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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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44회 작성일 2021-02-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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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3


51쪽


烏啼樹綠晩含烟 까마귀 울고 푸른 숲은 늦도록 안개 머금었는데

唯有長松不記年 오직 장송(長松)은 나이를 알 수 없구나.

蒸霧繞侵空哺月 두터운 안개가 둘러 공연히 달을 먹으니

歸雲擁蔽謾遮天 돌아가는 구름이 끼어 멋대로 하늘을 가렸구나.

花開細雨三春裡 가는 비 내려 꽃 핀 삼월 봄 속에

家住斜陽十里邊 석양에 집은 십 리가에 있다오.

眼下靑浮齊九点 시선 아래에 푸른 빛이 대부분이라

欲隨閑鶴伴神仙 한가로운 학을 따르려 하니 반쯤 신선이라네.

退齋(퇴재)


烏峴樹林鎖翠烟 오현의 숲이 푸른 안개를 가두어

種期記得百餘年 그런 시간이 백여 년이 되었구나.

細嵐常礙晴朝日 가는 산 기운은 아침의 개인 해에 항상 막히고

淡靄多生不雨天 담담한 아지랑이 비 내리지 않은 하늘에도 많네.

鶯歌鷰語深深裡 깊고 깊은 속은 앵무새 노래와 제비 지저귀고

犬吠鷄鳴隱隱邊 은은한 주변은 개 짓고 닭 우는구나.

隱下若存長醉石 은둔 한 속에 오래 취한 바위처럼 있다면

遊人便作酒中仙 노니는 사람이 문득 주중선(酒中仙)이라 하리라.

訥庵(눌암)


烟籠寒樹樹籠烟 안개는 찬 숲을 두르고 숲도 안개를 둘러

一色蒼蒼不盡年 한빛으로 푸르고 푸름은 온 해가 아니라오.

暮朝鎖燧居人宅 사는 사람의 집엔 아침저녁으로 불씨 감추고

雨露發榮舊國天 오랜 나라의 하늘엔 비와 이슬이 꽃을 피우네.

夕陽影落靑山裡 석양에 푸른 산속은 그림자가 지고

夏日陰濃綠水邊 여름 해는 푸른 물결 가에 녹음이 짙구나.

密葉枝踈凝九点 빽빽한 잎과 성근 가지엔 아홉 운무 덩어리가 엉겨

望之如見玉淸仙 멀리서 바라보면 옥같이 푸른 신선을 보는 듯하네.

石澗(석간)


碧樹重重滿帶烟 푸른 나무 겹겹하고 안개는 한가득 둘렀는데

居人此地幾多年 이땅에 사는 사람 얼마나 많은 세월 보냈나?

交窓繁影因朝旭 창에 교차한 무성한 그림자는 아침 해 때문이요

繞郭濃陰暗暮天 둘레를 두른 무성한 그늘은 저녁 하늘에 어두워지네,

樵客路通緣這裡 이 속에 나무꾼의 길이 통하고

野禽捿定噪其邊 그 옆에서 시끄러운 들새가 산다오.

忽聞遠遠笙簫裡 갑자기 아득히 들려 오는 피리 소리 속에

疑是來遊鶴上仙 학 옆에 신선이 와서 노니는지 의심한다오.

菊下(국하)


烏峴村前碧樹烟 오현 마을 앞 푸른 숲에 안개 끼어

山中甲子木知年 산중에 세월은 나무가 나이를 아네.

數家砧杵依林壑 몇 집의 다듬이 소리는 숲 골짜기에 의지했으니

萬劫風霜護洞天 만겁의 풍상 속에 골짜기 하늘 보호하였구나.

龐老庄迷秋水外 가을 물 멀리 큰 늙은이 농막 희미하고

薊門城失夕陽邊 석양 가는 계문(薊門)48)의 성(城)을 잊어버렸구나.

松雲深處低回首 소나무 구름 깊은 곳에 머리 돌려 숙이니

往往笙歌下鶴仙 가끔 들리는 생황 소리는 내려온 신선인가?

滄農(창농)


烏峴蒨葱一簇烟 오현에 우거진 파와 조릿대에 안개 끼니

薊門樹色語同年 계문(薊門)의 숲49) 풍경과 같은 나이라 하네.

濃陰圖畫平鋪地 짙은 그늘 그림이 땅에 넓게 퍼졌고

搖影風雲掃淨天 흔들리는 그림자는 바람과 구름에 하늘을 쓸어내네.

碧帳開掀春雨裡 봄비 속에 푸른 장막 활짝 열렸고

銀濤奔湧夕陽邊 석양 가에 은빛 파도 세차게 일어난다.

綠靈若得時相遇 녹음에 신령을 때때로 서로 만나면

就是凡夫骨也仙 곧 범부(凡夫)의 육신이 신선이 되는 게지.

晩翠(만취)


烏飛古峴樹末蒼烟 까마귀 나는 옛 언덕 나무 끝은 푸른 안개 끼어

不老樹烟長在 늙지 않는 나무에 안개가 오래 있구나.

主人行樂幾多年 주인이 즐긴 것이 얼마나 되었는가?

工素乎繪別有者 공교한 소질로 별세계를 그렸어라.

天第茨戶半開風 하늘이 차례로 지붕 이어 문이 반쯤 열린 풍경이요

一邊月一邊我自有 한쪽은 달이 뜨고 한쪽은 절로 내가 있네.

流年逸樂君莫道 세월 지나도 빼어난 즐거움을 그대 말하지 말게

地上仙酒中仙 땅 위의 신선이요 술 속의 신선이려니……

東溟(동명)


峴樹蒼蒼烏帶烟 언덕의 숲 푸르고 푸른데 까마귀는 안개에 앉았고

花開葉落度芳年 꽃 피고 꽃잎 떨어져 꽃다운 해로다.

濛濛似霧還籠樹 자욱한 안개 같다가 다시 나무를 둘러

都都如雲接遠天 뭉게뭉게 구름 같은 것이 하늘과 접해있네.

日照紫生香峀上 해 비치자 향로봉(香爐峰) 위로 붉은빛 생기고

風吹靑入柳溪邊 바람이 불자 버들 시냇가에 푸른빛 도는구나.

齊州九点知何處 제주 구점연(九點煙)50)이 어는 곳인지 아는가?

洞裡隱然若降仙 골짜기 안에 은거해 있으니 신선이 내려온 것 같네.

竹翁(죽옹)


烏峴樹林濕作烟 오현의 나무숲 습하여 안개 만들고

靜中太古畫如年 태고의 고요함 속에 한해가 그림 같네.

暮山凝紫連藏壑 저녁 산은 붉은빛 엉겨 골짜기로 이어지고

芳草和靑暖漫天 무성한 풀은 푸른빛 조화로워 하늘 가득 따스하네.

好鳥啼花春色裡 봄빛 속에 아름다운 새는 꽃 속에 울고

樵歌伐木夕陽邊 석양 가에 나무꾼 노래는 나무 베며 울린다.

繞松鎖柳深深處 소나무 두르고 버들 장막이 닫힌 깊고 깊은 곳에

遠害朝看走角仙 아침에 해 없는 달리는 뿔 달린 신선51)을 보리라.

寄隱(기은)


林林密密樹如烟 숲은 빽빽하여 나무가 안개와 같으니

春滿山中長幾年 봄 가득한 산속은 오래도록 몇 년이었나?

飛伏從歸能得地 비복(飛伏)52)이 따라 돌아와 땅을 얻었으니

綠靑齊色可參天 녹색과 청색의 가지런한 빛을 하늘을 아울렀네.

坐深滴滴晴嵐裡 자리가 깊어 맑은 아지랑이 속에 물소리 일고

望遠蒼蒼落日邊 전망이 멀어 석양 가에 푸르른 빛 우거졌구나.

欲採紫芝終不見 묽은 영지 캐려 해도 끝내 볼 수 없고

道人疑是去神仙 도인은 아마 떠나서 신선이 되었는가?

素軒(소헌)


蒼松翠柞雜如烟 푸른 소나무에 비췻빛 떡갈나무는 안개 같아

古老相傳近百年 옛날 어른이 서로 전함이 가까이만 백 년이네.

銀潭水色來幽谷 은담(銀潭)의 물빛은 깊은 골짜기로 들어오고

高積山光抻遠天 고적치(高積峙)의산빛은 먼 하늘에 벋쳐 있구나.

㤼灰經歷風霜裡 몇 겁(㤼)을 지나온 풍상(風霜) 속에

惠澤生長雨露邊 은혜로 나고 자란 우로(雨露)의 가라네.

別味此間多藥草 이 속에 별미의 약초가 많으니

武陵何必訪神仙 하필이면 무릉(武陵)의 신선을  찾으랴?

文式(문식)


48) 계문(薊門):청나라 수도 북경(北京)을 이르는데,여기서는 번화한 한양을 이름.


49) 계문(薊門)의 숲:북경 팔경(北京八景)의 하나인 계문 연수(薊門煙樹)가 있기때문에 이른 말이다. 


50) 제주 구점연(九點煙): 제주(齊州)는중주(中州) 즉 중국으로, 중국의 구주(九州)도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면 아홉 개의 운무 덩어리로 보인다는 말인데, 당(唐)나라 이하(李賀)의 시 「몽천(夢天)」의 “遙望齊州九點煙”에서 비롯된 것이다.


51) 뿔 달린 신선:두보(杜甫)의「제장씨은거(題張氏隱居)」라는 칠언율(七言律)에,“피해가 없는지라 사슴 떼가 노니는 걸 아침에 보노매라[遠害朝看麋鹿遊].”라는 말의 점화(點化)이다. 『杜少陵詩集卷1』


52) 비복(飛伏):괘상(卦象)으로 나타난 것을 비(飛),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복(伏)이라 한다. 비는 미래를, 복은 과거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