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성십경창화시

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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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34회 작성일 2021-02-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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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烏峴烟樹 오현(烏峴)의 안개 낀 나무-1


43쪽


峴樹深含重翠烟 고개의 나무는 깊이 짙푸른 안개를 머금어

居人鑽燧幾多年 사는사람불씨 만듦이 그 얼마였던가?

垂楊帶綠依朝日 수양버들은 푸른빛으로 아침 태양에 의지했고

芳草暖靑和遠天 꽃다운 풀은 볕에 푸르러 먼 하늘에 조화롭네.

聽去乃知禽語處 들으며 가면 새 우는 곳을 알 수 있으나

看來不辨鶴巢邊 보며 와도 학 둥지 주변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長條特許秋千戱 긴 가지는 특별히 그네 놀이를 허락하여

每到禁烟作半仙 항상 한식(寒食)에 이르면 반은 신선이 되네.

龍洲(용주)


烏啼峴樹碧生烟 까마귀 우는 고개 푸른 나무에 연기 생기면

滿地繁陰日似年 온 땅에 음기 가득하면 하루가 일 년 같네.

翠且幾重迷遠洞 푸르고 또 몇 겹으로 먼 골을 희미하게 하였나?

蒼然一色共長天 푸르게 한 빛으로 긴 하늘과 같도다.

林踈晝暖輕籠際 숲 성글고 날 따뜻해 가벼이 두른 때에는

柳綠朝來更無邊 버들 푸르른 아침이 와도 다시 주변이 없다오.

龐隱鹿門如許否 방덕공(龐德公)이 은거한 녹문(鹿門)42)을 허여하는가?

可捿賢者不宜仙 어진 사람 살 만하나 신선은 마땅하지 않으리라.

星史(성사)


烏巒碧樹滿籠烟 오현의 푸른 숲 가득 연기가 둘렀으니

遙憶山人舊隱年 아득히 산 사람 옛 은거하던 때를 생각하네.

滴滴翠嵐含暮景 방울방울 푸른 산 기운 저녁 풍경 머금었고

濃濃佳氣接春天 무성한 아름다운 기운 봄 하늘과 접하였네.

尋巢孤鶴來雲裡 둥지 찾는 외로운 학 구름 속에 오고

飜葉寒鴉返日邊 날리는 잎에 찬 까마귀는 태양 가에서 돌아온다.

最是林間斜照際 숲 사이의 햇빛 사이에 가장 좋은 것은

樵歌一曲望如仙 나무꾼 노래 바라보는 신선과 같네.

南崗(남강)


烟籠於樹樹籠烟 나무에 연기가 두루고 나무가 연기를 두루니

看似霧花對老年 보니 마치 안개꽃 같아 늙은 사람을 대하는 것 같네.

萬朶浮濃長護地 만 갈래로 떠서 무성하게 오래도록 땅을 보호하고

百梢中鬱半遮天 백가지속은 울창하여 반쯤 하늘을 가렸어라.

夕陽山色飜紅裡 석양의 산색 붉은 노을 속에 바뀌고

朝雨溪聲漲綠邊 아침 비에 계곡의 소리 푸른 시냇가에 번져가네.

指點景光烏峴下 오현 아래의 광경을 손가락으로 가르킴에

居人炊樂不求仙 사는 사람 밥 짓는 즐거움에 신선을 구하지 않는다.

東溟(동명)


峴南樹色滿籠烟 오현 남쪽은 나무색이 가득히 둘러 안개 끼니

眼界依迷亦老年 시계가 희미함은 또한 늙어서이겠지.

下擁閭閻低撲地 아래는 여염집을 안아 땅 가득 낮게 있고

上探星斗近參天 위는 별들을 탐하여 하늘을 아울러 가깝네.

亂帆踈雨滄溟外 푸른 바다 바깥에 성근 비가 돛배를 어지럽히고

遠店斜陽漢水邊 한수(漢水) 옆 석양에 주점을 멀리하노라.

澗戶巖扉開一逕 시내의 문은 바위를 사립문으로 하여 한 길이 열려

可藏高躅伴遊仙 높은 자취는 노니는 신선을 짝하여 은둔할 만하네.

秋畹(추원)


峴樹蒼蒼日暮烟 오현의 나무 푸르고 푸른데 석양에 안개 끼니

南飛烏鳥昔何年 남쪽으로 까마귀 난 것은 옛날 몇 년이었나?

疑雲爲雨終歸峽 구름은 비가 되어 끝내 골짜기로 돌아가는 듯하고

似鶴非鴉便上天 학은 까마귀 아니라 문득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하네.

北極群山千萬疊 북쪽 끝까지 여러 산은 천만 겹이요

東溟三島有無邊 동쪽 바다 세 섬은 있고 없는 한계가 없구나.

深林掩翳迷歸所 깊은 숲이 가려 돌아갈 곳 희미하니

不知何處訪隱仙 어느 곳에서 숨은 신선 찾아야 할지 모르겠네.

小山(소산)


烏峴朝朝暮暮烟 오현의 아침과 저녁마다 안개가 끼어

烟間樹老不知年 안개 사이 숲은 늙어 나이를 모르겠네.

雲重林暗疑無路 구름은 무겁고 숲은 어두워 길 없나 의심하고

風拖峰回更別天 바람 불어 봉우리 도니 다시 별천지를 이루었네.

一杖僧歸空寂界 한 지팡이에 스님은 자취 없는 세계로 돌아가고

十家人在綠蒼邊 십여 인가 푸르고 푸른 주변에 있구나.

看來幽興成爲癖 보며 오는 그윽한 흥에 고질병이 되어

欲學灘頭赤鯉仙 여울머리에서 붉은 잉어 신선을 배우고자 하네.

錦樵(금초)


峴樹翠籠裊裊烟 오현 숲은 푸른데 간드러진 안개가 둘러

閑雲野鶴不知年 한가한 구름과 들판의 학은 나이를 모르네.

松森檜老群山畔 뭇산 언덕에 소나무 울창하고 회나무 늙어

嵐滴霞流一洞天 한골짜기 하늘은 아지랑이 방울지고 노을 흐른다.

繁陰交映深深處 깊고 깊은 곳은 번성한 그늘 교대로 비추고

爽籟自生落落邊 홀로 떨어진 주변은 상쾌한 소리 저절로 생기네.

林壑東南眞可愛 숲 계곡 동남쪽은 참으로 사랑할 만하니

品題時景坐詩仙 때로 경치를 품평하며 앉아 있는 신선이로구나.

石樵(석초)


渴烏峴樹繞蒼烟 메마른 오현(烏峴)의 나무에 푸른 안개가 둘러

還似霧中老去年 흡사 안개 속에 늙어가는 것 같구나.

細含千條迷尺地 가늘게 머금은 천 가닥에 한 치 앞 땅도 희미하고

遙看一色共長天 멀리 보이는 한색은 긴 하늘을 함께 하였네.

化域昇平今有像 혜택받은 땅이라 편안하여 지금 기상이 있으니

幽人淸趣更無邊 그윽한 사람의 맑은 정취 다시 가없다오.

景光最好斜陽裡 풍경 가장 좋은 석양 속에서

幾箇世間火食仙 세상에 몇 사람이나 화식(火食)하는 신선이련가!

近溪(근계)


烟含樹色樹含烟 안개가 나무색을 머금고 나무는 안개를 머금어

鬱翠不分松栢年 울창하고 푸르니 소나무와 잣나무를 분간 못하네.

鳥亂尋沒喧落日 새는 어지러워 깊이 잠겨 석양에 시끄럽고

雲歸失擁逗曛天 구름은 돌아가며 흩어져 저무는 하늘에 머물렀네.

帶返碧柳千絲外 푸른 버들 천 개의 실 밖으로 깔린 안개 걷히고

啼盡靑山一幅邊 청산은 한 폭의 풍경 옆에 새 울음 그쳤구나.

况是森森齊九点 하물며 울창한 숲도 구점(九點)의 연기43)일 뿐이니

無垠下視玉淸仙 끝없이 옥청(玉淸)44)의 신선을 내려다본다오.

峴愚(현우)


42) 녹문(鹿門):은자가 사는 곳을 뜻하는 말이다. 후한(後漢) 말엽의 고사(高士) 방덕공(龐德公)이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일생을 마쳤던 데서 유래한다.


43) 구점(九點)의 연기:중국의 구주(九州)도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면 아홉 개의 운무 덩어리로 보인다는 말인데, 풍진세상을 가리킨다. 당(唐)나라 이하(李賀)의 시 「몽천(夢天)」의 “遙望齊州九點煙”에서 비롯된 것이다.


44) 옥청(玉淸):도교에서 말하는 선경(仙境)인 삼청(三淸)의 하나. 또는 그 선경에 있다는 세 존신(尊神)의 하나. 삼청은 옥청원시천존(玉淸元始天尊), 상청영보천존(上淸靈寶天尊), 태청도덕천존(太淸道德天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