影飜古木帶寒鴉 그림자 뒤집힌 고목엔 찬 까마귀들 앉았다.

飯鍾唄圻山中寺 어성에 있는 한 지역 풍물을

浣杵漂綆水上家 잘 살피니 경치 좋은 곳 또 이어졌구나.

下有高標賢老士 특별한 산천을 작은 하나라라 하고

愁看華髮共歎嗟 어진 하늘의 해와 달은 명나라와 같도다.

石下(석하)


返照入林嶝是花 반사된 빛 숲으로 들어 고개가 꽃이 되니

千形萬影盡東斜 천의 모양,만의 그림자가 모두 동쪽으로 기울었네.

午雨新晴吟水鳥 낮 비가 새로 개어 물새가 노래하는데

夕烟方散躍金鴉 저녁 안개 흩어짐에 금빛 까마귀 뛰어노는구나.

寒樹蒼蒼高下岸 찬 숲은 높고 낮은 언덕에 푸르고 푸르며

衆峰歷歷兩三家 여러 봉우리 역력하고 두서너 집이 있도다.

依然坐我牛山客 의연히 앉은 나는 우산(牛山)의나그네이니

舉目徘徊起遠嗟 눈 들어 배회하며 길게 탄식한다오.

松隱(송은)


三景抻天萬丈花 삼경(三景)65)의 하늘을 늘리어 만 길의 꽃이 되니

也知西嶝夕暉斜 서쪽 고개에 저녁노을 기울었음을 또 알았네.

蕭蕭遠渡倚纎馬 여윈 말에 의지하여 쓸쓸히 먼 나루를 건너니

歷歷寒空飜隻鴉 한 마리 까마귀 날아 역력히 찬 하늘을 나는구나.

白水噓凉凝草葉 맑은 물은 찬 기운 불어 풀잎에 엉켜있고

紫烟帶暖護人家 자색 안개 따스하게 끼어 인가를 호위하네.

眼前淪沒非終盡 눈앞에 물결 가라앉음은 끝내 다 한 것이 아니니

回首扶桑莫怨嗟 고개 돌려 부상(扶桑) 바라보며 탄식하지 말게.

迂軒(우헌)


61) 제잠(齊岑):제잠은 당대(唐代)의 시승(詩僧) 제기(齊己)와 시인 잠삼(岑參)을 병칭한 말이다.


62) 부상(扶桑):동해(東海)속의 신목(神木)으로,해가 뜰 때 이 나뭇가지를 떨치고서 솟구쳐 올라온다고 한다.


63) 도는 맷돌에 붙은 개미[磨蟻]:해와 달이 천구(天球) 상에서 운행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64) 금아(金鴉):태양 속에 있다는 세 발 가진 신조(神鳥)로 ‘금오(金烏)’ 또는 ‘삼족오(三足烏)'라고도 한다.


65) 삼경(三景):천상(天上)에 3동(洞) 3원(垣)이 있다 하여 도교(道敎)를 배우는 사람들을 삼경제자(三景弟子)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