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문화21호

경로효친문예작품(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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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04회 작성일 2010-03-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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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효친

조산초등학교 6학년 박민희

“할아버지, 경로효친이 뭐야?”
“응, 우리 강아지가 존댓말 쓰는거지.”
아 그렇구나.

“할머니, 경로효친이 뭐예요?”
“응,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거지.”
아 그렇구나.

“아빠, 경로효친이 뭐예요?”
“응, 웃어른을 공경하는 거지.”
아 그렇구나.

“엄마, 경로효친이 뭐예요?”
“응, 가족한테 잘 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엄마, 나 이제 경로효친 할게요!






할머니의 어른공경

양양초등학교 6학년 5반 장설민

8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섰는데 할머니께서는 무얼하시는지 많이 분주해 보이셨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이소박이와 파김치를 담그시느라 내가 나오는 것조차 보지 못하셨다. 나는 서운한 마음에“할머니!”하고 조금 퉁명스럽게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는 그런 나를 환한 웃음으로 바라보셨다.
“설민이 일어났구나!”
“할머니! 엊그제 김치 담그셨는데 왜 또 하세요?”
“응, 아랫동네 할머니 갖다 드릴려구.”
아랫동네 할머니는 혼자 사신다. 연세도 많으시고 거동도 불편하시다. 단칸방에서 홀로 외롭게 생활하시는 할머니시다. 나도 지난번에 할머니를 따라 아랫동네 할머니 댁에 한 번 갔었는데 작은 방에 꼬부라진 허리를 말고 누워계신 아랫동네 할머니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아랫동네 할머니께서는 할머니 댁을 찾은 나를 보고 주름 가득한 얼굴에 함박웃음을 담고서는 요구르트를 건네주셨다. 그 날 아랫동네 할머니 손에서 건네받아 먹었던 요구르트가 내가 세상에 태어나 먹어 본 요구르트중에 가장 맛있지 않았었나 싶다. 아마도 아랫동네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담겨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그런 아랫동네 할머니께 김치도 담가다 드리고 틈틈이 먹을 것을 갖다 드리시곤 한다. 처음에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할머니도 할머니어서 힘들면서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할머니를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설민아! 경로효친 이란 게 경로와 효친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인데 경로는 자신의 어버이를 떠받들고 효도를 하라는 뜻이고, 효친은 노인을 공경 하라는 뜻이야. 이렇게 경로와 효친은 공경하는 대상이 다를 뿐이지 넓은 의미로는 모든 어른들을 공경하고 효를 행하라는 뜻이란다. 할머니는 할머니의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고 그래서 할머니 보다 나이가 더 많은 어른을 부모님처럼 공경하고 싶은거야.”할머니 말씀을 듣고 나니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자신만을 생각하며 지냈던 내가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할머니한테 반찬투정 했던 일도, 돈가스 떨어졌다고 화냈던 일도, 그리고 입고 갈 옷 안 빨아났다고 짜증냈던 일도 모두 너무 죄송했다. 오늘 저녁때는 김치 담그시고, 밭 일 하시느라 거칠어진 할머니의 손과 발을 내 손으로 직접 닦아드려야겠다. 그리고 모아 놓은 용돈으로 할머니 손에 바를 핸드크림을 하나 장만해 드려야겠다. 우리들을 위해 애 쓰시는 할머니의 천만불짜리 손을 위해서...... 그리고 아랫동네 할머니께는 할머니 모시고 우리 가족 모두가 요구르트 사 들고 주말에 청소해 드리러 가야겠다.





 ‘잦은 만남이 행복인 그 분들’

양양여자중학교 1학년 3반 김영주

나의 할머니들은 언제 뵈었는지 모를 정도로 중학교에 들어와 벌써 7월이 되었다. 세월은 이렇게 빨리 흘러 버리고 나의 생활은 바쁜 일정 속에 쳇바퀴 돌 듯 돌아가고, 할머니들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1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친할머니는 길가에서 잠깐 뵙고 안부만 묻는 정도이고, 외할머니께선 내가 바쁘다는 엄마의 말에 나에게 방해가 될까봐 보고 싶어 하시면서도 우리 집에 자주 안 오신다.

명절 때나 되어야 한나절 얼굴을 볼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인 것이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주말마다 할머니를 뵈러 가거나 오시거나 했었다. 이렇게 여유도 없이 살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회적 환경 요소가 어른들을 공경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들께서는 자기 자식보다 손자들이 더 사랑스럽다고 하던 것을 나는 들은 적이 있다.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을 잘하기만 해도 진심을 다해 나를 격려해주시고 맘껏 기뻐해 주시는 분들이 이분들이라 생각한다. 나를 향한 큰 사랑을 내가 감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내 할머니들이기에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할머니들을 뵐 때면 허리가 많이 굽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음이 많이 좋지 않다. 늘 내 곁에서 영원히 계실 것 같지만 언젠가 내 곁을 떠날 것이다. 생각하면 슬픔이 복 받힌다.

가끔 아빠께서는 멋진 집을 지어 두 할머니들을 같이 모시고 산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외할머니께서는“말만 들어도 고맙네.”하시던 것이 기억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빠의 그런 마음이 난 항상 좋다. 그런 마음을 난 고스란히 닮고 싶다. 나의 친할머니께서는 장수대학이며 기체조 등 사회적 여가 활동을 잘 즐기고 계신다. 그런 반면 외할머니께서는 손자 봐 주시느라 시간적 여유를 즐기실 겨를이 없는 분이시다. 때로는 두 분을 반만 섞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 적 있다. 친할머니께서는 여가 활동을 너무 잘 하고 계셔서 엄마께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나의 엄마께서는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일을 하고 계신다. 가장 중요한 것이 어른들은 사회적 여가 활동을 즐겨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야 질병도 생기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하셨다.

가끔 노인성 질환으로 편찮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시설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가슴 한켠이 슬퍼진다. 조금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엄마께 여쭈었더니 잘 설명해 주셨다. 전체 인구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고 노인들을 부양할 인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에 남아있는 사람이 부모를 부양해야 하지만 젊은 세대가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니 부모님을 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옛날처럼 시설에 들어가면 강제적이고 한번 들어가면 나올수 없다는 편견은 버리라고 하셨다. 이제는 환자가 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바꿀 수도 있으며 재가 서비스라는 것도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 부양이 최고라고하셨다. 또한 노인 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복지 정책이 많이 보급되어 옛날처럼 소외되는 노인분들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은 본질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주의가 되어가면서 효를 근본으로 하는 사상 자체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있다. 세상이 급격히 변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나은 세상과 더 바람직한 세상으로 흘러가길 바랄뿐이다.

이번 주말에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신다. 기말고사 시험도 끝나고 해서 담궈 놓은 김치도 가져다주실 겸 오신다 한다. 뭐 그리 큰 고시 공부라도 하는 냥 보고픈 할머니 얼굴도 못 뵙고 불효를 저지른 셈이다. 세상에서 손녀가 제일로 똑똑하다고 인정하시는 내 할머니께 자주 만나 뵙지 못해 죄송스럽기만 하다. 인정 많고 가슴 따뜻한 외할머니, 욕심 내지 말고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라는 친할머니, 두 분 모두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할머니 두 분의 곁에는 나의 할아버지들이 안 계신다.

그래서 내가 더 잘 해 드려야 한다. 이 분들은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자주 만나는 것을 행복으로 느낀다. 바쁜 세상 속에서도 잦은 만남이야말로 어른 공경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의 소중한 아빠, 엄마를 보내주신 나의 할머니 두 분, 늘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