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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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06회 작성일 2021-02-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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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4


55쪽


依依峴樹鎖蒼烟 의젓한 오현의 숲이 푸른 안개를 가두어

太古山光今幾年 태고의 산빛이 지금 얼마나 되었나?

如水杳忙明月夜 달밝은 밤은 물처럼 아득하고

隨風濃滴夕陽天 석양의 하늘은 바람 따라 물방울 떨어진다.

鳥語雙雙歸影裡 새는 울며 쌍쌍이 그늘 속으로 돌아가고

樵歌隱隱自那邊 목동은 노래하며 은은히 어떤 곳에서 자유롭네.

岸容凝紫螺鬟翠 물가의 모양은 푸른 봉우리에 노을 어려

夸娥矜粧謾學仙 아름다움 뽐내며 멋대로 신선을 배우네.

敬堂(경당)


烏峴樹林帶翠烟 오현의 숲은 푸른 안개를 둘러

星移物換幾多年 별이 옮겨가고 사물 바뀐 지 지금 얼마인가?

暖靑芳草相和地 청색은 따스해 풀이 우거져 당과 서로 조화롭고

帶綠垂楊掩映天 녹음의 띠는 버들에 드리워 하늘빛을 가렸구나.

野鶴疑雲飛下處 들 학은 구름인가 의심하여 내리는 곳이요

居人鎖燧卜居邊 사는 사람은 불씨 감추고 사는 곳이라오.

薊門物色應如此 계문(薊門)의 풍경 응당 이와 같으리니

捿息閒情不遠仙 살면서 한가로운 마음 신선과 멀지 않다네.

敬堂(경당)


烏峴樹高積翠烟 오현의 나무에 푸른 안개 높이 쌓였는데

此中佳景已多年 이속에 아름다운 경치 이미 오래되었네.

鳥聲盡日雲深處 구름 깊은 곳은 종일 새소리 울리고

花氣空林雨霽天 비 갠 하늘에 빈 산도 꽃 기운 돈다.

半出靑山皆這裡 반쯤 열린 청산도 모두 이 속에 있으니

捲來碧海浩無邊 말아 온 푸른 바다는 호탕이 끝이 없네.

一抹稀迷寥寂裡 조금의 희미하고 고요한 속에

停車指點降遊仙 수레 멈춘 곳에 신선이 내려왔다오.

漢奎(한규)


葛烏村裡樹含烟 칡넝쿨 오현의 마을 속 숲은 안개를 머금어

淸景悠悠幾許年 맑은 경치 유유히 얼마나 많은 세월 흘렀나?

雨露沾濡生長日 비와 이슬에 흠뻑 적셔 성장하는 날이요

靄雲雜出太虛天 아지랑이와 구름에 섞여 나오는 때라오.

濃陰先拂板橋上 농염한 그늘은 나무다리 위에 먼저 드리우고

淡影必從蔀屋邊 담담한 그림자는 오두막 가를 반드시 따르네.

白鶴來捿靑鳥宿 흰 학이 와서 푸른 새 자던 곳에서 사니

此間庶幾有神仙 이 사이에 거의 신선이 있으리라.

復來(복래)


綠樹深深繞翠烟 푸른 숲을 깊고 깊게 비췻빛 안개가 둘렀는데

一村烏峴已經年 한마을 오현에서 이미 한 해를 보냈네.

鹿門誰說幽捿地 녹문(鹿門)53)은 누가 그윽히 사는 곳이라 했는가?

玉洞更聞別有天 옥동(玉洞)54)은 별천지라는 말을 다시 듣네.

雨後光凝芳草路 비 온 뒤에는 풀 무성한 길에 광채가 응축되고

風前影倒碧溪邊 바람 앞에는 푸른 시냇가에 그림자 어리네.

夕湌朝饔居人事 저녁 찬과 아침밥이 사는 사람 일이니

平地歸來好作仙 평평한 땅으로 돌아오니 신선이 되기 좋아라.

駿秉(준병)


樹木參差帶翠烟 숲의 나무는 들쑥날쑥 푸른 안개를 둘렀는데

溪頭種得百餘年 계곡 머리에 자리하여 백여 년이 되었구나.

婆娑影落三更月 삼경에 달은 한가로이 그림자 드리우고

淡蕩光凝一洞天 한골짜기에 하늘은 초연히도 빛이 어렸네.

居人第屋星星處 사는 사람의 집 드문드문 한 곳이요

高士林樊往往邊 고사(高士)의 숲 울타리 가끔 있는 곳이라오.

犬吠鷄鳴花竹散 개 짓고 닭 우는 속에 꽃과 대나무 흩어져 있나니

此間共住武陵仙 이 사이에 함께 사는 것이 무릉(武陵)의 신선일세.

昇楀(승우)


村前有樹樹生烟 마을 앞은 나무마다 안개가 이니

雨露曾沾五百年 비와 이슬은 일찍이 오백 년을 적셨어라.

十里參差溪上路 시냇가 길은 십 리에 들쑥날쑥하고

四時淡蕩洞中天 계곡 안 하늘은 사계절 초연하다.

春風楊柳鶯啼後 봄바람 버들 뒤에서 꾀꼬리 울고

夜月梧桐鶴夢邊 달 뜨는 오동나무 가에 학이 잠드네.

薊北鹿門疑在此 계북(薊北)55)과 녹문(鹿門)이 여기인 듯하니

雲窓時望坐如仙 신선처럼 앉아 안개 낀 창을 때로 본다오.

基復(기복)


烏峴村前樹立烟 오현 마을 앞엔 숲은 안개가 감돌아

古人種得已多年 옛사람이 심은 지 이미 오래로다.

秋風葉落聽踈雨 가을바람에 낙엽 지며 성긴 빗소리를 듣고

夏日陰濃掩半天 여름날 그늘 짙어 반쯤 하늘을 가리네.

一片雲山幽邃處 한조각 구름에 산 깊은 곳에

三重茅屋隱然邊 세 겹의 초가에 은둔한 곳이라오.

枝間特許來捿鶴 가지 사이는 특별히 허락하여 학이 와서 살고

遯跡渾如羽化仙 숨은 자취 흐리하여 날개 난 신선 같아라.

基成(기성)


第觀二景穿山烟 집에서 본 두 경치 산안개를 뚫고

萬樹森森幾百年 온갖 나무 빽빽이 몇백 년이 흘렀나?

露葉蒼茫時滴雨 이슬 맺힌 잎은 아득히 때로 빗방울 내려서요

雲林鬱密尙遮天 안개 낀 숲 울창하여 오히려 하늘을 가렸어라.

樵歌野豎斜陽裡 석양에 시골아이는 나무꾼 노래 부르고

亂噪暮鴉遠峀邊 먼 봉우리 가에는 저녁 까마귀가 어지러이 운다.

僻在一村烏峴下 한 마을이 오현(烏峴) 아래에 떨어져 있으니

居人靜態學神仙 사는 사람 조용한 자태가 신선을 배웠으리라.

昌楀(창우)


峴樹參差擁夕烟 오현의 숲은 들쑥날쑥 저녁 안개를 안았는데

野舂村吠隔如年 들 방아 찧고 마을 개 짖음이 예년과 다르네.

林俱昏黑雲過壁 숲이 모두 저물어 어두워도 구름이 절벽을 지나고

山與迷濛雨滿天 산과 함께 흐려 비가 하늘에 가득하네.

孤鶴寒鴉争逓相 외로운 학과 찬 까마귀 서로 다투며 쫓고

和柯籠葉渾無邊 온화한 가지에 두른 잎은 흐려서 끝이 없구나.

看看易失樵夫下 보고 봐도 나무꾼 내려오는 것 잃기 쉽지만

渠亦塵寰去遠仙 어찌 또 속세에서 신선을 멀리하랴?

黃崑(황곤)


烟籠寒樹樹籠烟 안개는 찬 숲을 둘렀고 숲도 안개를 둘러

烏峴一區太古年 오현의 한 구역은 태고의 해 그대로 이리라.

山色有無千嶂雨 온 봉우리에 비가 내려 산빛은 있다가도 없고

村容幽邃四時天 사계절 하늘에 마을 모양은 깊고 깊다네.

消慮第見篁樓外 근심 삭히며 대숲 밖을 차례로 보나니

裊細宛然石竈邊 곱고 가냘픈 모양 돌 아궁이 주변에 완연하다.

又有江楓漁火地 또강 단풍에 물고기 잡는 불 있는 곳은

居人淸趣便如仙 사는 사람 맑은 정취가 문득 신선 같으리라.

炳濟(병제)


53) 녹문(鹿門):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말한다. 한(漢)나라 말기에 현산(峴山)의 남쪽,면수(沔水)의 물가에 방덕공(龐德公)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성안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날마다 밭갈이를 하면서 지내었다.이들 부부는 서로 간에 공경하기를 마치 손님을 대하듯이 하였으며,쉴 적에는 두건을 바르게 쓰고 단정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악기를 뜯었다. 그 뒤에 자기의 아내를 데리고 약초를 뜯으러 녹문산(鹿門山)으로 들어갔다가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高士傳』


54) 옥동(玉洞):신선이나 은자가 거처하는 암동(巖洞)을 가리킨다. 참고로 당나라 허혼(許渾)의 시 「증왕산인(贈王山人)」에 “요즈음 듣자하니 단약을 굽는 곳[近來聞說燒丹處], 옥동의 복사꽃 만 나무가 봄이라지[玉洞桃花萬樹春].”라고 하였다.『唐詩卷535 贈王山人』


55) 계북(薊北):계주(薊州)의 북쪽 지역으로, 지금의 북경(北京)일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