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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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77회 작성일 2021-02-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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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2


47쪽


蔚彼峴頭萬樹烟 울창한 저 오현 머리의 숲에 안개 끼어

風霜閱歷幾多年 풍상을 겪어 온 것이 그 얼마의 세월인가!

斜陽十里迷山逕 석양(夕陽) 십리에 산길이 희미하고

細雨三時覆洞天 가랑비는 세 계절45) 내내 골짜기 하늘을 덮는다오.

此屋相連叢影裡 모두 그림자 속에서 이 집이 서로 이어지고

行人不絶綠陰邊 녹음 가에서 지나는 사람 끊이지 않는구나.

自何鍾落虛無界 어찌 종소리는 허무한 세계로 사라지는가?

欲向西峰問智仙 서쪽 봉우리로 향하려 하며 지혜로운 신선을 묻는다.

笑堂(소당)


渴烏飮啄飽人烟 배고픈 까마귀 인가에서 먹고 배 불리고

峴樹借捿今幾年 오현의 나무 빌려 산 것이 그 얼마인가?

重翠村容如近市 거듭 푸른 마을의 모습은 저자와 가까운 듯하고

生寒野色欲低天 일어나는 차가운 들 빛은 하늘 아래 잠기고자 한다.

溪娥汲水斜陽裡 기운 볕에 시냇가 예쁜 처녀는 물을 기르고

野客隨陰暮雨邊 저녁 비에 들 나그네는 그늘을 따라가는구나.

這裡幽居多痼癖 이 속에 그윽이 거처하면 고질병도 많아

此山知有學神仙 이 산에서 신선을 배움이 있음을 알리라.

雪隱(설은)


參差烏峴樹籠烟 들쑥날쑥 오현(烏峴)의나무를 안개가 들렀고

三五爲家地百年 십여채의 인가는 백여 년이 되었어라.

纖隨風力平低地 평평히 낮은 땅에는 바람의 힘에 고운 모습 따르고

散作雲態半上天 반쯤 위로 보이는 하늘엔 구름 모습 흩어지네.

今古文章抽弗聿 고금의 문장은 붓 아닌 것에서 나왔고

暮朝氣像漲無邊 아침저녁의 기상은 가없이 펼쳐지는구나.

閑中滋味誰優得 한가한 속에 맛을 누가 잘 얻을 수 있나?

大福人間火食仙 큰 복 누린 사람이 화식 하는 (火食) 신선이라오.

蓮宇(연우)


峴樹重重籠抹烟 오현의 나무 첩첩히 안개가 끝을 둘러

風光旖旎亦多年 깃발 나부끼는 듯한 풍광 오래도 되었네.

依山翠滴雲深處 산을 의지하여 비취색으로 방울진 구름 깊은 곳이요

近水靑連草色天 물가까이 푸른색 이어진 풀빛의 하늘이라.

淺黛微茫渾不識 옅은 눈썹처럼 희미하여 모두 알 수 없으니

高陰的歷忽無邊 높은 그늘의 선명함은 홀연 끝이 없네.

居人籬落捿其下 사는 사람 그 아래에 울타리 둘렀으니

朝暮飡霞便學仙 아침 저녁의 노을에 문득 신선을 배우네.

素山(소산)


峴烏繞樹帶秋烟 오현을 두른 나무에 가을 안개 내림이

巢燧山光滴萬年 봉홧불 같은 산빛에 만 년 도록 방울졌네.

楓葉淺黃濃滿地 단풍잎은 엷은 황색으로 온 땅을 물들였고

檜松凝翠直參天 회나무,소나무는 푸르름으로 삼천(參天)46)에 곧구나.

龍眼莫狀丹靑裡 단청(丹靑)속에 용의 눈 형용할 수 없고

鳥語猶聞隱映邊 그늘 비춘 가에 새 소리 들리는 듯하다.

一抹夕陽梢外盡 한 번 눈 비비니 석양은 나무끝 밖으로 다하고

白雲斜路下樵仙 흰 구름 기운 길로 나무꾼 신선이 내려오네.

白又(백우)


烟非眞樹樹非烟 안개에 진짜 나무 아닌 듯하고 나무도 안개 없는 듯

英英奇狀幾多年 영롱하고 기이한 모양 얼마나 많은 세월 흘렀나?

雲箔飄揚開畫境 구름발은 표풍에 드날려 그림 같은 경계를 열었고

霞纱隱映掩藍天 노을 깁은 은근히 비추어 쪽빛 하늘을 가렸네.

覧物閑笻遊賞後 사물을 보며 한가롭게 지팡이 짚고 노닐며 감상하니

淸風獨鶴往來邊 맑은 바람에 외로운 학은 왕래하는 주변에 있구나.

別界必有非常應 별세상은 반드시 특별한 응함이 있으니

誰識那時不降仙 어느 때 신선이 내려오지 않을 줄 누가 알랴?

聾岩(농암)


漁城南望接人烟 어성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니 인가 연기 접하고

烏啄泉甘羅濟年 까마귀 단 샘물 마시고 비단 경치에 해를 보내네.

經霜紅葉明秋谷 서리 맞은 붉은 잎은 가을 계곡을 밝히고

映日晴絲媚遠天 해 비치자 아지랑이 먼 하늘에 아름답구나.

古木荒藤鳴鹿外 고목과 황폐한 등나무숲 밖으로 사슴 우는 소리 있고

陽坡軟草臥牛邊 양지바른 언덕 부드러운 풀 주변에는 소가 누워있네.

自憐十載紅塵客 십 년 동안 속세의 나그네 됨이 가련하니

高積孤臨問洞仙 높게 쌓인 어덕에 홀로 가 골짜기 신선을 묻는다오.

蕉史(초사)


峴烏蒼蒼綽細烟 오현은 푸르고 푸른데 미세히 가는 안개 끼어

烟間老樹不知年 안개 사이의 늙은 나무는 나이를 분간하기 어렵네.

欹如翠盖抹秦道 기운 듯한 푸른 지붕은 진(秦)나라 길로 돌아가고

籠作靑紗入楚天 둘러서 푸른 깁 만들며 초(楚)나라 하늘로 들어간다.

還巢飛鳥徘徊際 나는 새가 배회하는 사이에 둥지로 돌아오고

尋路行人指點邊 행인은 가리키는 주변에서 길을 찾는구나.

此地居民耕且讀 이곳에 사는 사람 밭 갈고 글 읽으니

三分事業十分仙 셋으로 나뉜 사업 모두 신선 같아라.

石下(석하)


我看烏峴樹籠烟 내 보니 오현 나무에 안개가 둘러

氣像有占快活年 기상으로 점을 치니 좋은 해 보내겠네.

初從葉低斜平地 처음에 나뭇잎 아래로부터 평지에 기울더니

更向枝頭結半天 다시 나무 끝을 향하여 반쯤 하늘을 가렸구나.

靑歸堯野月明裡 달 밝은 속에 푸르름 요(堯)임금 들로 돌아가고

綠入洛城雲影邊 구름 그림자 옆에 녹음은 낙양(洛陽)으로 들어간다.

居民耕鑿生涯足 사는 사람 먹고사는 생애가 풍족하면

自是人間火食仙 이로부터 사람은 화식(火食)하는 신선이리라.

松隱(송은)


二景烏峰裊裊烟 두 경관의 오봉(烏峯)에 간드러진 안개 끼고

烟間林樹亦多年 안개 사이 나무숲 또한 오랜 세월 되었구나.

靑紗步障連三里 청색 비단 보장(步障)47)이 삼 리(里)에 이어지고

碧玉欄干起半天 푸른 옥 같은 난간은 반쯤 하늘로 솟았네.

一帶橫圍山欲斷 한바탕 펼쳐져 에워싼 산은 끊어지려 하는데

千重稠疊野無邊 천 겹으로 겹쳐진 들은 끝이 없어라.

行人望氣難尋跡 행인들 기미를 바라보고도 자취 찾기 힘드니

疑有山中煉藥仙 아마 산속에 단약(丹藥) 만드는 신선 있나보다.

迂軒(오헌)


遙看烏峴樹如烟 멀리 오현을 바라보니 숲은 안개와 같고

烟樹蒼蒼幾度年 안개 숲 푸르고 푸르게 얼마의 세월 보냈나?

容與暫登雲半壑 구름 반쯤의 골짜기 용납한 듯 잠시 오르니

浪吟飛下洞中天 골짜기 속 하늘에서 시 읊는 소리 쏟아져 내린다.

翠微滴滴森羅處 푸른 산 펼쳐진 곳에 빗 방울지니

白日遲遲縹緲邊 대낮에도 아득하여 더디고 더디네.

自是遊人行樂地 이렇게 노니는 사람 즐기는 곳으로부터

塵心庶幾近神仙 때 묻은 마음이 거의 신선(神仙)이 되었다오.

南溪(남계)


45) 세 계절: 봄, 여름, 가을을 이름.


46) 삼천(參天):하늘을 말한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옛날 성인이 『역』을 지을 적에……하늘에서 3의 숫자를 취하고 땅에서 2의 숫자를 취하여 수를 붙였다.[昔者聖人作易也……參天兩地而倚數.]”라고 하였다.


47) 보장(步障):옛날에 귀인(貴人)이 출행(出行)할 때에 바람과 먼지를 가리기 위하여 길 좌우에 친 휘장을 말하는데, 진(晉)나라 때 부호(富豪)인 석숭(石崇)이 너무도 사치스러워서 50리 길이의 비단 보장을 만들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汰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